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은 어떻게 극우-극좌 폭력시위의 공통분모 됐나
英·佛 경제적 불평등 악화
극우·극좌 폭력시위 발생
극좌, 정부 재분배 정책 비난
극우, 이민자 등 외부 공격
초부자-극우 연결고리 형성
극우, 경제적 불평등은 용인
극좌, 사회문화 불평등에 민감
경제적 불평등, 우선순위 밀려
경제적 불평등에 침묵한 결과
美, 마가계좌로 복지 민영화 추진
불평등·복지 침묵 길어지는 韓
세계가 폭력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네팔과 인도네시아에 이어서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9월 둘째주 폭력을 동반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영국 극우세력의 시위와 프랑스 극좌세력의 시위는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출발점은 같았지만, 그 분노가 향하는 방향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졌다. 더스쿠프가 유럽 폭력 시위의 작동 방식을 알아봤다. 불평등이 악화하는 미국과 한국과의 유사점도 살펴봤다.
![프랑스 '모든 것을 막자' 시위대가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리옹 기차역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5/thescoop1/20250915191857153qjfo.jpg)
흔히 극과 극은 통한다고 말한다. 극좌와 극우의 주장이 반대편이 아니라 말굽처럼 서로 가까이에 위치한다고 해서 정치학에서는 '말굽이론'이라고 한다. 대체로 좌우 극단주의자 모두를 비판하려고 쓰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정밀하지 않고, 사실과도 거리가 있다.
9월 둘째주 영국과 프랑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력시위의 근본 원인을 둘러싼 해석도 마찬가지다. 악화하는 경제적 불평등이 좌우 진영의 '극단적인 세력'을 양성했다고 해서 양극단이 통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좌든 우든 어떤 정권도 그동안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았고, 그 결과 불평등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됐다고 보는 게 옳다.
■ 프랑스 vs 영국 시위=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15만명 이상이 모인 시위의 슬로건은 "왕국 통합(unite the kingdom)"이었다.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본명 스티븐 약슬리 레논)이 극우 반反이민 시위를 주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 시위에서 중상자 4명을 포함해 경찰 26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왕국 통합' 시위대 수천명 앞에서 영상 연설을 통해 "영국에는 정권 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회를 해산하고,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선 지난해 7월에도 반이민 폭동이 발생했다.
지난 10일 프랑스 곳곳에서 17만명 이상이 모인 시위의 슬로건은 "모든 것을 막자(Bloquons Tout)"였다. 프랑스 경찰 17명이 다쳤고, 시위대 400명 이상이 체포됐다. 프랑스 정부가 부채 감축을 위해서 발표한 긴축 재정안이 문제였다.
분노한 시위대는 슬로건처럼 '국가를 마비시키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국 주요 고속도로 등을 봉쇄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 12일 정치 분열과 양극화를 이유로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단계 내렸다.
프랑스 사회당 산하 장조레스 재단이 '모든 것을 막자' 시위대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69.0%가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전국 평균 지지율 22.0%보다 3배 이상 높은 응답률이었다. 전국 평균 지지율 23.0%인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을 지지한다는 시위대는 3%에 불과했다.
■ 불평등 악화란 공통분모=두 나라 시위의 시작은 모두 경제적 불평등이었다. 영국 자선단체 '평등 재단(equality trust)'은 "극우 포퓰리즘 세력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선진국 전반의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세계적으로 초부자 집단이 출현한 결과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5/thescoop1/20250915191858436fgcx.jpg)
경제적 불평등은 프랑스 극좌 시위대인 '모든 것을 막자'를 움직인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이들 극좌 시위대에 프랑스의 최우선 과제를 묻자, 응답자의 54.0%가 '불평등 심화'를 꼽았다. 이는 전국 평균 13.0%의 4배 이상이다. 응답자 91.0%는 '사회 정의를 확립하려면 부유층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를 나눠줘야 한다'는 부의 재분배에 동의했다. 전국 평균은 63.0%였다.
이처럼 소득 불평등 악화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불평등연구소가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한 결과, 영국과 프랑스의 불평등은 악화했다. 영국과 프랑스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28%로 같았다. 하지만 영국은 이 비중이 1990년 32%, 2000년 35%, 2023년 36%로 증가했다. 프랑스도 상위 10% 비중이 1990년 31%, 2000년 33%, 2023년 34%로 커졌다.
유럽보다 불평등이 악화한 선진국은 양적으로는 미국, 질적으로는 한국 정도가 유일하다. 미국은 1980년 33%였던 소득 상위 10%의 비중이 2023년 46%로 급증했다. 한국은 1980년 31%에서 1990년 29%, 2000년 28%로 소득 상위 10% 비중이 줄었지만, 2023년엔 오히려 35%로 커졌다.
세계불평등연구소가 지난해 1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 수준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나빠져 2020년 현재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수준에 근접했다"고 경고한 이유다.
■ 불평등의 정치화=경제적 불평등 앞에서 같은 행보를 띤 양극단 정치세력은 불평등의 해소법을 두고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프랑스 극좌층은 화살을 자국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돌렸다. 반면, 영국 극우층은 그 화살을 외부로 돌려 반이민 정책을 촉구하며 인종차별이나 백인우월주의를 주창했다.
극좌와 극우의 입장을 갈라놓은 건 초부자였다. 극우 운동은 초부자들과 연결된다. 일론 머스크가 영국 극우 시위대 앞에서 당당하게 "영국 정권의 교체"를 주장한 게 대표적 예다.
영국 트리뷴은 지난해 7월 '극우는 기득권의 또 다른 세력'이라는 기사에서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순자산이 300만 파운드가 넘는 전 은행가 출신이며, 부대표 리처드 타이스는 억만장자 가문 출신의 부동산 개발업자"라고 지적했다. 이 당의 대형 기부자인 데이비드 릴리는 드레이크우드 캐피털을 소유했고, 최대 정치적 후원자로 꼽히는 GB뉴스는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폴 마셜이 소유한 매체다.
극단주의를 감시하는 미국 인권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2021년 '암호화폐는 어떻게 백인우월주의 운동에 혁명을 일으켰나'라는 보고서에서 "극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600개 이상 암호화폐 주소를 분석한 결과, 비트코인 수천개를 보유한 익명의 고래(비트코인 대량 보유자) 등이 여러 극우 단체에 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해서 초부자들은 극우 시위대의 분노에서 벗어났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극우 시위대의 분노는 불평등을 초래한 근원에서 멀어졌다.
초부자가 극우 세력을 교란할 수 있는 건 극좌와 극우가 우선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야 하우저만 취리히대학 교수(정치학)는 지난 7월 발표한 '사회문화적 갈등 시대의 불평등 정치화: 신좌파와 극우 유권자는 불평등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논문에서 "평균적으로 고학력, 새로운 중산층, 전문직 종사자인 신좌파 지지층은 사회문화적 불평등을 강조하지만, 평균적으로 저학력, 기존 중산층, 노동계층인 극우 지지층은 사회적 불평등을 경시하고, 경제적 불평등에 더 관심을 둔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2022년 5~7월 독일인 5108명을 대상으로 한 불평등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5/thescoop1/20250915191859672tafg.jpg)
하지만 논문은 "극단적 진보 세력은 불평등을 강하게 혐오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적고, 경제적 불평등에 민감한 극단적 보수 세력은 불평등 자체를 용납하는 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경제적 불평등은 극좌든 극우든 그 누구의 최우선 순위도 아니게 됐다.
■ 침묵의 결과=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100일이 이미 지났지만,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할 만한 대책이나 복지정책을 제대로 선보이지 않고 있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는 지난 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처분 소득 기준으로는 불평등이 개선된 데다 '능력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등 사회가 보수화되고 있다. 정부도 이런 흐름을 따라가는 면이 있다고 보이는데 한국은 국제적으로 볼 때 불평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장하준 런던대학교 교수(경제학)도 지난 8월 12일 대안담론을 위한 열린 플랫폼 '소셜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자살률·노인빈곤율 등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해결책으로 성장 담론을 꺼내는 것은 아직도 박정희식 프레임이라는 얘기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굉장히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계시지만, 그런 성장 담론은 우리가 아직도 박정희 그늘에서 못 벗어났다는 얘기다."
지지층의 관심이 적어서든, 극우와의 연결점이 거북해서든 경제적 불평등과 복지와 관련한 침묵이 길어지면, 대안세력에 기회를 제공하고, 불평등 대책의 회색지대를 발생시킬 수 있다.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통해서 극우와 연결고리가 있는 트럼프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신생아 기본자본' 법안이 회색지대의 대표적 예다.
신생아 기본자본법의 정식 명칭은 '성장·진학을 위한 계좌'지만, '마가(MAGA·Money Account for Growth Advancement) 계좌'로 통용된다. 미국 연방정부가 2025~2028년말 태어나는 모든 가구의 신생아에게 1000달러가 입금된 마가 계좌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부모가 자녀의 마가 계좌에 연간 최대 5000달러까지 입금할 수 있고, 이는 비과세 대상이 된다.
계좌주인 신생아는 18세 전까지 돈을 인출할 수 없고, 30세 이전에 인출하면 비과세가 취소되며, 소득세에 10% 가산세를 내야 한다. 신생아 기본자본법은 트럼프의 대규모 감세 법안에 포함돼 있다.
기본소득이 정부의 기존 복지정책에 사용하는 일부 금액을 현금으로 바꿔 소득을 보전해 준다면, 기본자본은 납세자의 종잣돈 마련을 촉진해 빈곤에서 스스로 탈출하도록 유도한다. 마가 계좌는 3년간만 정부가 지원할 뿐이고, 이후에는 비과세 혜택만 유지하기 때문이다.
![영국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이 지난 9월 13일(현지시간) '통합 왕국' 시위에서 연설하는 도중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5/thescoop1/20250915191900900rmpt.jpg)
그래서 기본소득과 기본자본은 사실상 대립하는 개념이다. 마가 계좌에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전통적인 사회복지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어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7월 30일 마가 계좌가 "복지 민영화의 뒷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회보장제도는 (퇴직금이 미리 정해져 있는) 확정급여형 연금제도와 같다. 그런데 이 돈이 갑자기 늘어나면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어떤 면에서 (마가 계좌는) 사회보장제도 민영화의 뒷문이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억만장자 최저 소득세, 주식 미실현 수익 과세 등 부자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정책을 결국 법제화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마가 계좌라는 복지 민영화의 뒷문이 열렸다. 미국이 불평등 해소에 오랜 기간 침묵한 결과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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