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위험하면 안 짓는게 맞죠”...새만금신공항 취소 이끈 변호사의 철학은

박민기 기자(mkp@mk.co.kr), 한주형 기자(moment@mk.co.kr) 2025. 9. 1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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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 이끈 최재홍 변호사
법원, 국책사업에 이례적 제동
“정부가 계획타당성평가부터
조류 충돌 위험성 축소·왜곡”
가덕신공항 재판 1심도 변호
평소 환경문제 관심 많지만
장기적 피해 증명 쉽지 않아

“새만금신공항 취소 소송은 굉장히 어려운 싸움인 만큼 이길 가능성은 고작 5% 정도로 봤지만 결국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안전성 보장을 위한 조류 충돌 위험 평가 기준을 만든 이번 판결이 가덕도신공항 건설 소송에서도 기준이 되는 판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재홍 변호사(새만금 신공항 사건 원고 측 변호인). 2025.9.15 [한주형기자]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이주영)는 시민 1297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승소를 이끌어낸 최재홍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는 지난 15일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조류 충돌 위험과 생태계 훼손 우려 등을 고려해 공항 등 국책사업에 이례적으로 제동을 건 첫 사례다. 최 변호사는 “향후 예정된 가덕도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 건설 등에서도 안전성과 환경 보호가 더 중요하다는 새로운 기준을 세운 상징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최 변호사는 스스로를 ‘패소 전문 변호사’로 소개했다. 환경 사건에서 이기려면 시민 안전과 환경에 실제로 피해가 있다는 장기적·누적적 훼손이 증명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전인 재판 과정에서 이를 입증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패소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최 변호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노출됐다고 바로 질병이 생겼던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번 재판 역시 공항이 실제로 설치되기 전인 만큼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과관계를 입증하고 정부 측 환경영향평가를 어떻게 깨부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최재홍 변호사(새만금 신공항 사건 원고 측 변호인). 2025.9.15 [한주형기자]
최 변호사는 계획타당성평가부터 조류 충돌 위험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전략평가에서도 국토부가 새만금신공항 평가 반경을 13㎞에서 5㎞로 축소해 위험성 결과를 왜곡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공항 건설 사업은 ‘계획타당성평가 및 전략환경영향평가’ ‘기본계획 수립·고시’ ‘환경영향평가’ ‘실시계획 수립·고시’ ‘공사 시행’ 등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따른 전 세계 평가 반경 기준인 13㎞를 적용하면 새만금신공항 충돌 가능 조류는 159종이다. 하지만 반경을 5㎞로 줄이면 충돌 가능 조류 숫자는 이보다 3분의 1가량이 줄어든 100여 종이 된다. 이에 재판부는 국토부가 합리적 이유 없이 평가 범위를 줄여 조류 충돌 위험을 과소평가했다는 최 변호사 주장을 받아들였다.

최 변호사는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정부의 업무 처리 방식도 지적했다. 전략환경평가 단계에서 공항 용지가 안전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는 것을 확정 지어야 한다. 그럼에도 추적관찰을 통해 저감 방안을 도출하라며 영향을 확정 짓지 않은 채 사실상 후속 행정 철차로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최 변호사는 “저감 방안이 단순 나열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최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정부 측 전략환경평가의 실체적 하자를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인정한 첫 사례”라며 “환경영향평가 전 초기 단계에서부터 시민 안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정부가 확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기준을 법원이 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부의 항소를 예상하는 최 변호사는 2심 대응 전략도 준비 중이다. 2심부터는 전관 출신 원로 변호사와 생태계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전문가그룹을 꾸려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2심에서는 적격성을 갖춘 원고 수도 기존 3명에서 30여 명으로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연합뉴스]
최 변호사는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청구 소송에서도 원고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역시 후보지 선정 단계에서 조류 충돌 위험도와 어떤 조류 종을 상대로 이를 평가할 것인지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이 진행되고 있는 해당 소송은 오는 11월 4차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최 변호사는 “공항시설법 등 우리 법체계에는 시설을 설치할 때 조류 충돌 위험 평가를 법률로 명시한 것이 하나도 없어 사실상 지금까지 모든 공항 건설 계획이 후보지 선정 단계에서 조류 충돌 위험 평가 없이 진행됐다”며 “해외는 기후위기를 이유로 공항을 폐쇄하고 있다. 반면 안전과 환경을 위협하고 경제성마저 낮은 우리 정부의 보여주기식 신공항 투자는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민기 기자·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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