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 첫날, 비 온다고 못 탔습니다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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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자, 한강 위의 '대중교통'은 그림처럼 멈췄다.
서울시는 한강버스 정식 운항을 하루 앞둔 17일, 오세훈 서울시장·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등이 함께하는 한강버스 취항식과 탑승식을 계획했다.
서울시는 불과 이틀 전 기자설명회에서 '연간 한강버스 미운항 일수는 최대 20일'이라며, 대중교통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예정대로라면 서울시는 오전 11시께 한강 위를 달리며 "비 오는 날에도 한강버스는 안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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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자, 한강 위의 ‘대중교통’은 그림처럼 멈췄다.
서울시는 한강버스 정식 운항을 하루 앞둔 17일, 오세훈 서울시장·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등이 함께하는 한강버스 취항식과 탑승식을 계획했다. 취항식 행사 이후 한강버스 선착장 7곳 가운데 한 곳인 여의도 선착장에서 세빛섬까지 한강버스를 타며 ‘국내 첫 수상 대중교통’의 탄생을 알리는 자리였다.
그러나 탑승 행사는 시작 전에 취소됐다. 이유는 비였다. 새삼스러운 비도, 갑작스러운 기상 상황도 아니었다. 애초 예보된 비였고, 서울시가 스스로 말하던 ’미운항 조건’(태풍·팔당댐 방류·결빙 등)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취재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뒤늦게 서울시가 내놓은 해명은 “한강 시계가 1㎞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서울시는 이처럼 한강에서 낮은 시계로 선박 운항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횟수는 연평균 4~5회, 1시간 이내라고 밝히면서 “오늘 같은 폭우는 특수한 일이고 급작스러운 폭우가 내리면 인근 선착장으로 피했다가, 비가 개면 다시 운항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들도 이런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불과 이틀 전 기자설명회에서 ‘연간 한강버스 미운항 일수는 최대 20일’이라며, 대중교통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일시 운항 중단은 발표한 미운항 일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루아침에 설명이 달라진 셈이다.

행사 취소 통보 방식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기자단은 행사 시작 40분 전 여의도 선착장행 취재 버스에 탑승한 뒤에야 행사 취소 통보를 받았다. 우중 운항의 안전성을 확인하려던 기자들이 항의하자 “날 좋을 때 취재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기도 했다.
더 뼈아픈 것은 상징이다. 대중교통은 시민의 일상과 함께하는 것이다. 날씨가 좋을 때만 운행한다면 그것은 ‘놀이공원 퍼레이드’일 뿐이다. 시민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길에 올라야 하고, 아이들은 우산을 들고서도 학교에 가야 한다. 대중교통이란 그런 시민들의 삶을 뒷받침하는 발이어야 한다. 하지만 한강버스는 시민의 발이 되지 못했다.
취항식 행사가 끝나자 비는 잦아들었다. 예정대로라면 서울시는 오전 11시께 한강 위를 달리며 “비 오는 날에도 한강버스는 안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회마저 놓쳤다. 남은 것은 한강 위에서의 ‘세레모니’와 그 뒤에 남은 허무뿐이었다. 선착장에 비 오는 날을 대비한 미끄럼 방지 패드조차 없어, 물웅덩이로 미끄러진 건 덤이었다.
한강버스는 분명 새로운 시도다. 하지만 대중교통이란 이름을 달기 위해서라면, ‘보여주기식 쇼윈도 행정’은 벗어나야 한다. 서울시가 진짜로 준비해야 할 것은 사진 속 화려한 장면이 아니라, 비바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안전한 신뢰다. 그렇지 않다면 이 버스는 시민의 발이 아니라, 그저 한강을 스쳐 가는 ‘이벤트용 배’로 남을 것이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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