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딸기농사는 접었습니다”…희망 잃고 빚만 남았다

박하늘 기자 2025. 9.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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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호우에 비닐하우스가 몽땅 쓸려가삐가 올해 딸기농사는 진작에 접었십니다. 당장 내년에도 농사짓기 힘들 거 같아가 막막하네예."

유씨는 "남은 시설하우스 2동에서라도 딸기를 기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웃돈을 주고 모종을 구해와 겨우 정식을 마칠 수 있었다"면서 "마을 대부분 농가들이 올해 농사를 포기한 상황이라서 이렇게 정식을 하는 것도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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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 딸기농가는 지금
4900동 중 9.2% 침수피해
파손 심한 380동 농사 포기
돈 빌려 지은 비닐하우스 철거
대출담보 여력 없어 재기 막막
시설복구 농가 모종 생육 저하
정식 지연돼 수확기 가격 걱정
군 “생산량·농가소득↓” 전망
경남 산청 딸기농가 유진형씨가 자신의 비닐하우스가 있던 곳을 가리키고 있다. 여전히 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고 하우스 잔해가 남아 있다.

“극한호우에 비닐하우스가 몽땅 쓸려가삐가 올해 딸기농사는 진작에 접었십니다. 당장 내년에도 농사짓기 힘들 거 같아가 막막하네예.”

딸기 주산지 중 한곳인 경남 산청군 신안면. 예년이었으면 막바지 딸기 아주심기(정식)가 한창이었을 시기지만 12일 오후 2시 이곳은 사람도 차량도 비닐하우스도 모두 사라져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지난 7월 극한호우로 파손되고 소실된 비닐하우스 수백동이 철거되고 많은 농가들이 아예 농사를 접었기 때문이다.

청년창업농인 유창윤씨(32)는 지난해 3억원을 대출받아 처음으로 자신 소유의 딸기하우스 4동을 지었지만, 지난번 수해로 모든 시설이 소실됐다. 첫 수확의 기쁨을 맛보자마자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것이다. 유씨는 “내년 농사를 지으려면 올해 안에는 공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비용을 마련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담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생계를 이어갈 방법도 없어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유진형씨(61)는 17년 전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시설하우스 2동으로 딸기농사를 시작했다. 성실하게 농사를 짓다보니 지난해 딸기하우스 수가 27동까지 늘었다. 하지만 지난 극한호우로 25동의 하우스가 물에 떠내려갔다. 처음 농사를 시작했던 때처럼 2동만 남았다.

산청군에 따르면 관내 딸기 비닐하우스 4900동 중 9.2%에 해당하는 450동이 침수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380동의 비닐하우스는 올해 아예 농사를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시설하우스가 파손되지 않은 농가들도 농사 재개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주변의 도움으로 시설 복구는 했지만 정식이 쉽지 않아서다. 극한호우로 하우스 내부에 흙탕물이 차면서 습도가 높아지고 유해균이 침투하면서 키우던 모종의 생육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모종을 새로 구하느라 동분서주한 농가도 많다. 그동안 적지 않은 농가가 자가 육묘를 통해 본인의 시설하우스 환경에 최적화한 모종을 확보해왔지만 수해로 모두 소실됐기 때문이다.

유씨는 “남은 시설하우스 2동에서라도 딸기를 기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웃돈을 주고 모종을 구해와 겨우 정식을 마칠 수 있었다”면서 “마을 대부분 농가들이 올해 농사를 포기한 상황이라서 이렇게 정식을 하는 것도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시천면에서 26년째 딸기농사를 지어온 손정모씨(60)는 “예년 대비 1주일 이상 정식이 늦어지고, 주변에서도 아직 정식을 못한 농가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재배면적 감소에 정식 지연까지 겹치면서 군 전체 생산량 감소와 농가소득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청군농업기술센터 담당자는 “농사를 포기한 분들도 제법 있는 데다 다른 곳에서 모종을 사온 농가도 많기 때문에 올해 전체 생산량은 아무래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수용 산청군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소장은 “정식 시기가 늦어지면 첫 수확 시기도 늦어지게 된다”면서 “딸기가 처음 출하되는 11∼12월에 가격이 가장 높은데 수확이 늦어지면 높은 가격을 받는 시기를 놓치기 때문에 농가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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