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멀쩡한 보 놔두고 임시 보 만드는 희극 되풀이할 텐가

최민호 세종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가 세종시민, 세종시와 아무런 협의 없이 세종보(洑) 재가동 중단 결정을 내린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7월에 이어 지난 11일 환경 단체들이 해체를 주장하며 농성 중인 금강 세종보를 찾아가 보 재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최 시장이 공개 반대한 것이다.
세종보는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수문을 개방해 제 구실을 못하게 만들었고 지금까지 그 상태로 있다. 세종시는 그동안 세종보 재가동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세종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세종보 재가동 찬성(42%)이 반대(20%)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가 30억원을 들여 고장 난 부분을 수리했고 수문 가동을 하려 했으나 환경 단체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가면서 재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는 갈수기엔 세종보 수문을 닫아 물을 저장해 대비하고, 홍수기 또는 녹조가 심하면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내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세종보를 1년이라도 수문을 닫아 일정 수위를 유지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상식적인 견해다.
그럼에도 환경 장관은 세종시와 협의도 없이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결정하고 ‘재자연화’라는 모호한 말로 보를 아예 해체할 수도 있을 듯이 언급하고 있다. ‘재자연화’란 4대강 시설을 없애거나 무력화하겠다는 것으로 홍수와 가뭄 등 재난에서 전국을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우리나라는 비가 짧은 기간 많이 오고 나머지는 갈수기인 특성을 갖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집중호우와 가뭄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댐·제방·보를 쌓고 강·하천을 준설해 물그릇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물은 산업에서도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도 환경 장관이 보 재가동을 중단하고 이 멀쩡한 보를 부술 듯 얘기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김 장관의 세종보 입장을 보면 신규 원전 건설도 중단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새 정부 초기엔 신규 원전 건설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다 환경 단체의 비난을 들었는지 최근엔 “원전 신규 건설은 국민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현재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 SMR 1기 등 총 3기의 신규 원전 건설이 확정돼 있는데, 이를 다시 공론화에 부친다는 것은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이다.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는 어마어마하다. 이를 태양광·풍력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인데, 어쩌려고 이러는가.
문재인 정부가 세종보 수문을 개방해 인근 정부청사 세종호수공원으로 보낼 물이 부족해지자 상류에 2억원을 들여 돌무더기 임시 보를 만든 일이 있었다. 김 장관이 세종보를 끝내 무용지물로 만들면 멀쩡한 보를 놔두고 또 임시 보를 만드는 코미디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진영 논리와 낡은 이념은 철이 지났는데도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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