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매치' 벌이는 비만치료제 - 위고비 vs 마운자로

유시혁 기자 2025. 9.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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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지난 8월 새로운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도 국내 처방을 시작하면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두 비만치료제의 성분, 체중 감량 효과, 가격을 비교해봤다.

[우먼센스] 작년 10월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출시되면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요동쳤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비만치료제 시장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커졌고, 위고비는 출시 6개월 만에 70% 초반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 8월 21일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국내에 입성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은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마운자로는 위고비에 비해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다고 알려지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위고비는 약값을 최대 40% 낮추며 수성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닮은 듯 다르다. 둘 다 주 1회 자가 주사(펜 주사)로 투여한다.당뇨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비만 효과가 뛰어나 비만치료제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 받는 것도 동일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을 함께 쓰고 있다. GLP-1은 뇌에 "그만 먹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고, 위에서 음식물 배출을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며,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도와 식후 혈당 증가를 줄인다. 마운자로는 GLP-1에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 성분을 더했다. GIP는 식후 인슐린 분비량을 한 번 더 늘리고 지방 연소를 도우며 뇌 식욕 증진 회로에 브레이크를 건다.

체중 감량 효과는?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감량 효과를 비교한 연구들에서 마운자로가 일관성 있게 위고비를 앞서고 있다. 세계적 권위의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위고비는 2.4mg 용량을 68주간 투여했을 때 14.9%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마운자로는 72주간 투여 시 용량 5mg에서 15%, 10mg 19.5%, 15mg 20.9%의 체중 감량을 보였다.

최근 임상 연구에서 마운자로 투여군은 평균 체중의 20.2%를, 위고비 투여군은 13.7%를 감량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마운자로 15mg 사용 시 평균 22.5% 체중 감량이 보고돼 위고비의 14.9% 감량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어떻게 사용하나

위고비는 주당 0.25mg으로 시작해 4주 간격으로 주사제 용량을 늘이며, 보통 1.7mg 또는 2.4mg에서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환자마다 사용 용량이 다르다"며 "고도비만에 최저 용량을 쓰기도 하고, 고도비만이 아니지만 최고 용량을 사용해도 효과가 적은 환자가 있다"라고 말했다.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해 1년에 체중 10~15% 감량을 목표로 한다. 마운자로는 주당 2.5mg으로 시작해 4주 간격으로 5mg→7.5mg→10mg→12.5mg→15mg까지 용량을 단계적으로 올린다.

가격 할인 경쟁 중

위고비는 마운자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공급가를 용량에 따라 10~42% 인하했다. 특히 초기 0.25mg 구간 인하 폭이 가장 커 4회분 시중가는 20만 원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반면 유지 용량인 2.4mg은 인하 폭이 작아 39만 원 이상이다. 마운자로는 최저 용량인 2.5mg의 4회분 시중가는 27~28만 원으로 위고비에 비해 비싸다. 5mg은 30만 원 이상이며, 7.5mg 이상 용량의 주사제는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작용과 주의할 점

두 주사제 모두 위장관 증상이 가장 흔하다. 메스꺼움, 더부룩함, 속쓰림, 트림, 구토, 설사,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적은 용량부터 시작해 천천히 용량을 늘이고, 탄산이나 기름진 음식, 폭음은 피하라고 의사들을 권고한다. 갑상선 수질암의 개인력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사용을 금하고 급성 췌장염을 앓았던 환자에게는 주의하며, 중증의 위장관 질환이 있어도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또한 BMI가 정상임에도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불법·비정상 유통 제품과 기구는 성분 불명, 보관 실패, 감염 위험이 크므로 피해야 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살 빼는 주사'인 동시에 전문의 처방약이다. 주 1회 스케줄, 증량 속도, 유지·중단 시점은 의사가 짠 계획을 따라가야 한다. 진료실에서는 체중, 허리둘레, 혈압, 혈당 등을 4~8주 간격으로 점검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증량을 보류하거나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임신 계획이 있으면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식이 관리와 운동을 병행해야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는 약을 사용 중일 때만 효과가 있다. 멈추면 몸은 원래 궤도로 빨리 되돌아가려 한다. '항상성의 법칙' 때문이다. 두 주사제는 '다이어트를 쉽게 도와주는' 역할일 뿐, '만능약'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페이스 유지가 중요하다. 단기 스퍼트로 한 방을 노리다가 중단하면 꺾인 그래프는 다시 상승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약으로 체중을 15~20% 줄인다는 건 획기적인 일이지만, 식단 관리와 정상적인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두 주사제의 놀라운 감량 수치는 약뿐 아니라 일정한 신체 활동을 병행했을 때의 결과다. 따라서 약을 사용할 때도 일정 수준의 신체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이지원 교수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는 기존 비만치료제에 비해 감량 효과가 크고 혈당 조절이나 심혈관 위험을 낮추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비만치료제와 비슷하게 운동과 식이요법 없이 약물에만 의존할 경우 체지방보다는 근육 손실이 크고 약 사용을 중단하면 체지방이 늘어나는 요요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치료제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약물 중단 이후에도 주 2회 이상 근력 운동과 15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 및 식이 조절을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쎄고 편리한 비만치료제 나온다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인 비만치료제의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비만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레타트루타이드다. 이 약은 마운자로의 GLP-1과 GIP에 글루카곤까지 더한 삼중 작용제로 임상시험에서 20%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국내 한미약품도 GLP-1, GIP, 글루카곤 삼중 작용제를 임상시험 중인데, 고도비만 환자의 체중을 25%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최근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발표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아미크레틴은 GLP-1과 아밀린 이중 작용제로, 임상 3상 단계로 상업화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먹는 비만치료제도 등장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 같은 GLP-1 같은 경구용 비만치료제도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일라이 릴리도 GLP-1 계열의 경구용 제제 오르포글리프론에 대한 임상 3상 연구 결과, 최대 용량 72주 복용에 평균 12.4%의 체중 감량을 보였다고 최근 발표했다.

CREDIT INFO

취재 김용준(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ㆍ한국릴리 마운자로 사용설명서 영상 화면 캡쳐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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