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퇴출 선수가 네일보다 더 잘 나간다니… 10승 눈앞 역대급 반전, 한국 생각 안 나겠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KIA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해 시즌 마지막을 한국에서 한 에릭 라우어(30·토론토)는 끝내 팀의 재계약 제안을 받지 못했다. 라우어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만약 제안이 있었다면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라는 뜻을 드러냈다.
라우어는 KIA 입단 당시 메이저리그 통산 36승이라는 화려한 경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밀워키에서 뛰던 시절에는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돌던 선수였다. 실제 2022년에는 한 시즌 11승을 거둔, KBO리그에서는 특급 경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KIA의 에이스는 제임스 네일(32)이었고, 라우어는 철저한 2선발 취급을 받았다.
성적을 놓고 보면 할 말은 없었다. KBO리그 적응기가 필요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한창 좋을 때의 구위는 아니었다. “부상 이후 구속과 구위 모두가 떨어졌다”는 기존의 평가를 뒤집을 만한 뭔가는 없었다. 정규시즌 마지막 7경기 등판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하며 재계약에 대한 확실한 명분을 만들지도 못했다. 결국 KIA는 라우어보다 더 좋은 구위를 가진 선수를 찾아 나섰고, 그렇게 아담 올러와 계약하며 라우어를 포기했다.
그런데 그 라우어가 대박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라우어는 한층 더 좋아진 구위를 바탕으로 이제는 토론토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 및 롱릴리프 자원에 구멍이 난 토론토가 라우어를 실험 삼아 콜업했는데 이 기회를 기가 막히게 잘 살렸다. 이후 대체 선발을 거쳐 정식 로테이션에 편입됐고, 최근 불펜에서도 힘을 내고 있다. 그리고 10승 투수로의 복귀가 눈앞이다.

라우어는 17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탬파 조지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 경기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팀의 6-5 승리에 힘을 보탰다. 기록원이 라우어에게 승리 투수를 줬고, 그 결과 시즌 9번째 승리를 수확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호세 베리오스가 2회까지는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4-0으로 앞선 3회 3실점하면서 경기 양상이 복잡해졌다. 토론토가 4회 1점, 5회 1점을 더 도망가 6-3으로 앞선 5회 토론토는 투수 교체를 결정한다. 선발인 베리오스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면서 승리 요건이 날아갔고, 토미 낸스가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왔지만 안타 두 개를 맞으면서 2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자 토론토는 라우어를 세 번째 투수로 올렸다. 라우어는 위기 상황에서 조시 로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팀의 3점 리드를 지켰다. 어떻게 보면 이날 경기의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라우어는 6회에도 마운드를 지키며 안타 두 개를 맞는 등 위기에 몰리기는 했으나 실점하지 않으며 1⅓이닝을 책임졌다. 누구에게 승리투수를 주느냐가 관심이었는데, 기록원은 낸스보다는 라우어가 더 공헌했다고 보고 라우어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라우어는 이날까지 시즌 24경기(선발 15경기)에서 9승2패 평균자책점 3.31의 좋은 성적으로 순항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첫 10승이 눈앞이다. 라우어는 선발 로테이션을 돌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합류한 베테랑 선발 투수 세인 비버가 로테이션에 돌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불펜으로 밀렸다. 이 때문에 승리를 추가하는 속도가 더뎠다. 가장 마지막 승리는 8월 17일 텍사스전(선발 5이닝 1실점)이었는데, 한 달 만에 승리를 거두며 시즌을 눈앞에 뒀다.
어쩌면 자신이 한국에 있을 때 에이스 대접을 받았던 네일보다도 더 큰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라우어는 올해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지만,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새로 계약을 해야 한다. 토론토가 선발 로테이션이 비교적 잘 돌아가고 있으나 라우어를 그냥 포기하기는 아깝다. 내년에는 어느 팀과 계약하든 연봉이 대폭 인상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라우어는 올해 메이저리그에 뛰면 220만 달러의 연봉을 받기로 계약했다. 시즌 초 마이너리그에서 뛴 기간을 제외하면 올해 약 18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더 큰 대박이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 연봉 총액 상한제가 있어 한 선수에게 연봉 200만 달러를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한국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에서는 못 받았을 대우를 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어쩌면 내년에는 네일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도 있다. 기가 막힌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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