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한 병사” 낙인에 러시아군 포로들은 풀려나도 지옥살이

박강현 기자 2025. 9. 1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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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억류됐던 러시아군 포로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투항병’이라는 낙인과 함께 심문, 사법 처리, 전선(戰線) 재투입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서 풀려나 러시아로 돌아간 포로는 군인·민간인을 통틀어 58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24일 벨라루스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포로 교환에서 풀려난 러시아 군인들이 러시아 국기를 두른 채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의 일부로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음. /EPA 연합뉴스

15일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페트로 야첸코 우크라이나 포로처리본부 대변인은 “러시아 포로들은 송환 후 연방보안국(FSB)의 심문과 전선 재투입이 기다린다”며 “풀려난 포로들이 즐겁게 지내는 듯 연출한 선전 영상은 모두 위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 포로들은 죽음과 또 다른 침략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앞서 러시아 독립 매체에서도 지난 5월 대규모 포로 교환 당시 귀환한 러시아 병사들이 가족도 만나지 못한 채 다시 부대로 보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포로에게는 “치욕스럽게 적에게 투항했다”는 낙인이 찍히는 경우도 많다. 러시아 법에 따르면 자발적 투항은 징역형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 검찰이 ‘자발적 투항’ 혐의로 포로를 기소하고 16년형을 구형한 사례도 있다고 전해졌다.

포로들은 모스크바의 군사 시설로 옮겨져 2∼3주간 투항 경위 등에 대해 FSB의 심문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로 생활을 하는 동안 복무 기간이 끝나도 새로 입대 지원서에 서명하고 전장에 다시 투입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야첸코 대변인은 “러시아는 심각한 병력 부족을 겪고 있어 부상병이나 목발을 짚은 병사들까지 전선에 내몰고 있다”며 “두 번 포로가 되거나, 석방 이후 다시 전투에 투입돼 사망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포로에 대한 양국의 처우도 엇갈린다. 우크라이나는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유엔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전용 시설 5곳에 러시아군 포로를 수용하고 최소 두 달마다 외부 점검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포로 전용 수용 시설을 운영하지 않으며, 전국 180곳 이상의 시설에 분산 수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수용소에서 포로들은 고문과 인권침해, 각종 건강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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