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심 빈 상가 빌려 13억 ‘떴다방’ 투자사기… 단기임대-잠적 반복
8개 조직이 상가 24개 빌려 사기극… 호텔 로비처럼 꾸며 투자자 속여
주택가에 버젓이 범죄조직 입주… 사기 넘어 강력범죄 피해 우려도

두 달 뒤, 이들이 단순 입주인이 아니라 투자사기 조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상장 주식을 헐값에 살 수 있다며 투자자를 속여 돈을 빼돌리고 잠적을 반복하다가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기자가 15일 찾은 해당 빌딩은 각종 오피스와 상가가 밀집한 업무지구 한복판이었다.

● 같은 건물에서만 투자 사기 조직 2곳 적발
15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단기임대 사무실을 아지트로 삼은 투자 사기 조직 8곳이 적발됐다. 한 팀이 검거한 조직만 8개, 이들이 빌린 도심 사무실은 24곳에 달했다. 범행 수법은 비슷하다. 강서구와 인천, 경기 고양시 부천시 등 역세권 오피스텔이나 상가 공실을 1개월에서 1년가량 단기 임차해 콜센터로 꾸린 뒤 비상장 주식·스캠코인 판매 등 투자 사기를 벌였다.
강서구의 같은 건물에선 코인을 만들어 주겠다며 피해자 44명으로부터 13억4000만 원을 빼낸 조직도 적발됐다. 이 건물 관리소장은 “공실이 길어지면서 인근에도 범죄조직이 들어온 사무실이 많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단기간에 투자자로부터 상장 예정 주식이나 코인을 위한 투자금을 뜯어낸 뒤 잠적한다. 단기임대는 이들의 ‘떴다방’식 범죄 방식과 일치하는 셈이다. 주로 △3개월 단위 계약 △보증금·임대료 현금 결제 △문신을 한 채 외제차를 타고 다니기 등의 공통점을 보였다. 생활편의시설과 밀집한 도심에서 조직범죄가 활동하는 만큼 폭력 등 2차 범죄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투자자 모집용 ‘쇼룸’으로 변질
더 큰 문제는 투자자가 ‘진짜 회사’로 속아 넘어갈 수 있는 쇼룸으로 공실이 악용된다는 점이다. 5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강남 일대에 화려하게 단기임대 사무실을 차리고 은퇴자와 주부 등을 유인하는 다단계 사기 신고가 급증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호텔 로비처럼 꾸민 사무실을 내세워 피해자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투자자에게 ‘센터장’ ‘지점장’ 같은 직함을 부여해 초기에 후원수당까지 지급했다.
임차 계약 과정에서 신원을 숨기려는 수법도 고도화하고 있다. 강남구의 한 빌딩 관리인은 “우리 건물 안에서도 불법 다단계로 의심되는 사무실이 십수 곳에 달한다”며 “임대가 아닌 3개월짜리 전차(재임대)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차는 단기 공실을 메우려 묵인되는 경우가 많아 건물주와 재임차인이 직접 연결되지 않고, 범죄조직이 신원 검증을 피하기 쉽다. 경찰에 따르면 범죄조직은 정식 공인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사무실을 구하는 경우도 잦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범죄집단이 상식적으로 ‘도심 한가운데에 아지트를 꾸리지 않을 것’이란 인식을 역이용해 입지 조건이 좋은 곳에 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도심이나 강남 한가운데 차려진 사무실은 피해자들에게 신뢰감을 더욱 줄 수 있기 때문에, 투자 권유 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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