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항응고제 중단 권했어도 심장 전문의에게 꼭 상의하세요"
항응고제 쓸 때 멍 자주 드나 살펴야
복용 중단 권장은 일주일 아닌 이틀
아스피린으로 오인하면 뇌경색 위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뛴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뇌경색이 오고 나서야 병원 검진에서 심방세동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10일 서울 은평구 은평성모병원에서 만난 장성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없는 심방세동이 많기 때문”이라며 “70세 이상이거나, 고혈압‧당뇨병‧심부전‧동맥경화‧65세 이상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심방세동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심방세동 환자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2013년 32만614명→2022년 75만4,518명) 늘었다.
심방세동에 따른 뇌경색을 막기 위해 복용하는 약이 항응고제다. 항응고제는 혈전(피떡)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장 교수는 “자주 또는 이유 없이 멍이 생길 땐 체내 항응고 작용이 과도하다는 뜻이므로 담당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다른 진료과 의사들이 항응고제를 지혈 작용이 있는 아스피린과 비슷하게 여겨 일주일 안팎 복용을 중단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항응고제 권장 중단 기간이 이틀"이라며 "일주일 동안 복용하지 않으면 드물지만 이 기간에 뇌경색이 발병하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항응고제를 쓰는 심방세동은 어떤 병입니까.
“심장은 심방 2개, 심실 2개로 이뤄져 있어요. 심방이 힘 있게 수축해야 혈액이 심실을 통해 몸 구석구석으로 나가게 되는데, 나이가 들다 보면 심방이 수축하는 힘이 떨어져요. 그래서 힘 있게 수축하지 못하고 부르르 떨게 되는데, 이런 상태를 심방세동이라고 합니다. 심방이 불규칙적으로 떨리면서 혈액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니까 내부에 고인 혈액이 혈전을 만들게 돼요. 이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뇌경색 환자의 20% 정도는 원인이 심방세동이에요. 심방세동이 있는 환자들에게 항응고제만 잘 써도 상당수의 뇌경색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 성분에 예민한 분들은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니까 부정맥(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상태)이 있는 것 아닐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요. 부정맥의 대표 질환이 심방세동이고요. 하지만 커피는 심방세동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심방세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첫 번째가 술이고, 두 번째가 비만, 세 번째가 과로예요.”
-항응고제는 몸에서 어떻게 작용합니까.
“몸의 12개 주요 인자가 연쇄적으로 반응을 일으켜 혈액이 응고돼요. 현재 널리 처방되는 비타민K 비의존성 경구 항응고제(NOAC‧노악)는 네 종류가 있는데, 노악은 혈액 응고와 관련한 단백질 작용을 억제하는 식으로 작용합니다. 세 종류는 10번 인자, 나머지 하나는 2번 인자의 작용을 막아 혈액 응고를 저해해요. 체내 비타민K와 상관없는 노악과 달리, 과거에 많이 썼던 항응고제인 와파린은 비타민K가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것을 막는 식으로 작용해요. 그래서 비타민K가 풍부한 녹황색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와파린 복용량도 늘려야 합니다. 와파린은 비타민K 섭취량에 따라 약효가 달라진다는 단점이 있어 최근엔 노악을 많이 처방합니다. 복용하면 즉각 효과가 나타나는데 노악과 달리 와파린은 3, 4일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는 점도 한계고요.”
-항응고제를 복용하면서 다른 약을 먹는 건 괜찮습니까.
“와파린은 몸 안에서 대사되는 과정이 복잡해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약이 많습니다. 리팜핀 같은 살균성 항생제는 대사를 촉진해 와파린의 효과를 떨어트리고, 메트로니다졸 항생제는 대사를 억제해 출혈 위험이 커져요. 따라서 와파린을 복용 중인 환자는 반드시 병용 약물을 확인해야 합니다. 반면 노악은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이 적어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와파린은 더 이상 쓰지 않습니까.
“심장 판막이 고장 나서 인공 판막 수술을 받는 사람도 많아요. 인공 판막은 돼지 판막을 갖고 만든 조직 판막과 금속으로 제작한 기계 판막이 있습니다. 기계 판막은 내구성이 뛰어나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지만, 혈전이 낄 수 있어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심방세동에서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좋으니까 기계 판막으로 교체한 환자들에게도 노악을 처방했는데, 출혈이 많이 생기고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지는 등 결과가 오히려 더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기계 판막으로 교체한 환자에겐 와파린을 처방합니다.”
-항응고제를 아스피린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내시경 조직검사에서 질환 의심 부위를 떼어내거나 이를 뽑을 때 보통 사람들은 금방 지혈이 되지만, 항응고제를 먹고 있으면 출혈이 잘 멎지 않아요. 그래서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땐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해야 하고, 복용 중단 기간은 임의로 정할 게 아니라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문제는 항응고제를 아스피린과 같은 약이라고 여기는 경우예요. 아스피린이 지혈 작용도 하니까 잘못 알고 있는 의사들도 있어요. 아스피린 효과가 없어지려면 보통 일주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이를 뽑을 때 항응고제를 일주일 정도 끊으라고 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항응고제를 이렇게 오래 끊으면 자칫 이 기간에 뇌경색이 올 수도 있어요. 노악을 쓸 땐 복용을 중단하더라도 이틀을 넘기지 말라는 게 권장사항입니다.”
-항응고제를 먹는 동안 어떤 때 의사 상담이 필요합니까.
“멍이 자주 들거나, 외상으로 출혈이 멈추지 않을 때, 갈색 소변이나 검은 대변이 나올 때 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항응고제는 혈전 생성을 막는 대신 혈액의 응고 능력을 낮추기 때문에 작은 충격을 받거나 모르는 사이에 모세혈관이 터져도 피가 잘 멎지 않고 피부밑에 고여 멍으로 남기 쉬워요. 멍이 자주 들거나 이유 없이 생기는 현상은 항응고 효과가 과하게 작용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고령일수록 심방세동을 확인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두근거림과 가슴 답답함, 어지럼증, 호흡곤란 같은 전형적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무증상 심방세동도 많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무서운 질환이 뇌경색이랑 치매인데, 심방세동은 뇌경색 위험을 크게 높이기 때문에 특히 70세 이상이면 전형적인 증상이 없더라도 심방세동 검사를 반드시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방세동 진단을 받으면 항응고제 복용을 게을리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경남지사 측이 김상민 입당 추천, "김건희가 전화" 얘기까지… 공천개입 진실은 | 한국일
- "기업들 입장도"… 박명수 '주 4.5일제 우려'에 누리꾼들 갑론을박 | 한국일보
- 추미애 "매를 불편해하면 아랫사람에 이용당해"… 文 저격, 이유는? | 한국일보
- '조희대 사퇴' 급발진 왜 ①'조 트라우마' ②내란 재판 압박 ③개혁 동력 회복 | 한국일보
- 미국 국적 대신 해군 학사장교 위해 진해로 간 청년은 | 한국일보
- [단독] 부모에게서 살아남은 132명...그중 78명, 국가는 행방조차 모른다 | 한국일보
- [단독] 김상민 전 검사, 尹 부부에 '쥴리' 수사 등 검찰 동향 수시 보고 | 한국일보
- "가뭄에 물 갖고 줄 세워"…강릉 아파트만 단수에 형평성 논란 가열 | 한국일보
- 생방송서 "정신질환 노숙자는 죽여버려야" 충격 발언... 폭스뉴스 진행자 결국 사과 | 한국일보
- 가수 박진영 '장관급' 임명, 이보다 나은 선택은 없다 [김도훈의 하입 나우]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