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감독 이상민’…“KCC 선수·코치 때 쓴 우승 이젠 감독으로 보태야죠”
프로 첫 둥지로 와 남다른 감회
허훈까지 합류 ‘최강전력’ 기대감
“모든 것 쏟아부어 성과 만들겠다”

“저기 보이시죠?” 인터뷰 장소(부산 KCC 용인 마북훈련장)에 들어서자마자 그가 한곳을 가리켰다. 1997~1998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프로농구 케이씨씨 우승 역사가 한눈에 펼쳐진 현수막이었다. “8개(정규리그, 챔프전 우승 포함)가 걸려있어요. (저는) 선수로서 세 번, 코치로서 한 번을 달았죠. 이제는 감독으로서 한 개 더 추가하고 싶어요.” 그러고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한참이나 그곳을 응시했다.
‘감독 인생’이 다시 시작되면서 생각이 깊어진 것일까. 이상민 감독은 전창진 감독 후임으로 2025~2026시즌부터 3년 동안 케이씨씨를 이끈다. 2014~2015시즌부터 2021~2022시즌(중도 하차)까지 서울 삼성에서 이미 사령탑을 경험했지만, 케이씨씨 감독은 아무래도 느낌이 다르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 인생 대부분을 보낸 곳”에 감독으로 돌아와 “농구 인생을 마무리”하는 셈이어서다. 그는 1995년 현대전자 농구단(KCC 전신)에 입단해 케이씨씨에서 2007년까지 뛰었고, 이후 삼성으로 이적해 2010년 은퇴했다. 삼성 코치(2012~2014년)와 감독을 거쳐 2023~2024시즌 케이씨씨 코치로 다시 ‘마북’에 왔다.
“다시 왔을 때 (클럽하우스) 소파부터 변한 게 거의 없어서 너무 좋았죠. 낯설지가 않았으니까요. 여기는 진짜 그대로예요. 그게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때를 떠오르게 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그는 이 마음을 바탕으로 “(KBL에서) 한 팀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한 경우가 없는데, 케이씨씨에서 그것도 이뤄보고 싶다”고 했다.

익숙한 공간이라고 해서 부담이 덜한 것은 아니다. 그가 다시 감독이 됐을 때 “주변에서 ‘축하한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한 말은 ‘걱정스럽다’”였다. 개성 강한 선수들이 모인 팀을 이끌기도 쉽지 않지만, 삼성 감독 시절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그가 받았던 스트레스를 잘 알아서다. 그는 자신을 “실패한 감독”이라고 표현했다. “8년 동안 결승 한번 올라간 게 전부였으니까요. 한 팀의 수장이 되면 성과를 내야 하고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없었으니까 실패한 게 맞죠.”
결과적으로 그 경험들은 다시 시작된 ‘감독 인생’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는 “그 시절 하지 못했던 것, 할 수 없었던 것 등을 돌아보고, 3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어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그는 “골이 많이 터지는 빠른 농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시즌을 앞두고 지난 시즌 케이씨씨의 문제점도 차근차근 보강했다. 가드(허훈 등)와 미들라인에서 받쳐줄 선수(김훈 등)가 합류했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케이씨씨’를 만드는데 신경 썼다. 케이씨씨는 스타 선수가 대거 포진된 ‘슈퍼팀’이지만, 지난 시즌 부상이 잦았다. 그는 “케이씨씨는 ‘슬로우 스타터’라고 하는데 올해는 바꾸고 싶다”며 “시즌 초부터 100% 전력으로 뛸 수 있도록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신경 썼다”고 했다.
좋은 선수가 명장을 만든다지만, ‘슈퍼팀’을 이끄는 감독은 부담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허웅, 최준용, 송교창이 있는 팀에 이적 시장에서 허훈(전 수원 KT)까지 합류하자 “이 선수들로 우승 못 하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말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는 “내가 잘해야 한다”며 빙그레 웃었다.

이상민 감독은 인터뷰 내내 “농구 인생 마지막 3년”이라는 말을 했다. 팀으로서, 감독으로서를 떠나 이번 시즌은 ‘농구인 이상민’에게도 의미 있는 출발점인 듯했다. 연세대 시절 농구붐을 일으키고, 프로 내내 올스타 인기투표 1위를 하는 등 농구 인기를 이끌어온 그도 어느덧 50대 중반이 됐다. 그는 “떠나야 할 때”를 찾고 있었지만, 체력만 보면 그 ‘때’는 멀어 보인다. 그는 거의 매일 운동을 한다. 체중도 대학교 2~3학년 때 몸무게(72~74㎏)를 유지하고 있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모습은 선수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다. “나도 오랫동안 무너지지 않는 농구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 그도 코트 밖으로 나오면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은근 ‘수다쟁이’에 우스갯소리도 잘한다. ‘의외로’ 중국 드라마를 즐겨보기도 한다. 추천해 달라니 작품과 배우 이름이 술술 나왔다. 선수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수장으로서 그의 장점이다. 그는 “선수들의 세대와 나의 세대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개성 강한 케이씨씨를 하나로 모은 비결은 ‘인정과 존중’일까.
2025~2026 남자프로농구는 다음 달 3일 시작한다. 케이씨씨는 시즌 시작 전에 이미 ‘우승 후보’로 꼽히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팬이 많기로 유명한 세 사람(이상민 감독, 허웅과 허훈)이 한 팀에 모였으니 케이씨씨 부산 안방 구장 티켓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여러 의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상민표 케이씨씨는 이제 곧 닻을 올린다. 20일부터 시작되는 시범경기는 모의고사가 될 전망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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