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신냉전… 트럼프 변덕에 신뢰 힘들어도, 한미 동맹 심화해야”
<7> 코헤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지금 세계는 마치 냉전 시대처럼 서방국과 반(反)서방국이 서로에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하고 변덕스러운 행동으로 미국을 신뢰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 돼가고 있습니다.”
국제정치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버트 코헤인(84)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3일과 15일 본지와 가진 화상 및 추가 서면 인터뷰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 형성된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반서방 진영이 총집결한 직후 이뤄졌다. 그는 중·러·북이 밀착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전략적 동맹이 현재 상황을 풀어나가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강경 정책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의 또 다른 사례”라고 했다.
-반서방, 반미 국가가 결집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정부 시절 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미국은 이전보다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었지만 그래도 국제 질서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질서가 무너지고 있고 이는 미국 정부의 책임이 크다. 국제 질서는 국가들 사이 안정적인 권력 분포와 규범을 뒷받침하는 제도에 기반을 둔다. 현재 미국은 불확실하고 변덕스러운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신뢰하려고 해도, 미 정부는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의 정책을 취하고 사람들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며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조지아주 사태도 그 연장선인가.
“세계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본인들의 정책에 대한 부작용이 명백해질 때까지 그 영향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일은 한미 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는 국경을 넘어선 대규모 인구 이동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이주(移住)는 문화적 풍요로움을 가져왔다. 또 숙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기술을 더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이주를 받는 국가들에 중요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왔는데 트럼프는 이를 간과한 것이다.”
-지금 글로벌 환경을 신냉전으로 규정하나.
“중국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반서방 국가들을 보면 신냉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모든 국가의 입장이 같지 않다. 대표적으로 인도는 다른 국가와 다른 측면에서 봐야 한다.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은 미국과 적대적이지만, 인도는 미국과 매우 밀접한 경제·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다.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일시적으로 중국 쪽에 기울어 있는 것이다.”
-중국은 냉전 시대 러시아와 같은 입장인가.
“냉전 시기 미국 또는 미국의 우방국과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거의 교류가 없었다. 중국은 미국과 광범위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미국이 중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냈다. 이후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꽤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때때로 그는 중국과 싸우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하긴 했지만, 최근엔 중국을 존중하고 중국과 거래를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일관된 정책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서방국가 결집 상황에 한미 동맹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중·러·북이 같은 축으로 세력화하는 상황은 한국의 전략적 선택지를 제약하겠지만 그게 국제 정치의 현실이다. 그들이 점점 더 단결된 블록이 될수록 한국은 그만큼 더 미국의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게 되며 한국은 미국과 전략적 동맹을 심화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자는 주장은, 금기시할 필요는 없지만 위험하다고 본다. 미국으로 하여금 ‘더 이상 한국을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게 할 수 있고, 심지어 한국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우스(신흥국·개발도상국)도 결국엔 반서방 진영에 동조하게 될까.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서 글로벌 사우스가 미국과 반대되는 쪽에 투표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들은 단일한 집단이 아니고 역사적으로 한 번도 그랬던 적도 없다. 예를 들어 브라질은 분명히 글로벌 사우스의 일부이며 지도자이지만 중국이나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미국이 공격적인 방식으로 행동할 때에만 위협을 느끼고 존재할 수 있다. 미국이 실수를 더 많이 할수록 글로벌 사우스는 더 단결할 가능성이 커진다.”
코헤인 교수는 지난 6월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고(故)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 함께 미국의 패권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라는 국가가 가진 매력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 파워’를 버리고 계속해서 관세 부과와 같은 ‘하드 파워’에만 의존한다면, 미국이 지배했던 시대가 영광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끝맺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새 국제 질서는 어떤 모습일까.
“그동안 경험한 미국의 ‘온건한(benign) 패권’은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경우였다. 앞으로는 미국이 덜 책임지고 글로벌 질서를 위해 희생을 덜 하게 될 것이다. 다만 (다음 미 대선이 있는) 2028년 민주당이 승리하면 다시 바이든 정부가 취했던 정책 방향으로 돌아서는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단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정책을 가져야 한다. 내가 한국의 외교 정책을 운영한다면 A팀과 B팀을 두겠다. A팀은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이 권력을 유지한다면 향후 5년 또는 10년 동안 우리가 가져야 할 최적의 정책은 무엇인가’에 대해 준비하고, B팀은 그 반대로 민주당 집권을 가정한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모양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되 미국과 동맹은 유지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중국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주도하지 말고, 선택을 해야 할 때는 미국과 세력을 유지하라. 미국도 중국과 갈등이 커질수록 동맹국인 한국을 더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중·러·북이 더 밀접해질수록 트럼프가 북한과 어떤 거래를 하려는 생각은 더욱 환상에 불과해지고 한국에 기울게 된다.”
-한국이 광복 80주년을 맞았다.
“나는 1980년 봄쯤 한국에서 열리는 한 학술회의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그런데 1980년 5월 군이 학생들에게 총격을 가했고, 나는 방문을 취소하며 ‘당신들이 국민을 억압하는 상황에서는 가지 않겠다. 민주주의 국가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1991년 나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것이 나에게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아주 작지만 의미 있는 지지의 표시다. 놀라운 발전을 이룬 한국인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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