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트웰브’ 성적이 말해준 것

2025. 9. 16. 18:1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KBS2 ‘트웰브’가 2.6%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마동석이 9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액션 대작이다. 그는 ‘범죄도시’ 시리즈 액션으로 영화계를 평정하면서 헐리우드 마블 유니버스에 대적하는 ‘마동석 유니버스’를 이뤄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한 영화계 스타가 모처럼 안방극장에서 액션을 선보인다니 관심이 집중됐는데, 그 결과가 2.6%인 것이다. 방송가에 큰 충격이다.

요즘 지상파 방송사의 하락세가 심각한 가운데 KBS2가 모처럼 토일 미니시리즈를 기획하면서 내세운 첫 타자가 ‘트웰브’였다. 마동석 액션에 서인국, 박형식, 성동일 등 호화 주연진까지 더하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총체적 난국. 이런 기획으론 하락세 반전이 어렵다는 반면교사만 보여줬다.

총체적 난국의 첫 번째는 부실 액션이다. 액션을 내세운 작품인데 액션이 미비했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되려면 속도감과 타격감이 시각적 쾌감을 줘야 하는데 ‘트웰브’의 액션 장면은 대체로 지지부진하고 답답했다. 특히 일부 캐릭터는 몸놀림이 둔해보이기까지 했다. 이러면 몰입이 어려워진다. 영화 ‘캡틴 마블’도 둔한 몸놀림 때문에 비판을 받았었다. 액션 콘텐츠 캐스팅 때는 연기력뿐만 아니라 몸놀림까지 확인했어야 한다.

판타지 액션이었는데, 관객은 이런 장르에선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작 규모로는 그런 볼거리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제작비가 적으니 국산 판타지 드라마의 액션도 부실할 때가 많다. 특히 화려한 장면을 연속적으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액션장면의 속도감이 매우 떨어진다. ‘트웰브’에서도 이런 한계가 드러났다.

둘째는 부실한 이야기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작품의 스토리에 관객을 몰입시키는 것인데 그 부분이 미흡했다. 일단 이야기에 몰입만 된다면 부족한 볼거리 같은 것은 결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트웰브’의 이야기는 너무나 부실해서 전혀 몰입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부분의 회차에서 천사들이 인간을 도와주기 싫다며 고뇌했는데, 시청자가 공감하기 어려운 고민이어서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셋째는 부실한 완성도다. 유머의 타이밍이나 장면장면의 구성 등에서 뛰어난 연출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야기 자체의 공감도가 떨어지는데 각 장면의 완성도까지 낮게 느껴지니 더욱 몰입이 힘들었다.

이러니 총체적 난국인 것이다. 제아무리 영화계 국민스타 마동석의 귀환이라 해도 이 난국을 이겨낼 순 없었다. 게다가 마동석 자체의 문제도 일부 있었는데, 너무 유명해졌다는 점이다. 마동석이 비슷한 캐릭터로 다작을 하면서 그 스타일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게 돼버렸다. ‘트웰브’는 그런 스타일을 그대로 반복했다.

‘트웰브’의 성적표가 방송가에 전해주는 메시지는 스타보다 이야기와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위기의 방송사들이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많은 시도를 할 것이다. 그럴 때 가장 손쉬운 것이 유명 스타를 내세운 이슈몰이다. 하지만 ‘트웰브’에서도 확인되듯이 유명스타는 작품 초기의 화제성만 만들어낼 뿐 최종 성적을 책임져주진 못한다. 이야기와 완성도가 부실한 작품을 대하는 시청자의 태도는 냉정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스타캐스팅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요즘 스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더 문제다. 스타에게 고액 출연료를 주다보면 다른 부분에서 부실해질 수 있다. 화려한 캐스팅보다 작품의 질을 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

또, 액션을 내세우려면 박진감을 확실히 구현해야 한다. 그런 움직임이 가능한 배우들을 캐스팅해야 하고, 그 몸놀림이 가장 강력하게 부각될 촬영방식과 편집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요즘 여성주의 열풍으로 여성배우 액션도 잦은데 그럴 때 풀샷롱테이크처럼 전체 몸놀림이 한 눈에 보이는 기법을 쓰면 간혹 경우에 따라 박진감이 현저히 저하될 수 있다.

효과적인 액션이 가능한 설정 설계도 중요하다. 우리 제작비 현실상 판타지 설정에서 과연 효과적인 액션이 가능할까? 제작 규모에 비추어 가장 적절한 설정을 찾아내야 한다. 마동석의 대성공작 ‘범죄도시’는 철저히 현실적인 설정이었다. 대단한 판타지를 구현 못할 바에는 현실적 설정이 더 나을 수 있겠다. 이런 점들을 유념하면서 스타보다 완성도에 집중해야 방송사의 활로가 열릴 것이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