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야기] 고요하고 은밀하게 다가오는 안개의 위협
육해공 등 모든 교통수단에 영향 줘
피해예방 인프라 확대·정보 제공 노력

무더운 폭염과 요란한 비로 우리를 괴롭히던 여름이 차츰 물러나고, 잔잔한 가을이 맑고 푸른 하늘, 선선한 공기와 함께 우리 곁에 왔다. 길었던 여름을 보내고 마주하는 가을이 참 반갑지만, 마음을 아주 놓을 수는 없다. 맑은 날씨와 쌀쌀한 아침이 만드는 안개가 고요하고 은밀하게 우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기상(비, 눈, 안개)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 중 안개로 인한 사고의 사망률은 6.9%로, 비(1.8%)나 눈(1.7%)보다 4배가량 높았다. 또한 같은 기간에 기상으로 인한 해상 조난사고는 1천868건 발생했는데, 그중 안개 때문에 발생한 조난사고가 408건(22%)을 차지했다. 이처럼 안개는 교통안전에 있어서 매우 위험한 요인으로 작용하며, 항공기 지연·결항, 산업 현장 작업자의 시야 확보 저하 등 육상·해상·항공 등 모든 교통수단에 영향을 주는 기상현상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서는 안개를 '수상에 의해 수평시정이 1㎞ 미만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안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핵을 중심으로 응결해서 성장하게 되면 발생하며, 그것이 지면에 접해 있으면 안개, 하늘에 떠 있으면 구름으로 구분된다. 또한, 지형이나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구름이 되기도 하고 안개가 되기도 한다.
안개는 냉각에 의해 형성되는 냉각안개와 증발하여 만들어지는 증발안개로 분류된다. 냉각안개는 지면과 접해 있는 공기층 온도가 냉각되어 이슬점 이하가 되면 만들어지는 안개로, 그 종류로는 복사안개, 이류안개, 활승안개가 있다. 복사안개는 땅안개라고도 불리며, 날씨가 맑고 바람이 약한 날 지표의 냉각으로 형성된다. 대체로 육상에서 복사냉각이 심한 가을과 겨울철에 많이 나타난다. 이류안개는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가 차가운 지면 위로 이동할 때 형성되며, 해상에서 만들어진 안개는 대부분 이류안개에 속하고 이를 해무라고 한다. 활승안개는 습윤한 공기가 완만한 산의 경사면을 따라 상승할 때 만들어지는데, 산안개 대부분이 활승안개이며 바람이 강해도 만들어질 수 있다.
증발안개는 온난한 수면에서 찬 공기로 수증기가 증발할 때 형성되며, 증기안개와 전선안개가 증발안개에 해당한다. 증기안개는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수면 위를 이동할 때 형성되며, 중위도 지방에서는 늦은 가을에 호수나 강 부근에서 잘 발생한다. 전선안개는 전선면 부근의 강수 지역에서 증발로 인해 형성된다.
날이 갈수록 교통량과 물동량이 늘어남에 따라, 안개로 인한 피해 규모 또한 대형화되는 추세이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짙은 안개가 예상될 때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상세안개정보 서비스를 통해 안개다발구간과 안개 예상 지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항행 및 교통안전을 지원하고자, 해양수산부와 협업으로 주요 여객 항로, 안개 다발 지역에 해양안개관측장비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2019년 전남권 25소, 2020년 인천·경기권 25소, 2021년 충청·전북권 25소, 2022년 경북·경남·강원·제주권 25소를 설치했다. 전국 각지에 설치한 해양안개관측장비로 관측한 10분 단위 가시거리 자료와 영상촬영장비로 촬영한 10분 단위 현장 안개 사진 자료를 해양기상정보포털에 제공함으로써, 여객과 선박의 해무로 인한 해양 사고 피해 경감 및 안전한 해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고속도로 위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도로기상관측망을 2022년 1개 노선·24개소를 시작으로 2024년까지 총 7개 노선·259개소를 설치했고, 올해도 5개 노선에 107개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도로기상관측장비에서 관측된 시정과 노면 상태 등은 민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운전자 차량의 내비게이션에 실시간으로 도로위험정보를 알려주는 데 활용된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정보센터(ITS)와 한국도로공사 교통안내시스템(VMS 등)에도 도로위험 기상정보를 제공하여, 안개나 도로살얼음 등 기상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개는 집중호우나 강풍 등 다른 위험기상과는 다르게 고요하고 은밀하게 다가와 생명을 위협하는 기상현상이다. 기상청은 안개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관측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기상청의 안개 정보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길을 밝히는 등대이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미선 기상청장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