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도 돈 벌 임자는 따로 있다

박정환 기자 2025. 9. 17. 10: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화 남단 경자구역 지정과 동주농장
▲ 강화 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 대상지로 꼽히는 길상면 선두리 주변 갯벌마을 전경. /사진제공=강화군

꿈틀거리는 땅값

2025년 9월 11일 오후 4시 인천경제자유구역(강화 남단) 신규(확대) 지정 대상지로 떠오르는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에서 몇 발자국 비켜난 분오리 저수지 인근.

"요즘 사장님처럼 땅 시세를 알아보려는 분들이 숱하게 찾아와요." 해안남로 언덕배기서 요깃거리를 파는 가게 주인장이 능숙하게 맞는다.

"요 (언덕바지) 아래로 도로 따라(3.5㎞ 정도)가다 보면 '길화교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곳이 옹진군 북도면 신도를 잇는 다리의 IC(나들목) 자리라네요." 주인장은 동네 여기저기서 떠도는 소문을 깨알같이 전했다.

"땅 보러 온 외지인은 건물이 들어앉은 자리를 굳이 찾아요. 이 동네 땅은 대개 보전관리지역이라 여간해선 건축허가가 나지 않거든요." 기세가 오른 주인장은 한술 더 뜬다.

"도로 아래 바로 보이는 집 한 채 있죠. 대지가 300평 정도 되는데 6억 원에 나왔어요. 아직 복덕방(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놓지 않은 물건이에요." 주인장은 건물이 서 있는 대지라고 강조하며 3.3㎡당 200만 원이면 괜찮은 조건의 땅이라고 귀띔했다.

주인장이 가리킨 땅(보전관리지역)은 892㎡에 2012년 7월 사용승인이 난 철근콘크리트구조의 단독주택에 1종 근린생활시설이 딸린 2층(연면적 186.8㎡)짜리 건물이 서 있다.

이 터의 공시지가는 3.3㎡당 47만3900만 원이지만, 부르는 값은 4.2배나 비싸다.

2022년(공시지가 3.3㎡당 50만8900원)을 정점으로 한풀 꺾여 내림세로 돌아선 부동산 거래가가 한껏 부풀어 오를 기미다.
▲ 2025년 4월 4일 송도G타워 대강당에서 열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기업인 초청 강화남단 설명회'에 참석한 기업인이 배포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경제청

"문제는 입주 수요야"

강화 남단 경제자유구역 신규 지정 얘기가 나오면서 길상면 선두리와 화도면 사기리 땅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강화 남단(강화국제도시) 개발계획(안)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경제자유구역 자문회의'를 한 차례 더 거친 뒤 올해 연말 경제자유구역 지정 신청할 계획이다"라고 17일 밝혔다.

인천경제청은 그동안 4차례의 경자구역 자문회의를 받았다.

올해 연말 지정 신청할 강화 남단 대상지는 길상면 선두리와 화도면 사기리 일대 6.32㎢(192만평)이다.
▲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신규 지정 사업 대상지 위치도

지난해 8월 인천경제청이 공고한 강화 남단 경자구역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지 9.9㎢(300만평)보다 37% 정도 줄었다.

당초 경자구역 지정 대상지에 포함됐던 양도면 길정리 일대 3.58㎢(108만평)가 빠진 것이다. 거듭된 경자구역 자문회의 자문 결과였다.

자문회의 과정에서 강화 남단 경자구역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의 제기됐다. 시들한 입주 수요가 경자구역 확대에 발목을 잡은 것이다.

강화 남단 경자구역 개발방식은 수용방식이다. 총사업비 3조2000억 원을 투입해 전체 터 중 70%에 이르는 사유지를 사들여 개발한다는 게 인천경제청의 기본 방향이다. 예외적으로 민간 토지주와의 지주 공동사업의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인천경제청은 설명한다.

인천경제청은 경자구역으로 조성한 땅을 팔아 수익을 남겨야 한다. 그러자면 땅을 사서 고르기 전 입주의향이 있는 사업자를 어느 정도(민간 산업단지 조성사업의 경우 40% 이상) 쥐고 있어야 한다.
▲ 2025년 3월 31일 윤원석(사진 앞쪽 가운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강화남단 경자구역 지정 대상지를 둘러보며 박용철(사진 맨 왼쪽) 강화군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강화군

점점 좁아진 경자구역

2015년 강화경제자유구역프로젝트매니지먼트㈜는 화도면·길상면·양도면 등지 강화 남단 9.04㎢에 메디시티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강화 메디시티 개발사업 뒷배는 미국 뉴저지주의 부동산 개발전문 기업인 파나핀토 프로퍼티즈㈜였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2017년 11월 15일 미국 현지에서 이 회사 조셉 파나핀토 회장과 자회사인 '파나핀토 글로벌 파트너스' 조셉 파나핀토 주니어 등과 함께 강화 남단 메디시티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영종∼강화 간 대교 건설비를 포함해 2조2190억 원을 들여 2020년까지 병원과 대학을 중심의 바이오 의료산업과 연구시설, 메디컬 호텔 등 의료 관광시설을 유치한다는 전략이었다. 고급 주거단지와 18홀 골프장, 테마파크도 꾸밀 계획이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15분이면 닿아 경자구역인 송도국제도시보다 빠른 접근성을 경쟁력으로 삼았다.

호기롭게 출발한 강화경제자유구역프로젝트매니지먼트㈜의 메디시티 개발사업은 '없던 일'이 됐다. 옹진군 북도면 신도∼강화 남단 대교 건설도 감감무소식이다.  

'뉴 홍콩시티 프로젝트'로 시작된 강화 남단 경자구역 지정 대상지는 확대와 신규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쪼그라들었다.

인천경제청은 2023년 6월 수도권매립지 16.85㎢(510만평)를 포함한 북부권 경자구역 지정을 위한 용역에 착수하면서 강화 남단 대상 면적을 18.92㎢(573만평)로 잡았다.

2024년 용역 과정에서 강화 남단 추가지정 대상지는 총 20.26㎢(614만평)로 늘었다. 1단계 10.03㎢, 2단계 10.23㎢이었다, 청라국제도시(17.80㎢)보다도 넓었다.

경자구역 지정 대상지에서 수도권매립지가 아예 빠지고, 강화 남단은 당초 계획면적의 31.3%로 줄었다. 수도권매립지는 폐기물처리시설이라 제외됐고, 축소된 강화 남단은 역시 입주 수요가 문제였다.
▲ 2025년 1월 16일 송도국제도시 경원재 앰버서더 인천에서 연 인천경제청의 '글로벌 화훼 아시아 허브 조성 전략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경제청

꽃이 강화 남단 살린다?

지난 1월 16일 인천경제청은 '글로벌 화훼 아시아 허브 조성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경자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강화 남단을 염두에 둔 행사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산업자원부, 인천시, 강화군, 인천경제청 발전자문위원, 인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농어촌공사, 산업계 및 학계 전문가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인천경제청은 네덜란드 가든 센터·화훼유통센터 설계·디자인 분야 전문 기업인 가든 센터 어드바이스 사의 투자의향서(LOI)를 전달받았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경자구역인 청라국제도시 안에 화훼산업단지 10만㎡를 포함해 친환경복합단지 41만5000㎡를 갖고 있다.

공사는 6천355억 원에 지금의 청라국제도시인 동아건설산업㈜의 김포간척지(12.2㎢)를 사들인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시 등에 팔고 남은 땅이다.

공사의 화훼산업단지는 아직도 나대지로 남아있다. 강화 남단 화훼 허브 조성이 성공할 수 있을지 고개가 갸우뚱거리는 대목이다.
▲ 강화 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 대상지 6.32㎢ 중 40%를 차지한 동주물산㈜의 동주농장 전경. /인천일보DB

최대 수혜 동주농장…두루미는

강화 남단 6.32㎢가 경자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전체 40%는 동주물산㈜의 동주농장 땅이다.

2004년 4월 설립된 동주물산은 길상면 선두리와 화도면 사기리 일대 농지 330만여㎡(100만평)를 소유한 농업회사법인이다. 농업진흥구역인 동주농장의 공시지가는 3.3㎡당 9만4700원 선이다.

동주물산의 지분 49%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한국민속촌을 운영하는 조원관광진흥㈜의 것이다.

조원관광진흥은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오라카이송도파크호텔의 주인이기도 하다. 2012년 10월 인천도시공사 소유였던 송도파크호텔을 641억 원에 샀다.

동주물산의 대표는 고(故) 육영수 여사의 조카사위의 아들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의 장남이다.

동주농장은 천연기념물 제202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된 겨울 철새 두루미의 쉼터다.

인천두루미네트워크가 모니터링하던 중 2024년 12월 13일에 동주농장에서 두루미 7개체를 발견하고 동주농장 측의 보호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강화 두루미는 동검도 주변과 선두리, 영종도 북단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한다. 경자구역으로 지정될 때 두루미 등 철새 대체서식지 조성이 필요한 이유다.
▲ 지난 8월 27일 국회에서 박용철 강화군수가 옹진군·가평군·연천군 등 3개 자치단체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강화경자구역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강화군

인구감소 위기 대안

박용철 강화군수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옹진군·가평군·연천군 등 3개 자치단체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구감소 위기 극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강화경자구역 지정'과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을 제1 과제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국가사업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시의회 윤재상 의원(강화군)도 지난 4일 열린 제303회 임시회 2차 본회의 시정 질의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 강화 남단 지정은 강화군이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라며 힘을 실었다.

인천경제청이 올해 연말까지 산업부에 강화 남단 경자구역 지정 신청을 한다니 두고 볼 일이다.

/박정환 대기자 hi21@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