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 K-관광의 미래, 로컬들 매력을 잇다] 6.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포항

이채윤 2025. 9. 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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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따라 이어지는 마음…관광도시 도약 가능성 보다
포스코 50돌 스페이스워크 조성
죽도시장·영일대 해변 명소 다채
동해선 개통 강원 관광객 늘어
드라마 촬영 해외 관광객 유치
체류형 관광 야간 해양체험 확대
“서울·부산 등 이동 편의성 개선”

“저 파도를 따라 끝없이 떠나볼까/새로운 시간이 춤추는 이 길로/모든 것 잊고서/외로움도 다 잊고서”(정미조 ‘7번국도’ 중)

강릉에서 부산에 가려면 차를 타고 국도 7호선으로 이동해야만 하는 때가 있었다. 국도인 탓에 신호가 걸리기 일쑤였지만 운전하다 보면 동해안을 차창 너머로 볼 수 있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있었고, 마음이 오가곤 했다. 이렇게 강원과 경북 동해안, 부산을 이었던 마음이 동해선 철도 개통으로 다시 태어났다. 울산 태화강역에서 동해선 ITX-마음을 타니 1시간 만에 포항에 도착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호미곶이 있는 곳, ‘철든 땅’ 포항은 자신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의 모습

■도시의 정체성 ‘철’이 관광·문화예술로

대한민국 산업화의 측면에서 포항은 강원도 탄광촌과 묘한 인연을 가진 도시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한다면 동해안 철도 여행은 더욱 풍부해진다.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는 인간을 위해 불을 훔친 죄로 프로메테우스를 영원히 구속하는 사슬을 만들 것을 주문했고,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울면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삼척 탄광촌의 광부들이 불을 캐는 ‘프로메테우스’였다면, 포항 제철소의 노동자들은 그 석탄으로 강철을 만드는 ‘헤파이스토스’였다.

그렇게 포항은 영일만에서 산업 발전의 뼈대인 철강산업을 일궜고, 삼척은 백두대간 광맥에서 석탄과 시멘트 등의 자원을 무한 공급하면서 불을 지폈다. 철의 도시 포항은 도시의 정체성을 ‘철’로 내세워, 관광과 문화예술에 접목했다.

한때 포항은 유배의 도시이기도 했다. 우암 송시열과 다산 정약용도 포항 남구 장기면으로 유배를 왔다. 다산 선생과 같은 유학자들이 포항에 오자, 유배 문화가 지역의 삶을 도리어 올려놓았다. 강원도에서 재기에 성공한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또한 포항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포항에서는 지난해 해월 최시형 선생기념사업회를 발족하고, 올해 처음 해월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지역의 역사 문화 자원 발굴에 앞장서고 있었다. 그들의 역사가 포항에 뿌리 잡아서일까. 포항에서는 문화예술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관광지가 인상적이었다.

▲포항 스페이스워크

포스코(포항제철)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환호 공원에 세운 스페이스워크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독일의 세계적인 부부 작가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가 디자인을 맡아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즐거움’을 지닌 공간을 연출한 것이다. 국내 최초·최대의 체험형 스틸 트랙 조형물로 트랙을 걸으며 영일만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하늘과 맞닿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환호 공원 안에는 ‘포항시립미술관’도 위치해,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설치 미술품들도 감상할 수 있는 게 특징이었다. 방문 당시 도시의 정체성인 ‘철’을 주제로 한 전시가 눈길을 끌었다. 공원을 내려가면 영일대 해수욕장에 갈 수 있었다.

해안 도시의 정체성을 자랑하는 동해안 최대 규모 어시장 ‘죽도시장’도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로 꼽힌다. 건어물과 생선 등 다양하고 신선한 해산물을 시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만 해산물을 단순히 먹거나, 건어물 구매에만 그쳐 젊은 세대가 다양한 여행 경험을 쌓기엔 진입장벽이 있었다.

“누가 뭐래도 나의 친구는 바다가 고향이란다”(최백호 ‘영일만 친구’ 중)

인근 영일대 해수욕장은 넓은 해변을 자랑하는 동시에 긴 산책로로 맨발 걷기와 러닝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눈에 띄었다. 곳곳 해안가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었지만, 프랜차이즈점이 다수라 지역적 특색을 만날 수 있는 상점은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포항역

■동해선 개통으로 열린 관광도시 포항의 가능성

그간 포항 등 경북 동해안 지역은 국도 7호선에 의지해 관광 수요를 의존해 왔지만, 동해선이 개통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다. 동해선 개통 이후 올해 상반기 포항역 승하차 인원은 매월 1만8000여 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포항과 강원을 오가는 이들도 늘었다.

택시 기사 A 씨는 “동해선이 생긴 후 기차 타고 강원도를 가보고 싶어졌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며 “주말 택시 이용객의 90%가 타지 사람으로, 스페이스워크와 영일대 일대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포항역에서 만난 시민 김민지(43) 씨는 “동해선 철도가 생긴 후 처음으로 이용하게 됐다. 주위에도 기차를 이용한 사람들이 많다”며 “평소에는 차로 강릉과 삼척을 방문했는데 기차를 타고 휴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역시 철도 이용을 통한 관광 수요 확대와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해 나섰다. 포항시청에서 만난 이상현 관광컨벤션도시추진본부장은 “여행 커뮤니티 채널을 통해 동해선 포항 관광지를 소개하는 홍보 영상을 제작·게시했고, 여행플랫폼 ‘야놀자’와 협력한 숙박 할인 프로모션으로 8000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윤천수 관광산업과장은 “포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접근 불편을 해소하고자 역을 경유하는 포항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해 왔다”며 “스페이스워크와 죽도시장 등 유명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는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예약제로 운영되는 포항 관광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에서관광객들이 야경을 바라보고 있다.

■콘텐츠가 있는 도시 포항

포항은 ‘동백꽃 필 무렵’과 ‘갯마을차차차’ 등 드라마 촬영 장소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지역의 풍경을 담은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와 ‘청하공진시장’이 인기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신세영 포항시 관광마케팅팀장은 “도시를 알리기 위해서 포항 외의 사람들에게 지역이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역 콘텐츠 로케이션 사업을 꾸려왔다”며 “넷플릭스로 ‘갯마을차차차’가 방영되면서 꾸준히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드라마와 연계한 체험 투어와 재정비를 거쳤기에 지역 관광 콘텐츠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항은 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였다. 시는 지속적인 로케이션 지원으로 지역 콘텐츠를 관광지화하는 데 성공했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포항국제음악제는 포항 내 기업의 지원으로 행사를 꾸려나가면서 제철 도시의 정체성을 빛냈다.

▲ 포항 죽도시장

■야간 관광과 컨벤션 센터로 체류형 관광 활성화

포항은 경북동해권관광진흥협의회(포항, 경주, 울진, 영덕, 울릉)를 통해 5개 도시가 함께 공동 홍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지하철 광고와 박람회 참가 등을 통해 동해선 관광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고, 강릉 등 강원도와는 각 도시의 관광 안내 책자를 상호 비치해 관광지를 알렸다. 포항은 ‘체류형 관광’를 위해 야간에도 즐길 수 있는 문보트 등의 해양 체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포항은 영일대 해수욕장과 포스코 제철소와 스페이스워크 일대 등을 볼 수 있는 독보적인 야경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에 시 역시 동해안의 경관에 초점을 맞춘 ‘야간관광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제철소의 야경과 조형미를 갖춘 스페이스워크를 볼 수 있는 콘텐츠다.

관광 비즈니스로 외국인 유입과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해 POEX(포항전시컨벤션센터) 글로벌 센터 건립을 통해 글로벌 MICE 도시로 자리잡겠다는 계획도 갖췄다. 향후 국제회의와 전시회 유치를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윤천수 관광산업과장은 “포항은 관광과 사업, 문화와 예술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도시”라며 “서울·부산 등 주요 거점 도시에서의 포항까지의 이동 편의성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며 동해안 권역 관광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윤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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