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마다않는 영웅에게 휴식의 시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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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가족여행을 선물한다는 말에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어요." 이태조(67) 목사는 이랜드재단의 첫 연락을 받았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부산 광안리 해변을 내려다보며 지난 청년 시절을 떠올리는 이 목사.
"몇 번이나 거절한 끝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추천이라는 말에 선물을 감사히 받아들였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헌신하는 이들에게 쉼과 회복의 시간을 제공하는 이랜드재단의 '히어로 포레스트'가 이 목사를 켄트호텔 광안리 바이 켄싱턴으로 초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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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 해변을 내려다보며 지난 청년 시절을 떠올리는 이 목사. 그가 이곳으로 여행을 온 5월 26일은 1993년 동아대병원에서 신장 기증을 한 날과 정확히 같았다.
“몇 번이나 거절한 끝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추천이라는 말에 선물을 감사히 받아들였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헌신하는 이들에게 쉼과 회복의 시간을 제공하는 이랜드재단의 ‘히어로 포레스트’가 이 목사를 켄트호텔 광안리 바이 켄싱턴으로 초대한 것이다.
생명을 나눈 삶, 두 번의 숭고한 결단
이 목사에게 장기기증은 단순한 의학적 행위가 아닌 삶의 숙명이었다. 그의 이름 태조(太助)가 ‘클 태’에 ‘도울 조’인 것처럼 많은 사람을 돕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고 여겼다.
특히 이 목사는 ‘리빙도너(생존 시 장기기증)’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첫 번째 기증은 1993년 베데스다선교회 총무로 활동하던 전도사 시절 ‘준구’라는 지적장애인을 만나며 시작됐다. 만성신부전증으로 몸이 쇠약해진 준구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기증자를 찾지 못해 어린 삶을 마감했다.
“그때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을 삶의 지침으로 삼았던 저는 장기기증을 결심했습니다.” 불교 신자인 홀어머니의 반대가 심했지만 그는 ‘불교의 자비와 기독교의 사랑은 같은 의미’라고 설득해 승낙을 받았다.
두 번째 기증은 2005년 재도전 끝에 이뤄졌다. 2003년 10월 말기 암 환자에게 간을 이식하려 수술대에까지 올랐지만 마른 체격 때문에 일부러 찌운 살이 지방간을 만들어 수술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날 이후 이 목사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며 몸 만들기에 나섰다.
2년간의 식이요법과 운동 끝에 2005년 9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간 이식 희망 의사를 밝혔다. 두 달 뒤인 11월 1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50대 간경화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사할 수 있었다.
광안리에서 되찾은 청년의 기억… 98세 장모님의 첫 카페
경북 상주에서 목회하고 있는 이 목사에게 청년 시절을 보냈던 부산 광안리는 특별한 공간이다. 전도사 시절 힘들 때마다 왔던 광안리 밤바다를 30년 만에 다시 찾은 그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에는 특별한 동반자가 있었다. 98세 장모님이다. “아흔이 넘은 장모님이 난생처음 카페에서 차를 마셔본다고 하셨어요.” 이 목사의 블로그 글에는 ‘그래, 이것으로 됐어’라는 소박한 기쁨이 담겨 있다.
얼마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큰처형 가족들을 위로할 겸 떠난 이번 여행이었지만 오히려 그 자신이 위로받는 시간이 됐다. “정갈한 아침 식사, 상냥한 직원들의 안내… 분명 오늘 하루는 정과 사랑이 가득한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다”고 블로그에 적었다.

숙박 및 조식·석식은 물론 교통비에 환영 편지와 선물 세팅까지 마련된 ‘완전한 쉼’은 헌신의 시간을 살아온 이들에게 잊지 못할 회복의 시간이 되고 있다. 참가자들을 ‘가장 존경받아야 할 VIP’로 대접한다는 원칙 아래 펼쳐온 활동은 지난해 ‘제4회 대한민국 착한기부자상’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이랜드재단 관계자는 “공공복지 제도는 위기 가정의 생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들을 위해 헌신해온 사회 공로자들은 정작 자신을 돌볼 기회에서 배제돼 안타깝다”고 히어로 포레스트 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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