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탄핵 가능할까? 전문가들 "헌법 위반 입증 어려워" 회의적
이재명 대통령 파기환송이 탄핵 사유?
학계 "권한남용 성립 자체가 불가능"
대법원장 탄핵 사례는 선진국서 '전무'
사법개혁 속도전 방어할 역할론만 강화

여권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카드'까지 꺼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정치적 전략이 될 순 있지만 헌정 질서의 문턱을 넘기에는 법적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여권의 강수가 오히려 사법개혁 논의를 왜곡시키고, 내란 재판 일정을 지연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탄핵이 인용되려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의 명확한 입증이 필요하다. 법관의 경우 △재판 독립 침해 △직권 남용 △뇌물 등 부패 행위 △정치적 중립 의무의 심각한 위반 △직무상 의무 태만 등이 요건이 될 수 있다. 2021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은 퇴직 상태라는 이유로 각하됐지만, 일부 헌재재판관은 "다른 법관의 재판 독립을 침해했다"는 점을 중대한 위헌 행위로 지적하기도 했다.

여권은 '내란특별(전담)재판부' 설치를 주장하며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에 대한 조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다. "지귀연 부장판사 교체가 최소한의 성의 있는 조치"라며 이를 지켜본 뒤 법안 처리와 탄핵 카드를 검토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에게 '내란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며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우선 '재판의 고의적 지연'을 입증할 근거가 마땅찮다. 주 3, 4회 관련 재판이 열리고 있고, 특검과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인신문 일정도 빽빽하다. '고의 지연'이 인정된다고 해도, 이는 대법원장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사법 행정 책임에 해당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사적 의도나 이해관계, 뇌물수수 등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면 권한남용이 성립하겠지만, 단순히 재판 지연 등을 이유로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법리적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 행정에 개입해 재판부를 교체하면 권한남용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게 다수 법관의 견해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미 배당된 사건을 법적 근거도 없이 다른 재판부로 돌린다면 어떤 판사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결정도 탄핵 사유는 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대다수 견해다. 판결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으나, 재판 과정에서 중대한 직권남용이 드러난 게 아니라면 헌재가 이를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탄핵이 인용되려면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위법이 입증돼야 한다"며 "판결이 석연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대법원장을 파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진국에선 대법원장이 탄핵된 전례가 없다. 파키스탄에서 2007년 해임됐던 대법원장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 끝에 2009년 복직했고, 스리랑카에서 탄핵으로 물러난 대법원장이 2015년 정권 교체 후 복귀한 사례가 있는 정도다.
여권의 대법원장 사퇴 압박 카드는 법관들 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노골적 압박이 오히려 조 대법원장이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역할론만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관들 사이에선 △대법원의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에 대해 비판적 평가도 적지 않았지만, 정치권 분위기가 '대법원장 몰아내기'로 인식되면서 "사법개혁 속도전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짙어졌다.

법관들이 가장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은 △이재명 정부 임기 내 대법관의 갑작스러운 증원 △정당 추천 인사의 법관 평가 관련 법안이 추석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을 갑자기 증원하려면 1·2심 법원 두 곳을 폐쇄해 재판연구관을 늘려야 하는데, 연구관 없이 대법관만 늘리면 된다는 논리가 국회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허수아비 대법관을 세우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며 "바람직한 사법 제도 개선을 위해 사법부 수뇌부가 제 위치에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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