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공정거래… 반품 남용에 판매자 ‘골머리’
여름 휴가철 상품 사용후 환불 요청
악성사태 반복에… 조건·절차 강화
일반 소비자 피해·제도적 대응 필요

수영복·튜브 등 여름시즌 상품을 단기간 사용한 뒤 환불을 요구하는 반품 얌체족의 행태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일부 악성 소비자 탓에 판매자들이 환불 조건을 강화하거나 절차를 지연하면서 다수의 소비자들이 불편과 피해를 떠안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휴가철(7~8월) 사이 시즌성 상품의 반품 요청이 평소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패션 플랫폼에 입점한 의류업체 A사의 경우 지난달 30여 건의 반품 요청을 받았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단순변심’으로 파악됐다. 판매량의 차이는 있지만 평월 대비 3배 이상 많은 수치이다. A사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이 반품한 수영복, 래시가드 등 여름 한정 제품은 사용 흔적이 남아있지만 대개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보다 손해를 감수하고 환불해주는 것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이커머스 기업들은 내부 경영정보를 이유로 구체적인 반품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마다 발생하는 억지 반품을 우려해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지난 6월 무료 반품 정책을 철회하고, 반품 횟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유료로 전환하도록 약관을 변경했다. 쿠팡 역시 반품을 반복적으로 악용하는 고객에게 판매자가 판매를 거부해도 불이익이 가하지 않는 보호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매년 악성 반품 사태가 반복되자 판매자들은 대응을 위해 반품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하거나 검수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최근 3년간 패션플랫폼 관련 피해구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주요 패션플랫폼 4사((주)더블유컨셉코리아, (주)무신사, (주)에이블리코퍼레이션, (주)카카오스타일) 관련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 신청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청약철회(반품) 관련 신청이 48.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판매자 측에서 반품을 거절한 이유로는 ‘착용 흔적·택 제거·냄새 등 재화 가치 손상’이 257건(32.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자 불인정’(24.4%), ‘세일 등 특정 조건 반품 거부’(13.3%) 순이었다.
문제는 높아진 반품 장벽이 정당하게 환불을 요구하는 선량한 소비자들에게까지 불편으로 이어져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반품 제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성 반품 행위를 소비자 권리의 남용이라며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즌성 상품을 단기 사용 후 반품하는 이른바 ‘체리 피커’는 다수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블랙컨슈머”라며 “반복적 악용 고객에 대한 페널티를 마련하는 등 이커머스 기업들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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