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식은 포기 못하겠고"…해외투자자들, 달러 위험 환헤지 러시
"과거와 달리 주식 투자자도 환변동 리스크 적극 관리"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달러화 약세 가속화 가능성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주식에 투자해서 주당 100달러의 수익을 거뒀더라도 달러화 가치가 20% 하락하면 실질적인 수익은 80달러에 그치게 된다.
이처럼 미국 자산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경기회복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달러화 약세가 심화하고, 이에 대응해 달러화 노출을 헤지하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식 투자에서는 환헤지 활용이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으로, 더이상 달러화가 ‘안전자산’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도이체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주식·채권에 대한 외국인들의 환헤지 투자 규모가 환헤지를 하지 않고 그냥 투자하는 규모를 앞질렀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 열풍 등으로 미국 주식이나 채권에 여전히 매력을 느끼면서도 달러화 환율 변동성에 직접 노출되는 것은 피하려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FT는 평가했다. 즉 달러화 약세 리스크는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미국 증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관세 발표 이후 크게 출렁였다가 다시 반등한 상황에서, 달러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인 이례적인 흐름 역시 이러한 대규모 환헤지 수요로 설명될 수 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3개월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한 미국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약 70억달러 가운데 80%가 환헤지형으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연초 20% 수준에 불과했던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헤지 수요가 증가할수록 달러화 약세도 심화하고 있다. 올해 달러화는 유로화 및 영국 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특히 유로화는 4년 만에 처음으로 1.18달러를 넘어섰다.
스위스 피크테트 자산운용의 시니어 전략가인 아룬 사이는 “달러화는 구조적 약세장에 들어섰다”며 자사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의 달러화 헤지 비중을 대폭 늘렸다고 밝혔다. 이어 “(미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계속 하락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달러화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 심리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의 38%는 달러화 약세에 대비해 헤지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달러화 강세에 대비한다는 응답은 2%에 불과했다.
JP모건의 글로벌 외환 전략 공동책임자인 미라 찬단은 “지금은 미국 (자산)을 팔 시점이 아니라 달러화를 헤지할 시점”이라며 추가적인 환율 약세가 새로운 헤지 수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주식 투자에서는 환헤지 활용이 인기가 없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외국 자본 유입이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미 경제둔화 및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이러한 관계가 깨졌다. 실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달러화 기준으로는 12% 상승했으나, 유로화 기준으로는 2% 하락했다.
유럽과 아시아 연기금은 달러화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BNP파리바에 따르면 덴마크 연기금은 올해 상반기에만 달러화 비헤지 자산을 160억달러 줄여 760억달러로 축소했다. 네덜란드 연기금도 연초부터 달러화 헤지를 확대했고, 호주 등 아시아 투자자들 역시 주요 헤지 수요층으로 부상했다.
달러화 헤지는 주로 선물환 등 파생상품을 통해 이뤄진다. 이는 미래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금리인하가 헤지 비용을 낮추면서 최근 더욱 매력적인 수단이 됐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외환 전략가 키트 주크스는 “그동안 높은 비용 때문에 헤지를 주저하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왜 진작 안 했는지 묻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해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미국 금융시장의 또 다른 변곡점을 암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카막샤 트리베디 수석 전략가는 “아시아 투자자들은 비용이 낮아진 점을 활용해 더 많은 헤지에 나설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달러화 약세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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