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업황 최악인데 정부는 매질만…줄도산 현실화 하나

송응철 기자 2025. 9. 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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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들 9·7 대책에 주목…공공수주, 반전 기회로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시공능력평가 174위의 중견 건설사인 동우건설이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건설업계가 전례 없는 한파를 겪고 있다. 극심한 건설 경기 불황에 굵직한 중견 건설사들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연이어 징벌적 정책과 대책을 내놓으면서 건설사들은 옷깃을 한층 여미는 분위기다. 건설업계는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9·7 대책에 주목하고 있다. 공공수주를 '보릿고개'를 넘을 식량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공능력평가 174위의 동우건설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992년 설립된 동우건설은 공공공사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중견 건설사다. 그러나 자체 공동주택 브랜드 '엘코어'를 앞세워 대구·김포 일대 오피스텔 민간 개발사업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대규모 미분양으로 470억원의 연대보증 채무와 200억원의 공사 미수금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서 동우건설은 결국 법원으로 향하게 됐다.

동우건설은 올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13번째 중견 건설사다. 앞서 지난 1월 신동아건설(시공능력 58위)과 대저건설(103위)을 시작으로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3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삼정기업(114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모두 긴 업력과 탄탄한 지역 내 입지를 보유했던 건설사들이다.

시선을 건설업계 전반으로 넓혀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폐업한 종합 건설사는 총 437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거래 업체 중 38.9%가 부실 위험 단계에 진입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업황은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고금리 부담, 금융권 대출 축소, 분양 시장 침체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건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미분양 물량은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7000여 채로 2022년 말(8000여 채)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

정부의 정책도 건설업계를 옥죄고 있다. 우선 6·27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해당 지역 주택 분양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정부가 건설 현장 내 중대재해에 강경 모드로 일관하면서 건설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정부는 지난 15일 '노동안전 종합 대책'을 발표하면서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노동부가 관계 부처에 등록 말소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는 영업이익의 5% 이내, 하한액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밖에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과 도입을 추진 중인 주 4.5일제도 향후 건설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9·7 대책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을 맡아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호, 연평균 27만 호의 주택을 착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중·대형 건설사들은 공공 물량 수주를 실적 반등의 기회로 판단, 수주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9·7 대책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져 지방 건설사의 부실 도미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수도권과 지방 건설사 간 양극화 현상은 진행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건설 계약액 307조원 중 수도권에서 체결된 계약 총액은 131조원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은 135조9450억원으로 7.4% 감소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지방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4일 공사비 현실화, 자재 수급 안정, 숙련인력 확충, 스마트 건설 기술 지원 등 건설업계의 비용·인력 부담을 완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방은 건설사 현금흐름 악화가 심화하고 주택 공급이 위축되는 등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부진하다"며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일부 완화하는 데 그칠지, 장기적으로 건설 경기 구조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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