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한 인사말처럼
공원 보행코스에 벽돌들이 곱습니다
곡선엔 짧은 벽돌 직선에선 긴 벽돌이
벽돌이 벽돌을 잡고
길 하나를 낸답니다
놓일 데 놓이고파 벽돌이 됐답니다
붉은 벽돌 초록벽돌 시멘트 벽돌 저들처럼
설 자리 앉을 자리가
정해진 듯 합니다
벽돌 위에 벽돌이 놓여도 벽돌은 기뻐합니다
벽돌 아래 벽돌이 놓여도 벽돌은 감사합니다
반듯한 인사말들이
자로 잰 듯합니다.
/2013년 고정국 詩
#시작노트
'아름답다'의 우리말 어원은 아름 즉 품(가슴)에 안고 싶은 마음의 상태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비슷한 또 한 음절의 낱말 '멋' 역시 알맞은 형태로 알맞은 자리에 놓여있을 때 자연스럽게 꺼내는 말 같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부자연스러운 것, 일테면 직각적인 규격을 갖춘 것 중 하나가 '벽돌'인 것 같습니다. 이처럼 자연이라는 낱말 곁에 문화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우리 삶도 문화의 영역에 있고, 그 문화의 가장 견고한 지킴이가 바로 벽돌이라 하겠습니다. 거기에다 자연과 문화의 그 어색한 간극을 채우면서 절대적인 완충수단으로 우리는 '예술'이라는 도구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노형동 제2공원 보행코스에 길을 내고 있는 벽돌한테서 언어예술의 한 수단으로 시조 한 수를 선물 받고 있습니다.
무자천서無字天書…, 옛사람들은 자연 또는 우주를 글자 없는 경전이라 했습니다. 삼십 년 넘도록 정형시 시조를 쓰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알맞음의 철학'이었습니다. 알맞은 삶의 태도, 상황에 알맞은 처신, 그리고 낱말과 낱말을 가장 효율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소수점 이하의 언어들! 그래서 '자연'이야말로 어디하나 알맞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시간 당 삼십 밀리
산남 쪽에 호우주의보
깊은 밤 516도로에
안전운전 지켜달라는
아내의 문자메시지…,
느낌표가
셋이다
-「느낌표가 셋이다」 (2007) 전문
느낌표가 셋일 경우, 그 내용이 간절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호우주의보 상황에서, 심야의 516도로에 안전운전을 지켜달라는 가족의 문자메시지를 「느낌표가 셋이다」라는 제목을 달면서 자연과 문화의 간격을 좁혀보았습니다. 거기에다 은근슬쩍 '가족사랑'의 의미도 끼워 넣었습니다.

▲ 1947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 출생
▲ 1972~1974년 일본 시즈오카 과수전문대학 본과 연구과 졸업
▲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 저서: 시집 『서울은 가짜다』 외 8권, 시조선집 『그리운 나주평야』. 고향사투리 서사시조집 『지만울단 장쿨레기』, 시조로 노래하는 스토리텔링 『난쟁이 휘파람소리』, 관찰 산문집 『고개 숙인 날들의 기록』, 체험적 창작론 『助詞에게 길을 묻다』, 전원에세이 『손!』 외 감귤기술전문서적 『온주밀감』, 『고품질 시대의 전정기술』 등
▲ 수상: 제1회 남제주군 으뜸군민상(산업, 문화부문),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유심작품상, 이호우 문학상, 현대불교 문학상, 한국동서 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등
▲활동: 민족문학작가회의 제주도지회장 역임. 월간 《감귤과 농업정보》발행인(2001~2006), 월간 《시조갤러리》(2008~2018) 발행인. 한국작가회의 회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