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는 사법부 맹공, 국힘은 다시 거리로…‘탄핵 전’으로 돌아간 정치 시계
野, ‘소수당’ 한계 상황서 ‘장외투쟁’ 예고…“대통령 탄핵 법적 검토”
‘적대적 공생’ 여야, 강성층 의존 심화…갈 곳 잃은 무당층은 ‘26%’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게 가장 큰 책무입니다. 이제는 국민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야당 대표와 소통의 시간을 적극 가지겠습니다. 여당도 더 많이 가진 만큼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습니다."(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정부의 '통합' 기조가 무색하게 국회 시계가 다시 '계엄·탄핵' 정국으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여권은 '대법원장 탄핵'까지 요구하는 등 사법부를 다시금 옥죄고 있고, 제1 야당은 강성 지지층과 '탄핵 반대'를 외쳤던 기세로 또 아스팔트 투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양당은 서로에게도 '내란 정당'과 '일당 독재'를 외치며 칼을 겨누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거대양당이 강성 집토끼들의 목소리에 발을 맞추며 '정치 양극화'가 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尹 탄핵 1년도 안 됐는데… 또 "탄핵" 꺼내든 여야
더불어민주당은 범여권의 숙원 과제인 사법개혁 추진 과정에서 사법부가 훼방을 놓고 있다며 공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사법부가 대법관 증원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반발한 것이 핵심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서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2심 무죄 판결을 파기환송한 점과 최근 내란 재판 과정에서도 공정성과 엄정함을 의심케 하는 일이 지속됐다는 인식이 사법부를 향한 여권의 불신을 임계치까지 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부승찬 민주당 의원의 제보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가 수상한 만남을 가졌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범여권에선 조 대법원장을 향한 탄핵 촉구 목소리까지 들끓는 분위기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7일 제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특검은 이 충격적인 의혹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이미 당에서 준비해뒀다"고 시사했다.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과 각종 입법 독주를 고리로 '대여(對與) 장외투쟁'의 윤곽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소수여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 입장에선 국회 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비롯한 입법 저지 전략들이 거대 의석을 가진 여권 앞에서 소용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지지율 측면에서도 민심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만큼, 국회 밖으로 나가 강력 투쟁하며 민주당의 과오를 알리고 여론을 모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여권의 조 대법원장 사퇴론 촉구에 은연 중 힘을 싣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도 '탄핵' 추진을 예고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6일 긴급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에 "대통령실 발언들을 유추해 보면 이 대통령 역시 헌법과 법원조직법에 규정된 대법원장 임기를 임의 단축하고 대통령이 직접 조 대법원장을 물러나라고 압박을 가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 분립과 대통령의 정치 중립을 위반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 대통령의 헌법 위반 여부를 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양측의 '사생결단' 대결 상황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진행된 이재명 정부 첫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당정을 향해 "이재명 정권은 존재감, 양심, 진심이 없는 3무 정권이다. 또 민주당은 언론 때려잡기, 검찰 해체, 사법부 흔들기 각종 개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지금 민주당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이재명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민주당은 "대선 불복"이라고 항의했고,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은 정당 해산 이외의 대체 가능한 수단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경고했다.

"서로 공격해주면 땡큐"…통합 대신 극단 치닫는 정치
정치권에선 양당이 통합 대신 양극단 대치로 가는 이유로 각자 강성 지지층 목소리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각 당에서 적대적 발언을 통해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잡는 정치가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다는 분석이다. 양당 수장인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역시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통해 전세를 굳히거나 뒤집고 당대표직에 오를 수 있었다.
실제 강성 진보층의 대표 미디어 권력인 김어준씨의 유튜브 구독자는 223만 명에 달하며, 보수 진영의 새로운 극우 아이콘으로 떠오른 전한길씨 역시 유튜브 구독자 123만 명을 포섭하고 있다. 이처럼 강성층이 팬덤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검찰개혁을 비롯한 각종 입법과제를 속전속결로 처리하라"는 진보 강성층의 요구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만나고 상처받은 아스팔트 우파를 챙겨달라"는 보수 강성층 요구와 절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일각에선 양당 지도부가 윤석열 정권 때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관계처럼 '적대적 공생 시즌2' 구도가 다시금 만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당 지도부가 강경하게 서로를 공격할수록 각자가 당 지지층을 결집시켜 당내 입지를 다질 수 있어서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시사저널에 "국민의힘이 내란의 강을 건너지 않고 취임 100일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며 공격해주면 우리로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략적으로 땡큐"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당이 극단으로 향하는 사이 중도 민심은 더욱 갈 곳을 잃고 해매는 모습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비율은 대선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20%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9월2주차 조사(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1.8%)에선 무당층 비율이 26%로 국민의힘 지지율(24%)보다도 높게 나왔다.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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