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정권 붕괴와 Z세대의 경고 [오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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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남아시아의 작은 나라 네팔에서 불과 일주일 만에 정부가 붕괴됐다.
정부는 가짜 뉴스 및 범죄 방지를 위한 규정 위반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젊은 세대들은 검열과 반대 의견 억압으로 받아들였다.
2001년 군주제 붕괴 이후 14차례나 정부가 교체됐지만, 단 한 번도 임기를 채운 정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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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남아시아의 작은 나라 네팔에서 불과 일주일 만에 정부가 붕괴됐다. 그 배경에는 Z세대 청년들의 시위가 있었다. 발단은 정부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26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전격 차단하면서 비롯됐다. 정부는 가짜 뉴스 및 범죄 방지를 위한 규정 위반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젊은 세대들은 검열과 반대 의견 억압으로 받아들였다.
네팔은 남아시아에서 1인당 소셜미디어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소셜미디어는 해외 노동자와 가족을 이어주는 창구이자, 불평등과 부패에 대한 불만을 공유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따라서 소셜미디어 금지는 곧 소통과 표현의 단절과 차단으로 인식됐다.
이번 시위의 가장 큰 특징은 ‘리더가 없다’는 점이다. 대표 인물이나 특정 단체없이 네팔 젊은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 소통하면서 수십만 명이 모였다. 교복 입은 학생부터 대학생, 취업 준비생까지 다양한 청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리로 나왔다. 이 과정에서 ‘#네포베이비’, ‘#네포키즈’ 같은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지면서 정치인 자녀들의 호화 생활과 청년들의 실업·강제 이주 현실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불평등에 대한 분노는 곧 조직적 행동으로 전환됐다.
네팔 청년들의 절망은 단순히 소셜미디어 차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청년실업률은 20%에 달했고, 국내 산업은 소수 엘리트가 장악했다.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이 해외 송금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젊은 세대에게는 일자리도, 미래도, 신뢰할 정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2001년 군주제 붕괴 이후 14차례나 정부가 교체됐지만, 단 한 번도 임기를 채운 정권은 없었다. 이렇듯 정치 불신은 청년 세대에 누적돼 있었다.
네팔 정부 조치도 중국과 비교된다. 중국은 서구 플랫폼을 차단하는 대신 위챗, 더우인 등 자국 대체 플랫폼을 제공했다. 하지만, 네팔은 대체 수단을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젊은 세대를 소통에서 고립시키려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이유다. 이번 사태는 스리랑카(2020), 방글라데시(2024)에 이어 청년층 주도의 시위로 정권이 무너진 세 번째 사례가 됐다. 이는 청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네팔 정권의 붕괴는 정치 공간에서 디지털 중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불평등과 기회 부족, 부패한 정치에 대한 좌절이 소셜미디어라는 무기를 만나면, 취약한 민주주의 국가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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