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정부조직 개편은 지속가능성 없다 [한국의 창(窓)]

2025. 9. 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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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을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로 정하면 '법정주의', 행정입법인 대통령령으로 정하면 '비법정주의'라고 한다.

현행 헌법은 법정주의를 채택한다(제96조·행정 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 반면 프랑스 등에서는 정부조직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오늘날 정부조직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가급적 개편을 자제함으로써 법정주의와 비법정주의가 서로 수렴한다.

첫째, 과도한 정부조직 개편은 헌법상 정부조직 법정주의가 유명무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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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점 뚜렷한 법정주의와 비법정주의
논란 촉발한 '이재명 정부' 조직 개편안
법정주의 취지는 국회에서의 여야합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 회기 내 정부조직법 처리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조직을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로 정하면 '법정주의', 행정입법인 대통령령으로 정하면 '비법정주의'라고 한다. 현행 헌법은 법정주의를 채택한다(제96조·행정 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 반면 프랑스 등에서는 정부조직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법정주의는 조직이 안정되는 반면에 경직적일 수 있다. 비법정주의는 조직이 불안정하지만 정권이 지향하는 정책방향을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오늘날 정부조직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가급적 개편을 자제함으로써 법정주의와 비법정주의가 서로 수렴한다.

정부조직은 안정을 통한 국민 편익 제고, 체계정합성, 운영의 효율성,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이재명 정부의 대폭적인 정부조직 개편안은 몇 가지 논란을 촉발한다.

첫째, 과도한 정부조직 개편은 헌법상 정부조직 법정주의가 유명무실하게 된다. 87년 체제 이후 여러 차례 정권교체와 정부교체가 있었지만 정부조직은 안정이 유지되어왔다. 조직 변화는 대국민 서비스의 혼란을 초래하고 새 조직 설치에 따른 비용 지출이 심각하다. 관련 법령도 개정해야 하고, 불필요한 문패 갈이로 혈세를 낭비한다. 통계를 국가데이터로 바꾸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미디어를 추가해도 특별히 달라질 게 없다. 정부조직에 데이터·에너지·미디어·벤처와 같은 외국어 표기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둘째, 조직의 체계정합성이 요망된다. 성평등가족부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그런데 기후환경과 에너지는 함께하기 어렵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에너지는 더욱 중요한데, 원전의 기술연구는 과기부, 수출은 산업부로 흩어진다. 헌법에 명시된 ‘검찰총장·검사’가 있음에도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위헌논란을 촉발할 필요는 없다. 검찰의 수사권을 배제하면서 특검과 공수처는 수사권을 가진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있는데, 별도로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은 자칫 과거 검찰 중수부와 특수부의 또 다른 부활이 될 수 있다.

셋째, 조직 운영의 효율과 능률이 요구된다. 기재부는 재정과 예산을 다 가진 공룡부처다. 다른 부처와의 관계에서 상왕이나 다름없다. 기획예산처의 분리는 타당하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굳이 분리할 필요는 없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통합하여 국가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적 현실에서 합의제 행정기관은 한계를 드러낸다. 국가인권·공정거래·행정심판 이외에 방송통신·국가교육·금융·국민권익·개인정보·원자력안전 분야는 독임제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넷째, 조직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총리실이 지나치게 비대해 진다. 기획예산처, 국가데이이터처, 지식재산처가 추가로 신설된다. 6개 처와 5개 위원회가 총리실 소속이다. 총리실에 장관급이 6명 있지만 이들은 국무위원이 아니다. 국무위원만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총리와 더불어 부서할 수 있다(헌법 제82조). 총리실 소속기관은 독립행정기관이 아니어서 법규명령권이 없어 총리령으로 대신한다. 이 경우 부령과의 관계설정도 혼란스럽다. 같은 처장인데 장관급과 차관급이 혼재한다.

정부조직 법정주의의 취지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와 국회다수파가 바뀔 때마다 조직도 바뀌는 불안정을 초래한다. 정권이 바뀌면 개편될 것이 뻔한 일방적 개편은 국가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조직 개편에는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리민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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