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체육인이었고 앞으로도 체육인” 세종시농구협회 김미선 회장
[점프볼=조원규 기자] 2022년 12월 17일.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연말연시 불우 청소년 기부를 위한 '2022 세종시 행복 농구 한마당(이하 농구한마당)'이다.
세종시는 2012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설치됐다. 세종시의 역사가 짧으니 세종시농구협회(이하 세종협회) 역사도 짧다. 2019년 창립했을 때 팀도 선수도 많지 않았다. 세종시체육회 회원단체도 아니었다.

2021년, 새롭게 협회를 맡은 김미선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회원단체 가입이었다. 김 회장은 그것을 “농구 종목의 자존심”이라 표현했다. 김 회장은 농구한마당을 계기로 “(세종시) 체육회가 농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라고 평가한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이날 현 국가대표 에이스 이현중 선수가 참석했다. 공식 초청한 선수가 아니다. 그런데 농구인 출신 어머니가 참석을 적극 권유했다고 한다. 세종시가 농구의 불모지니 힘을 보태라는 것이다.
이현중은 유소년팀 친선 경기는 코치로, 동호인 팀과 연예인 농구팀과의 친선 경기는 선수로 참가했다.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고 경기 후 격의 없이 어울렸다. “어린 선수들을 안아서 들어 올릴 때 표정이 참 순수했다”라며 김 회장은 웃었다. 밥도 많이 먹는, “순수하고 밥 잘 먹는 친구”로 기억했다.

행사는 세종시장과 부시장은 물론 당시 남녀 대표팀 감독, 13개 시도 농구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례 없이 성대한 행사였다. 다음 해, 농구의 회원단체 가입이 승인됐다. 농구한마당이 큰 역할을 했다. 김 회장은 이현중이 고마웠다. 시도협회장도 그렇다. 그래서 대표팀 경기 포함 이현중의 국내 일정을 늘 챙긴다. 대한농구협회 전국 시‧도회장 협의회 사무총장으로 봉사한다.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고마움은 반드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한다. 김 회장의 장점 중 하나다. 사람 사귀는 것이 쉽고 재미있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관리한다. 사업을 하셨던 부모님을 보며 친화력을 배웠다. 리더십도 길렀다.
고향인 강원도 화천에는 군부대가 많다. 군인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조직 생활을 이해했다. 어렸을 때 운동했던 영향도 컸다. 김 회장은 초등학교 때 테니스 선수로 소년체전에 참가했었다. 그러면서 전교 회장도 했으니 소위 말하는 ‘엄친딸’이었다.
▲ 사람 사귀는 것이 쉽고 재밌어
김 회장을 인터뷰했던 모 기자는 그녀를 ‘여장부’라 표현했다. 추진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농구한마당도 그랬다. 회원단체가 아니기에 시의 보조금 지원이 없었다. 김 회장의 사비에 후원금을 모아 행사를 치렀다.

그런데 여자라서 힘든 것은 없었을까? 김 회장은 “전혀 없었다”며 다시 웃었다. 그리고 이후 사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다음 목표는 전국체전 참가였다. 5X5 농구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3X3 강자인 블랙라벨과 협약을 맺고 세종시 대표로 출전시켰다. 출전 첫해에 금메달을 수확했다. 다음 해에는 ‘세종블랙라벨’이라는 이름으로 팀을 창단했다. 기존의 블랙라벨에 세종시와 세종협회 그리고 김 회장이 경영하는 (주)다해냄의 지원을 더했다. 후원도 유치했다.
‘세종블랙라벨’은 2024년 전국체전 2연패를 달성했다. 올해 세종시에 세 번째 금메달을 선물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세종시는 더 이상 농구의 불모지가 아니다. 많은 씨를 뿌렸고 크고 작은 수확도 있었다. 싹을 틔운 씨앗도 있고 꽃을 피운 씨앗도 있다. 물론 과제도 여전히 많다.
“세종시가 굉장히 작잖아요. 작았는데 갑자기 커지게 되면 여러 가지로 잡음도 생겨요. 작을수록 소통과 통합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체계가 필요하죠. 제가 농구인이 아니니까, 지난 4년이 알아가고 배우는 단계였다면 앞으로 4년은 세종시 협회를 더 탄탄하게 세우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회장을) 천년만년 할 것도 아니고, 다음 회장이 누가 되건 간에 협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발판을 만들어야죠.”
세종시는 작다. 농구협회 역사도 짧다. 엘리트팀도 없다. 엘리트팀이 전혀 없는 지역협회는 세종시가 유일하다.
엘리트팀 창단은 세종협회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신도시라 더 어렵다고 했다. 다행히 “공공스포츠클럽이 굉장히 잘 돼 있는 지역이 세종시”라고 김 회장은 전했다.
시장과 부시장이 농구한마당에 참석했다. 최교진 전 교육감도 스포츠에 진심이었다. 유소년 농구 대회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고 한다. 이런 관심이 “엘리트를 안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탄탄한 공공스포츠클럽 시스템을 만들었다. 특히 3X3 농구 고등부는 전국대회 입상도 했던 실력자다.
▲ 전에도, 앞으로도 체육인
그러나 한계가 있다. 5X5 농구는 아직 전국체전 참가 경험이 없다. 소년체전도 그렇다. 당면한 목표는 공공스포츠클럽의 소년체전 참가다. 이미 지난 소년체전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경남의 사례가 있다. 이 문제는 교육청과 협업이 필요하다. 지금의 협력을 유지, 강화할 계획이다.
김 회장의 계획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스스로를 “전에도 체육인이었고 앞으로도 체육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체육인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을 담담히 얘기했다.
“제 아들이 장애가 있어요. 태어날 때부터 선순환성 하지림프부종이라는 장애가 있었죠. 그런데 그 아이가 배구를 해요. 불편한 다리로, 엄마는 시키고 싶지 않은데 본인이 하겠다고 해요. 대회에도 나갔어요. 장애인 대회가 아니고 일반인 대회요. 엄마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려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임기가 끝나도 할 수 있는 일이요.”
김 회장이 새롭게 관심을 가진 분야는 스페셜 올림픽(Special Olympics)이다. 발달장애인이 참가하는 국제 스포츠 대회로 참가한 선수들은 ‘나는 승리합니다. 그러나 만약 이길 수 없다 하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한다. 도전 그 자체로 아름답고 위대한 스포츠다.
김 회장의 관심은 스페셜 올림픽 농구 종목이다. 가장 최근에 열린 ‘2023 베를린 스페셜올림픽 세계하계대회’에서 한국 3X3 농구대표팀은 은메달을 수확했다. 김 회장은 임기 중에 의미 있는 아이템을 찾고 싶다고 했다. 편견 없이 어울리고 함께 성장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 장애가 있는 선수는 일반인 선수보다 두 배 세 배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보는 것만으로 감동이다. 꼭 엄마의 마음이 아니어도 그렇다.

이 선수들에게는 다른 지도 방식이 필요하다. 지원이 필요하다. 그것을 해보려 한다. 사람을 만나 설득하는 건 익숙하다. 세종협회 조직을 확장하고 단단하게 만들면서 스페셜올림픽의 새로운 사업 구상도 함께할 계획이다.
어렸을 때부터 강하게 컸다. 당당하게 컸다. 가정을 꾸린 후 더 강해져야 할 이유도 생겼다. 2012년 세종시 청사에 꽃집을 냈다. 2016년 세종시체육회 이사가 됐고 2021년 세종시농구협회 회장이 됐다. 대한체육회 체육인인권위원회, 여성체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폭을 넓혔다.
테니스 선수로 활동한 기간은 짧았다. 그러나 당시 힘들게 훈련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오랜 시간이 흘러 체육계에 진입했을 때도 어색함이 없었다. “전에도 체육인이었고 앞으로도 체육인”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유다.
처음 세종협회 회장을 제안받았을 때, 주변의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회원단체 가입도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됐다. 이렇게 부정적이면 내가 해야지 결심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다.
그 어떤 새로운 시작도 두렵지 않다.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두렵다. 그것이 “체육인”이다.
#사진_김미선 회장 제공, 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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