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재석 해경 사망 사건] “수렁 크고 밀물 빠르다” 어민들도 만류하는 곳
20㎝던 물높이, 만조 땐 912㎝
밤엔 차오르는 게 안 보여 위험
“구조 초반엔 무릎 아래였을 것
고인, 장갑 건네는 등 시간 지체
급히 나가려다 사고” 안타까움

"우리 어민들도 섬 앞쪽으로는 큰 수렁이 많아서 잘 안 다닙니다."
15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면 내리어촌계 어업인복지회관에서 만난 박영준 내리어촌계장은 해안에서 약 1.5㎞ 떨어진 작은 섬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곳은 지난 11일 고 이재석 경사가 갯벌에서 고립된 70대 중국인 A씨를 구조하기 위해 간 '꽃섬'으로, 이곳 사람들은 섬 모습이 소나 말 등 위에 얹는 '안장'과 닮았다하여 순우리말로 '길마섬'이라고 불렀다.

실제 9월 물때표를 보면, 이번 사고가 난 11일(11물)은 새벽 1시가 첫 번째 간조로 물높이가 20㎝였다가 이후부터 물이 들어오기 시작해 오전 6시52분 만조에는 물높이가 912㎝가 되는 것으로 나온다.
영흥에서 3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강애경 내리어촌계 간사는 "(사리 등 조수 간만의 차가 클 때는) 밤에 나가 보면 물이 들어오는 소리가 '착착착' 하고 들릴 정도로 밀물이 정말 생각보다 빠르게 들어온다"라며 "낮에는 물이 들어오는 게 눈에 들어오니 괜찮은데 밤에는 안 보여 위험한데 왜 2인 1조로 안 가고 혼자 가서 사고가 났을까 싶다"고 했다.
이날 만난 지역 어민들은 평소 무분별하게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루객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문제의 심각성이 환기되길 바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영흥도 인근 선재도에서 어촌계장을 하고 있는 김형만 계장은 "이번 사고는 어찌 보면 예견된 사고였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요즘에는 동호회원들이 단체로 '도장 깨기' 하듯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해루질을 한다"며 지역 주민들이 해루질하는 사람들하고 계속 충돌하고 있는데 당국에서는 이렇다 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단속에 적극적이지 않다 보니 결국 이번 사고가 터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경사는 지역 어민과 해루객이 충돌해서 영흥파출소에서 출동했을 때 몇 차례 얼굴을 봤던 경찰관인데 유명을 달리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이 경사가 근무한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는 지난달 말부터 건물 리모델링에 들어가 두 칸짜리 컨테이너를 임시 파출소 공간으로 쓰고 있었다. 이날 <인천일보> 취재진이 찾아가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정식 취재 절차를 밟지 않고 온 거라 응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글·사진 유희근·안지섭·홍준기 기자 allway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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