[정치돋보기] 미래를 짓는 ‘모듈러’ 건설산업을 이끌어야

임창휘 2025. 9. 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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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건설의 풍경은 곧 과거의 사진첩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잿빛 먼지와 소음, 위태롭게 솟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물과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 그리고 기나긴 기다림. 익숙한 공사현장의 장면들이 새로운 변화 앞에 있다. 공장에서 하나의 완벽한 공간을 '창조'하고, 현장에서는 마치 거대한 교향곡을 지휘하듯 '결합'하는 모듈러(Modular) 건설. 이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닌,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는 혁신이다. 이제 경기도가 이 위대한 변화의 심장이 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지어야 할 때다.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국내 최고 13층 높이의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선보였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국내 모듈러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며, 또 얼마나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지를 증명한 눈부신 선언이다. GH의 도전은 우리 건설산업이 나아갈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공장 내부의 통제된 환경에서 전체 공정의 80%가 완성되는 모듈러 공법은, 예측 불가능했던 현장의 변수들을 지웠다. 공사 기간은 30% 이상 단축되고, 모든 모듈은 오차 없는 균일한 고품질을 보장한다. 무엇보다, 건설 현장의 오랜 숙원이던 안전 문제는 획기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더 나아가, 건설 폐기물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이 방식은 경기도가 꿈꾸는 '탄소중립'의 비전을 완성하는 가장 완벽한 해법이기도 하다.

이미 세계는 이 거대한 흐름에 올라탔다. 2032년 약 1천515억 달러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글로벌 시장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국내 시장 역시 지난해 4배 이상 급증하며 그 무한한 잠재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우리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시범 사업 수준에 머무는 불안정한 수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높은 초기 비용이라는 거대한 벽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수요가 불안정하니 기업은 자동화 설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망설이고, 이는 높은 생산 단가로 이어져 다시 수요를 위축시키는 악순환. 이 절망의 고리를 끊어낼 해법은 바로 발상의 전환에 있다. 경기도가 직접 '예측 가능한 대규모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견고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악순환의 굴레를 끊고 선순환의 엔진을 가동시킬 마스터키이다.

첫째, 3기 신도시 내에 '모듈러주택 특화지구'를 지정해야 한다. 이는 1970년대, 허허벌판 위에서 '아파트 시대'를 열었던 영동개발의 성공 신화를 재현하는 담대한 전략이다. 경기도가 공공주택 사업을 통해 거대하고 안정적인 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면, 기업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기꺼이 나설 것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높은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길이다.

둘째, 미래 산업의 요람이 될 '모듈러 건축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수요의 창출과 함께 공급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경기도의 유휴부지에 모듈러 유닛 생산 공장은 물론,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할 스마트팩토리, 친환경 신소재 기업까지 한데 모으는 것이다. 이곳에서 기업들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운송비를 절감하고 공동 기술을 개발하며, 모듈러 건축을 AI와 제로에너지빌딩(ZEB) 기술이 융합된 첨단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진화시켜 나갈 것이다.

셋째, 기술 격차 해소를 넘어 미래 표준을 선도할 '모듈러 기술혁신 허브'를 구축해야 한다. GH, 민간 건설사, 대학, 연구소가 함께하는 민관협력 R&D를 통해 해외 기술의 빠른 추격자를 넘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미래 표준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거듭나야 한다.

모듈러 산업 육성은 단순히 건물을 빨리 짓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달리는 컴퓨터'가 되었듯, 모듈러 주택은 최첨단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리빙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벽면 디스플레이가 알프스의 창이 되었다가 대형 스크린으로 변신하는 세상. 모듈러는 바로 그 미래 주거 혁명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경기도는 지금, 미래 건설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골든타임'을 맞이했다. 과감한 정책적 결단으로 '모듈러 특화지구'와 '산업단지'라는 두 개의 강력한 심장을 뛰게 해야 한다. 경기도의 선도적인 투자가 대한민국 건설 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1천400만 도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미래 건축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위대한 첫걸음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임창휘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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