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조사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인 집단학살” 결론

김지훈 기자 2025. 9. 1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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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 “팔레스타인인 말살하려는 의도”
16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일어난 포연이 피어오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전쟁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말살하려는 의도에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저질렀다는 국제연합(UN)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위원회는 집단학살 중단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16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는 내용의 유엔 독립 국제 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위원회는 이스라엘 정부와 군이 유엔 ‘집단학살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1948년)에서 규정한 5가지 집단살해 행위 중 4가지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집단학살로 규정된 행위들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전례 없는 숫자로 살해하고, 인도적 지원을 차단해 기아를 초래하는 등 전면적인 포위 작전을 시행한 것이었다. 또한 의료와 교육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성폭력을 체계적으로 자행하고, 어린이를 직접 표적으로 삼고, 종교와 문화 유적지에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공격을 자행한 것도 여기에 포함됐다.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명령을 무시한 행위도 조사에 포함됐다.

위원회가 이스라엘이 저질렀다고 본 집단학살 행위 4가지는 △집단 구성원 살해 △집단 구성원에 중대한 육체적·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것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육체적 파괴를 초래할 목적으로 의도된 생활조건을 집단에 고의로 부과하는 것 △집단 내 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도된 조치를 부과하는 것 등이었다. 집단 내의 아동을 강제적으로 타 집단으로 이동시키는 행위는 없었다고 봤다.

16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세로 팔레스타인이 해안도로를 따라 피난을 떠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 정부의 행위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집단적으로 전부 또는 일부를 파괴하려는 의도로 저질러져, 집단학살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위원회는 결론내렸다. 위원회는 2023년 10월7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부터 지난 7월까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행한 공격, 이스라엘 정부의 성명과 조처 등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어 위원회는 이스라엘 정부의 네타냐후 총리, 아이작 헤르조그, 요아브 갈란트 당시 국방장관이 집단학살을 선동했다고 지목했다. 아직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다른 이스라엘 정치·군 지도자들의 행위도 집단학살 선동에 해당하는지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종식하고, 국제사법재판소가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 범죄 혐의로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 등 국제법상 의무를 즉시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조사위는 이스라엘이 기아 정책을 끝내고, 포위를 해제하고, 인도적 지원에 대한 원활한 접근을 보장하고, 모든 유엔 직원과 국제 인도주의 기관의 원활한 접근을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이 주도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가자지구 구호물자 배급조직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의 활동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인권이사회 회원국들에 대한 권고도 빼놓지 않았다. 회원국들은 이스라엘이 집단학살 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장비 이전을 중단하고, 자국 영토에 있는 개인과 기업이 집단학살 실행·선동·지원에 관여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집단학살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을 조사해 책임을 물으라고 조사위는 밝혔다.

유엔 독립 국제 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전쟁 집단학살을 조사한 나비 필레이 국제사법재판소 판사가 16일(현지시각)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사위를 이끈 나비 필레이 조사위원장(전 유엔 인권 최고대표)은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자행한 집단 학살 행위에 대해 침묵할 수 없다. 집단 학살의 명백한 징후와 증거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의 부재는 공모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행동하지 않는 매일매일은 생명을 앗아가고 국제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모든 국가는 가자지구에서의 집단 학살을 막기 위해 합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필레이 위원장 등 3명의 조사위원들은 지난 7월 개인적인 이유로 모두 사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날 “왜곡되고 거짓된 보고서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이스라엘의 주요 동맹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다.

앞서 지난 1일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집단학살 학자들의 모임인 국제집단학살학자협회(IAGS)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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