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못 먹어? 안 팔면 돼" 20년 고집 통했다…일본 홀릴 승부수는
[편집자주]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재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 섰다. 'K웨이브'로 달궈진 'K산업'의 성장엔진이 식기 전에 글로벌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전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푸드·리테일·패션·뷰티' 등을 중심으로 'K이니셔티브'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장을 집중 조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카스미가세키에 있는 농심 일본법인에서 만난 김대하 법인장(사진)은 "매운 라면 시장을 더 키우면서도 너구리의 기본 맛과 순한 맛으로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브랜드가 되겠다"면서 이같은 청사진을 밝혔다. 매운 라면의 불모지였던 일본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관련 시장 비중을 현재 6%에서 2030년까지 10%로 확대하고, 시장 점유율도 50%까지 끌어올리겠단 포부다.
김 법인장은 "너구리의 기본 맛이 매운 맛에 부담이 없는 젊은 세대를 공략한다면 순한 맛은 5060세대나 매운 제품을 잘먹지 못하는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라면과 너구리를 앞세워 매운 맛이 주류인 한국 라면에 익숙해지도록 한 뒤 승부를 보겠단 전략이다. 이를 위해 농심 일본법인은 다음달부터 너구리 IMC(통합 마케팅)를 가동한다. 해외 거점국에서 너구리로 통합 마케팅을 하는 첫 사례다.
대표적으로 너구리 캐릭터를 활용해 마스크팩을 만든다. 너구리 라면의 다시마액을 활용한 마스크팩을 제작해 판매하고 굿즈처럼 판촉물로도 쓸 예정이다. 다음달엔 너구리 일본 전용 컵라면을 현지 5대 편의점에 입점시킨다. 신라면 외 브랜드론 처음이다. 정영일 농심 일본법인 성장전략부문장은 "일본에 자리 잡은 신라면과 브랜드를 연동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너구리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굿즈 등 체험 접점을 확대하고, 온·오프라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너구리 통합 마케팅을 실시해 소비자들과 소통하겠다"고 소개했다.
특히 너구리의 오동통한 면발과 식감, 전자레인지로 조리해 먹을 수 있단 강점도 내세운다. 정 부문장은 "일본 편의점은 한국과 달리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해먹는 문화가 보편적이지 않다"며 "한국 라면은 전자레인지로 먹으면 더 쫄깃해진단 점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전자레인지 등 라면 조리법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신라면 인지도를 높여온 만큼 이 방법을 너구리에도 적용한단 방침이다. 신라면의 경우 용기면이 70~80%를 차지하는 일본에서 '봉지로 먹으면 더 맛있는 라면'으로 자리 잡았다. 김 법인장은 "신라면의 진정한 맛은 봉지로 먹어야 알 수 있다고 알렸다"며 "면을 먼저 끓이는 일본과 다른 한국의 라면 조리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봉지 라면 시식을 많이 했는데, 신라면은 5분을 끓여도 면의 꼬들꼬들함이 살아 있어 일본 소비자들에게 통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라면을 볶음면이나 탄탄면 형태로 먹거나 콩나물과 토마토, 카레, 치즈 등 재료를 넣어 먹는 방법을 많이 제안했다"고도 했다.
2000년 일본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2002년 법인을 만드는 과정부터 신라면의 현지 안착 과정을 지켜본 김 법인장은 현지 인기 요인으로 타협하지 않은 매운 맛의 철학을 꼽았다. 그는 "신라면은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부터 남쪽 끝자락 오키나와까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면서 "일본 대형 유통채널 이온(AEON)엔 전국적으로 들어가있고 봉지는 편의점 대부분에 깔렸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20년 전엔 바이어가 신라면을 두 입 먹더니 상담 내내 땀을 흘렸고, 어떤 바이어는 사람이 먹지 못할 매운맛을 만드냐고 화를 냈다"면서 "이런 시장에서 매운 신라면을 파는게 쉽지 않겠다고 판단해 본사에 순한 맛을 만들면 안되냐고 건의도 해봤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신춘호 명예회장은 "매운 맛을 못 먹는 사람한텐 안 팔면 된다"며 "신라면 맛을 바꾸지 말고 그대로 팔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 법인장은 "한국의 매운 맛을 지켰고 연간 400~500개씩 라면 신제품이 출시되는 일본에서 결국 40년 장수 브랜드로 성장했다"면서 K푸드 인기가 잠잠해져도 농심 브랜드는 살아남도록 하는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지에 브랜드를 심고, 식문화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한류 열풍이 끝나도 농심 라면이 매대에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우후죽순 많은 제품 속에서 농심의 매운맛이 고유한 브랜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도쿄(일본)=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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