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미세한 떨림’이 알려준 것 [오철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5. 9. 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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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14일 우주에서 날아온 아주 새로운 신호가 포착됐다.

거대한 블랙홀 중력장의 충돌과 병합이 우주에 시공간의 진동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미국 라이고(LIGO) 중력파 관측소에 포착됐다.

호킹의 예측은 두 블랙홀이 합병할 때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해 질량을 잃지만 블랙홀 표면적(사건지평선)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더욱 정밀해진 이번 관측에서 블랙홀 합병 이후 표면적이 증가했음이 99.999%의 신뢰도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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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이고(LIGO) 중력파 검출기의 항공 촬영 모습. 4㎞ 길이의 검출기의 팔들이 엘(L)자형으로 사막 위에 일직선으로 길게 뻗어 있다. 레이저 빛을 이용해 시공간의 극미한 진동을 측정하는 이 장치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력파를 포착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의 충돌 사건을 관측하는 새로운 중력파 천문학 분야를 개척했다. 라이고 제공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2015년 9월14일 우주에서 날아온 아주 새로운 신호가 포착됐다. 13억광년의 거리를 날아온 두 블랙홀 충돌 사건의 신호(GW150914)였다. 거대한 블랙홀 중력장의 충돌과 병합이 우주에 시공간의 진동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미국 라이고(LIGO) 중력파 관측소에 포착됐다.

과학 보도에 인색한 편인 국내 언론매체에서도 당시 떠들썩한 보도가 이어졌다. 아인슈타인 이론을 100년 만에 명확히 입증하는 증거이며, 광학과 전파 천문학에 이어 중력파 천문학 분야를 새로 열었다는 평이 이어졌다.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은 중력파 물리학자 3명에게 수여됐다.

첫 중력파가 검출된 지 10년이 됐다. 기념행사보다 라이고 연구진의 새로운 중력파 논문 발표가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는 아인슈타인 이론뿐 아니라 블랙홀에 관한 스티븐 호킹의 이론까지 입증했다고 한다. 호킹의 예측은 두 블랙홀이 합병할 때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해 질량을 잃지만 블랙홀 표면적(사건지평선)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더욱 정밀해진 이번 관측에서 블랙홀 합병 이후 표면적이 증가했음이 99.999%의 신뢰도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사실 중력파는 이론적으로 존재하지만 관측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중력파가 일으키는 시공간 진동이 정말 극미하기 때문이다. 그 진동은 원자 하나보다 1억배 작은 크기라고 한다. 아인슈타인마저 관찰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중력파가 존재할지에 회의적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중력파를 실제 검출해낸 역사에도 굴곡이 있었다. 1960년대 미국 물리학자 조지프 웨버가 커다란 원통형 알루미늄 장치에서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발표했을 때 심한 논란이 벌어졌고 결국엔 과학자 사회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다른 방식의 장치가 필요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라이너 바이스(지난달 별세)가 1970년대에 마침내 라이고의 바탕이 된 장치를 고안해냈다. 아이디어는 이랬다. 우주의 중력파가 지구를 지나갈 때는 지상 공간도 극미량으로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진동을 겪을 것이다.

그 진동을 어떻게 측정할까? 먼저 직각 방향(L자형)으로 수킬로미터 떨어진 두 끝에 거울을 설치한다. 레이저 빛을 두 거울에 반사시켜 다시 한곳으로 모은다. 만일 중력파의 진동이 있다면, 두 갈래 빛이 수킬로미터를 지나면서 도착 시간에 미세한 차이가 생길 테고, 이로 인해 다시 모인 빛에 독특한 무늬(간섭 무늬)가 나타날 것이다. 무늬를 측정하면 중력파를 확인할 수 있다.

빛 무늬를 이용한 검출기와 방대한 데이터, 그리고 슈퍼컴퓨터가 결합해 이제는 매우 높은 신뢰도로 중력파를 검출한다. 첫 검출 확인은 매우 까다로웠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훨씬 수월해졌다. ‘네이처’는 연구자들이 이제는 사흘에 하나꼴로 블랙홀 쌍성을 포착한다고 전한다.

중력파 검출은 점점 일상이 될 전망이다. 라이고보다 10배나 규모가 큰 거대 검출기(코스믹 익스플로러)를 건설하는 사업이 미국에서 추진된다. 캄캄한 우주를 들여다보는 창이 된 중력파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우주의 그림이 그려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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