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번화가서 ‘혐중 구호’… 외국인 많은 경기도 ‘긴장’
나혜석거리 등 100여명 이동 집회
도내 확대 우려… “지역안전 염려”

서울 명동에서 집중적으로 전개된 ‘혐중시위’가 경기도까지 진입이 확대되면서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혐중시위에 대한 엄중 대응을 주문한 후 다문화 인구 비율이 높은 도내 곳곳으로 시위가 옮겨지고 있는데, 충돌 등 안전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8시께 지인들과의 일정을 위해 수원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거리를 찾은 강모(20대)씨는 깜짝 놀랐다. ‘China Get Out’이란 커다란 현수막과 성조기를 든 인물들이 거리 한가운데 서서 중국인을 비하하는 단어들을 마이크를 통해 연신 외치는 모습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인근에 경찰들도 배치돼 있었지만, 과격한 단어와 비속어들이 섞인 소리에 강씨는 거리를 피해 약속 장소를 옮겼다. 이날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주장하는 ‘민초결사대’ 단체 회원 100여명은 수원시청역과 나혜석거리 광장 등 3㎞ 이상을 이동하면서 관련 집회를 진행했다.
강씨는 “시위자가 마이크로 혐중을 부추기는 단어들을 외쳤는데, 중국인이 아닌데도 위축돼 자리를 피하게 됐다”며 “수원에 거주하는데, 이렇게 혐중시위를 크게 하는 건 처음 봤다. 외국인도 많은 지역에서 이런 시위가 반복돼도 괜찮은 것인가 라는 걱정이 들었다”고 불안감을 전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도 넘은 혐중시위가 도내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부터 경찰이 중국대사관 인근인 명동 지역으로의 민초결사대 진입을 못 하도록 통고하면서 외곽으로 자리를 옮기는 상황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관광지에서의 혐중시위는 깽판”이라며 대책을 요구한 바 있다.
실제 해당 단체를 포함한 극우 성향의 단체들은 수원뿐 아니라 안산, 안양, 의왕, 파주 등지에서 부정선거 음모론과 혐중 정서 관련 집회를 추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인구 비율이 높은 도의 특성상 혐중시위가 확대되거나 반복될 경우 안전과 상권 위축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도내 거주 중인 외국인은 80만명 이상으로 전체 인구의 5.9%를 차지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다. 특히 혐중시위가 진행된 수원의 경우 6만8천명으로, 안산 다음으로 외국인이 많으며 중국 동포, 이주여성 등을 포함한 중국 국적의 주민 비율이 7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해규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장은 “혐오성 시위가 반복될 경우 단순히 한 나라가 아닌 외국인 전체에 대한 혐오의 이미지로 번질 수 있으며, 지역 내 안전에 대한 염려도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고건 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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