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에 분노한 네팔 청년들, 73세 ‘철의 여인’ 불러낸 이유

안준현 기자 2025. 9. 1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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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Why]
임시 총리, 수실라 카르키 지명
네팔 최초 여성 대법원장 출신
부패 세력에 맞서다 탄핵될 뻔

“총리직을 원치 않았지만 거리의 목소리에 이끌려 수락했다.”

고위층의 부패에 항의하는 반(反)정부 시위로 70여 명이 숨진 네팔의 임시 총리로 지명된 수실라 카르키(73) 전 네팔 대법원장은 14일 첫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정을 맡아 혼란을 수습할 인물로 자신을 지목한 시위대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가 ‘젊은 피’가 아니라 일흔을 넘긴 원로 법조인을 선택한 셈이다.

<YONHAP PHOTO-8108> Nepal's new prime minister Sushila Karki greets ministers administered the oath of office by Nepalese President Ram Chandra Poudel at the presidential building in Kathmandu, Nepal, Monday, Sept. 15, 2025. (AP Photo/Niranjan Shrestha)/2025-09-15 17:33:49/<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실제로 카르키의 지명 과정에 시위대의 요구가 반영됐다. 지난 9일 샤르마 올리 전 총리가 사임한 뒤 후임 인선 과정에서 시위를 주도한 청년 조직 ‘하미 네팔’이 “카르키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72명이 숨지고 정부 주요 시설이 불에 타는 등 국가적 혼란이 계속되자 총리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의원내각제인 네팔에서는 대통령이 국가원수직을 수행하고, 총리가 행정부 수반으로서 실권을 행사한다.

네팔의 청년들이 카르키에게 주목한 것은 그의 이력이 이번 시위의 핵심 구호였던 ‘반부패’ ‘법치’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카르키는 1990년대 변호사 시절 네팔 왕정의 권위주의 체제에 맞선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네팔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던 2016년에는 친(親)정권 인사를 경찰청장에 임명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제동을 걸다 탄핵 위기에 몰렸지만 끝까지 굽히지 않아 ‘철의 대법원장’으로 불렸다. 부패한 기성 정치 세력을 대체할 젊은 리더가 부족한 현실, 내년 3월 총선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과도정부 수반으로 ‘혁명가’보다는 중립적 ‘관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카르키를 추대하는 배경이 됐다.

카르키는 취임 직후 의회를 해산하고 “내 임기는 내년 3월 총선까지”라고 밝혔다. 첫 국무회의에서 시위 희생자들을 ‘순교자’로 지칭하며 묵념하고, 유족에게 100만루피(약 983만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카르키는 또 “Z세대의 사고방식에 따라 일할 필요가 있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패 종식, 좋은 통치, 경제적 평등”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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