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잃은 홈쇼핑, 생존 전략은
패션·해외 직구로 차별성…'라방' 중심 전개
"탈TV 관건…생존 열쇠는 젊은 세대 확보"

국내 홈쇼핑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TV를 시청하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쇼핑 행태도 '라이브 방송(라방)'으로 변화하면서 '홈쇼핑=TV'라는 공식이 무너졌다. 이에 따라 홈쇼핑 업계는 채널과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며 생존 전략 찾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다.동력 잃었다
한때 홈쇼핑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안정적인 TV 시청자층을 기반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홈쇼핑의 핵심 성장 축인 TV 시청률이 저조해지면서 영향력이 축소됐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161분에 달했던 전체 방송 채널의 평균 시청 시간은 불과 3년 만에 121분으로 감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산으로 유료 방송 가입자가 줄어든 건 물론 주요 고객층이 고령화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의 유입이 정체된 채 고령층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미래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높은 송출 수수료 역시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홈쇼핑 업계는 유료 방송 사업자에게 일종의 '자릿세'로 수수료를 내고 방송 송출 권한을 사야 한다. 그러나 장사가 안되는 상황에 송출 수수료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가 조사한 지난해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중은 73.3%로 집계됐다. 쉽게 말해 100원을 벌면 73원이 수수료로 나간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홈쇼핑 실적은 하락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CJ온스타일, GS샵,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국내 홈쇼핑 주요 4개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2732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2%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2% 감소한 1668억원에 그쳤다. 업계 전반이 역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승부처는
이처럼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 업계가 내세운 키워드는 '탈(脫)TV'다. TV를 통해 물건을 파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모바일 라방, 숏폼(15초에서 1분 내외의 짧은 영상) 등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닌 콘텐츠 커머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이 많다. 모바일 라방의 경우 이미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들은 방대한 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추천 알고리즘, 탄탄한 결제·배송 인프라 등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홈쇼핑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홈쇼핑 업체들은 플랫폼 특성과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생각이다. CJ온스타일은 최근 TV와 모바일, OTT를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 전략을 추진 중이다. 동일한 콘텐츠를 그대로 송출하지 않고 플랫폼별로 성격에 맞게 재가공해 선보이는 식이다. 방송 이후에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숏폼으로 만들어 재배포하고 있다.
GS샵과 롯데홈쇼핑은 패션 사업으로 수익성 확보를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GS샵은 최근 자체 패션 브랜드인 '르네크루'를 리브랜딩, 롯데홈쇼핑은 이달 신규 패션 브랜드 '네메르'를 론칭했다. 브랜드 인지도를 보고 상품을 고르던 이전과 달리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미적 기준에 맞는 스타일링을 바탕으로 한 소비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직구(직접구매)'도 새로운 돌파구 중 하나다. 현재 현대홈쇼핑은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채널 '쇼라'에서 직구를 운영 중이다. 진행자가 직접 해외 브랜드 쇼룸이나 매장을 방문해 시청자가 해외에서 쇼핑을 즐기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홈쇼핑 역시 '엘라이브'에서 국가별 특화 상품을 소개하는 글로벌 라방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향후 홈쇼핑의 성패는 'MZ세대를 붙잡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세대의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어서다. 따라서 단순 상품 판매 사업자를 넘어 젊은 세대들이 원하는 재미·경험·참여를 강조한 콘텐츠 기획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홈쇼핑의 골든타임이자 마지막 기회"라며 "젊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밀려나는 건 시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서영 (s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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