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이 대통령 탄핵안’으로 맞불 놓지만…발의도 못 한다
의석수만으로도 이미 발의 불가
강성 지지층 결집 위한 노림수도

국민의힘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나선 여권에 맞서 이재명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적 수사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국민의힘 의석만으론 탄핵소추안 발의가 불가능한 데다, 대선 불복 논란 등 역풍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대변인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발언을 유추해 보면 이 대통령 역시 헌법과 법원조직법에 규정된 대법원장 임기를 임의로 단축하고 대통령이 직접 조희대 대법원장을 물러나라고 압박을 가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분립과 대통령 정치 중립을 위반하는 중대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의 헌법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고, 이런 부분들이 정리되는 대로 탄핵까지 포함해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강 대변인이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아직 저희가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권력)으로서는 그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서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힌 것이 ‘삼권분립 훼손’으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실제 탄핵 카드까지 검토할 수 있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탄핵 공세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 강성 지지층 결집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해선 국회 재적 의원(300명)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고, 이를 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의힘 의석수(107석)만으로 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배’ 행위가 입증돼야 하는데, 대통령실 브리핑 내용만으로 이런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힘들어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 “대통령의 파면 결정은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된다”고 판시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 역시 자신의 발언이 더불어민주당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통령실이 호응한 것으로 해석되며 논란이 일자 전날 추가 브리핑을 열어 “저희가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 정리했다”며 “대통령실이 대법원장 사퇴에 공감했다는 것은 발언 맥락을 오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간 야당의 탄핵 발언이 역풍 가능성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다뤄졌다는 점에 비춰보면, 국민의힘의 탄핵 언급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대통령 취임 100여일 만에 야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024년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율이 급전직하하며 ‘심리적 탄핵 상태’라는 평가가 나왔을 때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불복’ 역풍을 우려해 쉽사리 탄핵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여당은 “이성을 잃었다”며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박수현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어 “명백한 정치 선동이며, 민주주의를 인질 삼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불과 3년 만에 엉망진창으로 무너뜨린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국민과 함께 사력을 다하며 이제 임기 시작 갓 100일을 넘긴 대통령에게 할 말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다수가 문제 삼고 있는 대법원장의 정치 편향에는 침묵하면서, 대통령실의 원론적 발언 하나에 발끈해 ‘헌법 위반’이라 몰아붙이다니, 어불성설도 이런 어불성설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조차도 ‘탄핵'이라는 말을 최후까지 삼가고 또 삼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상처받은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민의 고통을 걱정했기 때문”이라며 “헌법적 절차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경시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국회의 품격을 한없이 추락시킬 뿐이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국정 책임은커녕, 제1야당으로서의 자격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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