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온 편지 “저는 네 아이의 아버지이자 기자입니다”

가자·무함마드 사이드 알카티브 2025. 9. 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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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일이 넘는 동안 저는 제 가족과 함께 안전한 음식도, 깨끗한 물도, 안정적인 주거도 없는 혹독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취재에 나설 때면 두 갈림길 앞에서 묻습니다.
무함마드 사이드 알카티브 기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네 아이. ⓒ무함마드 사이드 알카티브

〈시사IN〉은 한국의 활동 단체인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을 통해 가자지구에 있는 언론인의 기고문을 받았다. 무함마드 사이드 알카티브 기자(42)는 인스타그램 계정(@alkhatibmohmmed) 등을 통해 비인도적인 전쟁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저는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전쟁이 시작된 뒤 아내와 네 아이(사바, 후세인, 줄리아, 하산)와 함께 수차례 피난을 거듭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팔레스타인 가족이 겪고 있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1982년 11월26일에 태어난 저는, 전쟁 발발 이후 일곱 번이나 거처를 옮겼습니다. 집은 파괴되었고 가진 것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임시 거처와 천막을 오가며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삶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아이들은 교육도, 의료도, 깨끗한 물도, 제대로 된 음식도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염병은 언제나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는 한때 파워리프팅(바벨을 들어 올려 그 무게를 겨루는 스포츠) 선수이자 운동선수였습니다. 몸무게가 143㎏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부족과 기아로 현재 몸무게는 무려 53㎏이나 줄어, 현재 90㎏입니다. 이것은 결코 건강한 변화가 아니라 기아와 영양실조의 결과입니다. 굶주림은 제 몸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음식을 구하려고 긴 줄에 서지만, 며칠 버티기도 힘든 양을 겨우 얻습니다. 빈손으로 돌아온 날에는 아이들과 함께 굶어야 했습니다. 상한 쌀, 벌레가 득실거리는 밀가루,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은 그래도 배고픔을 달래주는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빵 한 덩이를 네 등분해 아이들 손에 쥐여줘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막내 하산은 고작 두 살입니다.

우유도, 기저귀도, 건강한 음식도

물은 더 큰 문제입니다. 단지 물 1L를 얻는 일조차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이 되었습니다. 정화되지 않은 물을 마시거나, 폭격 위험이 있는 지역에서 물을 길어야 했습니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위험한 폐허 속에서 나무를 주워 불을 지펴야 합니다.

두 살배기 하산은 심각한 영양실조와 비타민 결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유도, 기저귀도, 건강한 음식도 구하기 어렵습니다. 처음으로 사탕이란 것을 입에 넣었을 때, 하산은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며 놀라워했습니다. 저는 제 생명보다 아이들 앞에 펼쳐질 삶이 더 두렵습니다. 굶주림과 질병이 아이들을 잠식해가는 현실은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

저의 고통은 굶주림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폭격으로 생긴 먼지와 오염 때문에 호흡기 발작과 폐렴에 걸렸습니다. 끊임없는 폭발음과 전투기 소음은 우리를 짓누르는 죽음의 소음입니다. 아이들과 저 모두 씻을 물과 세안제가 부족해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혹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기자로서 전쟁범죄와 파괴, 살해의 장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마다 미지의 세계로 나서는 것 같습니다. 매일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하지만, 팔레스타인인 기자들을 직접적인 표적 살해 위협에서 보호해줄 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함마드 사이드 알카티브 기자(맨 오른쪽)가 ‘프레스’라고 적힌 방탄조끼를 입고 동료 기자들과 서 있다. ⓒ무함마드 사이드 알카티브 

기자 수백 명이 취재를 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지금까지 기자 약 247명이 살해되었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때는, 동료들의 아이들이 취재 중 목숨을 잃은 부모를 두고 울부짖는 장면을 보는 것입니다. 그럴 때 저는 늘 두 갈림길 앞에서 묻습니다. “진실을 전해야 하는가, 아니면 목숨을 지켜야 하는가.”

696일이 넘는 동안, 저는 제 가족과 함께 안전한 음식도, 깨끗한 물도, 안정적인 주거도 없는 혹독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때 제가 살던 자흐라시는 가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저는 지금 데이르 알발라흐에서 피난민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끝없는 상실의 기억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들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 안전한 음식, 교육,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우리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음식도, 물도, 약도, 안전한 피난처도 없습니다. 제 아이들은 미래도, 희망도, 삶도 없이 천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저와 동료 기자들이 하는 일은 항상 의도적 공격의 대상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카메라를 들고 진실을 전할 것입니다.

저는 언젠가 아이들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배움과 평화, 안전 속에서 자라날 수 있는 밝은 세상 말입니다. 아이들의 목숨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그들에게 존엄한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 번역: 박이랑

무함마드 사이드 알카티브 기자가 네 아이와 찍은 사진. ⓒ무함마드 사이드 알카티브

 

가자·무함마드 사이드 알카티브(프리랜서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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