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퇴직연금 백만장자들의 비밀, 경쟁이 낳은 혁신의 성과"
[편집자주]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재추진된다. 전문가가 굴리는 기금으로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반발이 엇갈린다. 퇴직연금 역사가 깊고 다양한 제도를 먼저 도입한 선진국을 찾아 퇴직연금 개혁 방향을 짚어본다.

이 행정명령으로 퇴직연금 계좌의 가상자산·사모펀드 투자가 허용되자 골드만삭스와 티로우프라이스가 곧바로 전략적 제휴를 맺고 대체자산을 포함한 새로운 투자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자마자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재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모건스탠리 뉴욕 본사에서 근무하는 이병선 퇴직연금 담당 이사는 "이런 현상이 미국 퇴직연금 시장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자산운용 무대로 만든 '경쟁이 낳은 혁신'"이라고 말했다.
은퇴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수십만명의 연금 백만장자가 나오는 비결로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TDF(타깃데이트펀드·은퇴시기를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자산을 배분 투자하는 펀드)와 함께 운용사간 치열한 경쟁 체제를 꼽는다. 세계 최고의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글로벌 운용사들이 벌이는 불꽃 튀는 경쟁이 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대형 엔진이라는 얘기다.
경쟁을 촉발시킨 주역은 단연 뱅가드다. 뱅가드는 수십 년 전부터 인덱스 펀드를 기반으로 한 저비용 운용 전략을 고수하면서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수수료 절감'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다.
뱅가드의 저비용 공세에 맞서 피델리티는 '액티브 운용'과 '기술 혁신'으로 반격에 나섰다. 피델리티는 숙련된 펀드 매니저가 시장 평균 이상의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운용 펀드를 TDF에 포함시켜 단순히 시장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는 다른 차별점을 부각시켰다. 또 고객 맞춤형 투자자문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고 온라인 플랫폼과 모바일 앱을 구축해 가입자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한 전략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면서도 낮은 비용으로 다양한 자산군에 손쉽게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블랙록은 자사의 TDF 상품에 이 ETF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비용 효율성과 함께 투자 포트폴리오의 유연성을 높였다.
오랜 기간 축적된 리서치 역량을 바탕으로 '액티브 운용'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온 티로프라이스는 '일관된 액티브 운용'으로 승부했다. 이들은 TDF를 포함한 다양한 펀드에서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을 꾸준히 달성하면서 특히 시장 상승기에 더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티로프라이스가 블랙록을 제치고 퇴직연금시장에서만큼은 피델리티, 뱅가드와 함께 3대 운용사를 꿰찬 이유다.
전문가들은 미국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 체제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뱅가드의 저비용 전략은 시장 전체의 수수료 인하로 이어졌고 피델리티의 기술 혁신은 가입자들의 투자 편의성을 높였다. 경쟁을 통한 시장 혁신이 결과적으로 더 저렴하고 효율적이며 투명한 상품을 만들어내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블랙록, 피델리티, 뱅가드 등이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로 성장한 데도 퇴직연금이라는 거대한 은퇴시장의 힘이 컸다는 얘기가 나온다. 1981년 미국에서 퇴직연금이 시작됐을 때 1조달러였던 운용자산이 지난해 44조달러(6경672조원)로 늘었다. 뱅가드의 지난해 말 총 운용자산 10조4000억달러에서 퇴직연금 운용자산은 8조달러가 넘는다. 피델리티, 티로프라이스도 전체 운용자산에서 퇴직연금 운용자산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운용사 간의 경쟁은 이제 단순한 수익률 숫자 싸움을 넘어 투명성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2015년 퇴직연금 운용사들의 투자 모니터링 의무 위반 여부를 다룬 일련의 법적 분쟁 이후 미국 노동부가 퇴직연금 관련 수수료와 비용을 모두 명확히 공개하도록 의무화하자 운용사들은 수익률과 변동성, 위험대비 성과 등 객관적인 지표들을 상세하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런 투명성은 결국 운용사들이 투자 신뢰를 얻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 됐다.
이병선 이사는 "미국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특별히 투자를 잘 알고 잘 해서 연금을 크게 불리는 게 아니다"라며 "경쟁을 붙이고 투명하게 관리하면 진짜 '수익률 승부'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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