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학번 석학, 서울대에 10만달러 기부
송창원 미네소타대 명예교수
“후배들 학문에만 열중할 수 있길”

“전후(戰後) 학자들은 판자촌 같은 대학에서 별 고생을 다 해가며 공부했습니다. 지금 후배들은 학문에만 열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한 송창원(93) 미네소타대 명예교수는 모교인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화학부에 최근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를 기부했다. 송 교수는 학교 측에 “얼마 안 되지만 (기부금으로) 젊은 후배들이 훌륭한 해외 석학의 교훈을 직접 들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화학부는 내년 봄 학기부터 송 교수의 이름을 딴 ‘송창원 강연(Chang Song Lectureship)’을 신설, 1년에 한 번 해외 석학을 초청해 강연을 열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송 교수를 전날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만났다. 90 넘은 나이에도 목소리에 거침이 없었다. 서울대 문리대 53학번인 송 교수는 “더 일찍 기부하지 못한 게 부끄럽다”며 “후배들이 그때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6·25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반엔 대학만 나오면 서울대 교수를 했고 농림학교 등 전문학교를 나와 교수가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을 때마저도 대학이 판자촌 수준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몇십 년 만에 한국의 학문 수준이 이렇게 발전했으니 얼마나 노력했겠느냐”며 “내 후배들은 이런 고생을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오랜 마음이 기부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1932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화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승만 정부 시절인 1959년 ‘1호 국비 원자력 유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아이오와대로 떠났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경무대(청와대 전신)에서 크리스마스 카드가 왔다. 송 교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0달러도 되지 않던 어려운 시대에 원자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승만 대통령에게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그는 매일 12시간 방사선 생물학 연구에 몰두했다. 1968년 한국인 최초로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했고, 이후에도 수십 년간 암의 방사선 치료 효과 증진을 위한 연구에 매진해 세계적 방사선 생물학자로 꼽힌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한 뒤 폭탄 파편이 척추 옆에 깊이 박히는 부상을 입고 전역했던 송 교수는 “지금까지도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잊은 적이 없다. 나는 뼛속까지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또래의 한국 국적 학자들이 미국 영주권을 딴 뒤로는 이름을 영어로 바꿨지만 미국 시민권을 딴 이후에도 ‘송창원’이란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어려운 시절 정부 장학금으로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20명 넘는 한국의 방사선 종양학 전문의와 대학생들에게 유학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2021년 그는 ‘나는 6·25의 학도병, 그리고 과학자 송창원입니다’란 제목의 회고록을 냈다. 10여 년 전 미네소타대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논문을 작성하고 있고 온라인 강연도 하고 있다. 송 교수는 한국의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 “물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의대에 가는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은 극단적”이라며 “산업을 일으키는 건 기초 학문이니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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