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울고 싶은 구직 청년, 뺨 때리는 정부

신은진 기자 2025. 9. 1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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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20대 채용 10분의 1
6社 공채한 포스코, 올핸 4社뿐
고용 절벽에도 정부는 규제 정책만
日 잃어버린 세대 따라가선 안 돼

“미국이 우리 국민을 저렇게 내쫓는 것은 결국 자기 나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 정부는 뭘 하고 있나요.”

열심히 구직 활동 중인 20대 대학 후배는 분통을 터트렸다.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일자리 부족은 심각하다. 포스코그룹은 작년 하반기 계열사 6곳이 신입 공채를 했지만, 올해는 4사뿐이다. 철강 업종 시황이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른 대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억대 성과급으로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는 기업 1위인 SK하이닉스는 3년 전 4000명 가까이 뽑던 신규 채용을 지난해 942명으로 줄였다. 그중 신입으로 추정되는 20대는 379명. 2022년(2927명)의 10분의 1 수준이다. 주요 대기업은 “올해 채용도 지난해보다 줄이면 줄였지, 늘리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통계청이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한 24일 서울 한 대학교 일자리센터에 기업들의 채용공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이렇다 보니 20대 직원 비율은 갈수록 줄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20대 비율은 2022년 43.8%에서 지난해 28.4%로 급락했다. 삼성전자 20대 직원은 2022년 8만명대에서 2023년 7만명대, 지난해에는 6만명대로 감소했다. 청년(15~29세) 고용 성적표는 처참하다. 지난달 청년 고용률은 45.1%로,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청년 취업자도 1년 전보다 22만명 가까이 줄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기업이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는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국회엔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법안이 줄줄이 계류 중이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연금 사각지대, 노인 빈곤 등을 고려할 때 논의해야 할 과제지만, 청년 고용에 끼치는 부작용도 간과해선 안 된다. 2019년 현대차그룹을 필두로 주요 대기업들이 공채를 버리고 수시 채용으로 돌아선 것은 2016년 시작된 ‘60세 정년’ 법적 의무화 영향이 적지 않았다. 전직 대기업 인사 담당 부사장은 “국내에선 해고가 쉽지 않아, 한번 뽑으면 60세까지 안고 가야 한다”며 “꼭 필요한 인재만 그때그때 뽑는 수시 채용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정년 연장만이 아니다.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노란봉투법, 중대 재해 및 산업 재해 처벌 강화, 소액주주와 재무적 투자자 편만 드는 상법 개정안, 주 4.5일제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엔 일자리 확대 유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 대기업 임원은 “안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투자를 확대하라고 윽박질러 울고 싶은데, 이재명 정부가 뺨을 때려주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는 투자하지 않으면 리스크, 국내엔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온다.

청년 실업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젊은 세대가 사회에 제대로 첫발을 내딛지 못하면 그 후유증은 오래간다. 20여 년 전 일본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장기 불황 속 기업들이 채용을 줄여 ‘취업 빙하기 세대’ ‘잃어버린 세대’가 탄생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프리터족’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등 새로운 사회문제가 됐다. 중년이 된 지금도 고령의 부모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8050 문제(80대 부모와 50대 무직 자녀)’로 남아 있다.

옆 나라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구인 배율(구직자 1명당 일자리)은 0.44로, ‘취업 빙하기 세대’의 1999년 일본(0.46)보다 낮다. 정부는 어차피 20대 지지율이 낮으니 일자리 정책 역시 강성 지지층만 보고 가겠다는 식으로 외면할 것이 아니라, 청년 고용을 늘리는 다양한 정책을 시급히 내놔야 한다. 청년 고용은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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