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우 취약 반지하 없앤다더니… SH, 실적 부풀리고 사업 지지부진

문지수 2025. 9. 1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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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서울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 살던 세 모녀가 목숨을 잃었다.

이에 서울시는 주거용 반지하를 없애겠다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통해 반지하 주택을 매입한 뒤 새로 짓거나 기존 지하층을 비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대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고 그해 10월 본격 시행했다.

신축은 SH가 반지하 노후 주택을 매입해 철거한 뒤 반지하 없는 주택을 새로 짓는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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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관악구 '세 모녀 반지하 참사' 이후
"반지하 없앨 것" 공언에… SH 사업 시행
반지하 없는 주택 새로 짓고, 실적에 포함
기축 매입 성과도 저조, 목표치의 30%대
2022년 폭우에 따른 침수로 세 모녀가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 이후 서울시는 주거용 반지하를 없애겠다며 '반지하 주택 매입 사업'을 시행했으나 실적이 저조한 데다 실적 부풀리기 의혹까지 불거졌다. 문지수 기자

2022년 8월 서울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 살던 세 모녀가 목숨을 잃었다. 이에 서울시는 주거용 반지하를 없애겠다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통해 반지하 주택을 매입한 뒤 새로 짓거나 기존 지하층을 비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대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고 그해 10월 본격 시행했다. 그러나 3년째인 올해 7월까지 반지하 매입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SH가 국회에 제출한 실적 자료엔 반지하가 없는 주택들까지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반지하 매입 실적 35% 반지하 없는 매물

2023~2025년 7월 반지하 주택 매입 목표 및 실제 매입 호수. 그래픽=이지원 기자

16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달 SH를 통해 제출받은 '반지하 주택 매입 현황 자료'를 살펴보니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반지하 매입 목표치는 1만2,251호, 실제 매입은 4,591호였다. 목표치의 40%에도 못 미친다. 더 황당한 건 매입 호수의 35.4%(1,624호)가 반지하 없는 주택이라는 사실이다.

해당 사업은 반지하 주택 보유 집주인의 사업 신청→SH의 서류 심사·심의→감정평가 후 가격 선정→조건에 동의하는 집주인과 SH가 계약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사업 유형은 ①기축 주택 ②철거 후 신축 약정(신축) 두 가지다.

기축은 기존 반지하 주택을 SH가 사들여 폐쇄하거나 비주거용으로 개조해 관리하는 유형으로, 서울시 반지하 예산이 투입된다. 신축은 SH가 반지하 노후 주택을 매입해 철거한 뒤 반지하 없는 주택을 새로 짓는 유형이다. 반지하 예산이 들어가지 않지만 반지하 멸실 효과가 있어 실적 집계에 넣는다는 게 SH 측 설명이다.

그런데 신축을 위해 SH가 매입한 주택 2,710호 중 반지하가 있는 주택은 1,086호(40.1%)에 불과해 논란이다. 나머지 1,624호(59.9%)는 반지하 없는 주택을 철거한 뒤 새 건물을 지어놓고 국회에 제출할 때 실적에 담았다. 기축 포함 전체 매입 호수(4,591호)로 따져도 35.4%가 '허수'다.

SH는 규정이 바뀌는 과정에서 혼동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세 모녀 반지하 참사가 났던 해인 2022년 12월 반지하 매입 공고를 냈을 때 신축은 기축과 마찬가지로 반지하 주택만 신청 가능했다. 그러나 신청 건수가 너무 낮아 이듬해 5월부터 신축에 한해 반지하는 필수가 아닌 우대 조건으로 바뀌었는데 집계는 이전 방식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의 문제 제기에 SH는 뒤늦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 최근(이달) 산정 방식을 수정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신축 매입 실적에서 철거 반지하 호수만 집계하겠다고 덧붙였다.


반지하 주택 예산 불용률도 70%

2022년 폭우에 따른 침수로 세 모녀가 사망한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이 반지하 주택을 매입했으나 사용 용도가 확정되지 않아 공실로 관리되고 있다. 독자 제공

신축의 실적 부풀리기 의혹과 별개로 반지하 예산이 쓰이는 기축 성과도 저조하다. 실제 매입은 1,881호로 목표 호수(5,755호)의 32.7%에 불과했다. 특히 2023, 2024년에는 예산 불용률이 각각 70%에 달했다. SH 측은 "신청 건수가 적고 방을 쪼개놓은 불법 건축물 등이 많아 살 수 있는 매물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상기후 탓에 매년 여름 극한호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연희 의원은 "실적 부풀리기와 저조한 집행률은 시민 안전과 주거 복지를 외면한 보여주기식 행정의 결과"라며 "투명하고 실효성 있는 추진을 위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이 가장 많이 밀집한 곳이다. 구체적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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