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국외연수 비공식 일정에 관광 ‘슬쩍’
심사 대상 아닌 비공식 일정에 관광지
“1일 1기관 지켰으니 문제 없어”

국외연수 예정인 경남도의회 상임위 4곳(기획행정·경제환경·건설소방·농해양수산위)이 계획한 비공식 일정에 관광지 방문이 일부 포함돼 있어 '외유성'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공식 일정은 심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연수 심사 과정에서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다.
경남도의회 공무국외출장심의위원회는 10일 상임위 4곳이 제출한 출장안을 원안대로 가결시켰다. 각 상임위가 제출한 심사 자료에는 관광지 방문이 게재되지 않았다. 그러나 비공식 일정에는 관광지 방문이 포함돼 있었다.
기획행정위는 21~26일 호주에서 청년 유출 방지와 지역 정착 유도 방안 등을 살피고 온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인구·청년 관련 정책을 배우기 위해서다.
기획행정위 소속 도의원 8명은 △뉴사우스웨일스주의회 △뉴사우스웨일스주 청소년청 △모자이크 센터 △뉴사우스웨일스주 다문화청을 공식 방문하기로 했다. 시드니 최초의 이민자 마을인 록스 지역도 방문한다. 록스 지역은 다문화 사회를 기반으로 한 호주의 이민 정책이 펼쳐진 배경이기도 하다.
출장 목적인 인구·청년 관련 정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방문지도 계획에 일부 포함돼 있다. 타롱가 동물원, 시드니 주립 미술관, 오페라 하우스, 시드니 천문대 공원 등이다.
농해양수산위는 23~27일 중국 상해에서 머문다. 농촌 여건 변화에 대응하는 농업혁신 방법을 모색하는 계획을 세웠다. 상해 한국상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상해무역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상해지사 등을 들른다.
그러나 비공식 일정으로 상해 랜드마크로 꼽히는 동방명주를 가기로 했다. 와이탄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감상하는 일정도 있다.
건설소방위는 22~26일 홍콩과 중국 상해를 간다. 건설소방위의 공무국외출장 목적은 선진 소방·재난 대응 시스템 등을 참고한 정책 방향 설정이다. 국제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 관한 정책과 기술 등도 배우기로 했다.
K11뮤제아, PMQ, 타이쿤 등 홍콩 도시재생 프로젝트 현장 견학도 있지만, 고궁박물관과 몽콕야시장도 일정에 포함했다. 농해양수산위와 마찬가지로 와이탄 유람선도 탄다.
각 상임위가 정한 공식 방문지는 하루 한 곳이며 방문 시간은 1~2시간이다. 공식 방문지 일정을 제외하고 나서는 자유롭게 일정을 짤 수 있다.
이상호 기획행정위 수석전문위원은 "도의원들은 도정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박물관, 미술관 등 지역 명소를 방문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오는 게 의정활동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남도의회는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공무국외출장 표준안을 지켰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1일 1기관 방문'을 표준안에 명시했다.
심사 과정에도 1일 1기관 방문지만 넣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출장 계획을 잡을 때 섭외가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서 유동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게끔 비공식 일정을 허용했다. 대신 행정안전부는 관광지 방문을 최소화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경남도의회 공무국외출장 담당은 "여비 여건, 이동 시간 등을 감안했을 때 기관 한 곳 이상 방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연수에 참가한 의원들은 비공식 방문지나 일정 종료 후에도 행정 착안 사항을 발굴하고 있고 의정활동과 연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남도의회 국외 연수 계획 중에는 비공식 일정도 정책 연구와 연관한 사례도 있어 눈에 띈다.
경제환경위는 23~27일 싱가포르를 방문해 도시계획과 통합 수자원 관리 체계 검토, 아세안 시장 진출과 투자 유치 전략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비공식 일정에 도시 숲과 재활용수를 이용한 인공폭포 시찰 등을 넣었다.
강수열 경제환경위 수석전문위원은 "기후변화 때문에 도심 침수가 빈번하게 생기고 있어 도심에서도 물을 활용할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재활용수를 이용한 인공폭포를 보고 물 활용 방안을 고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는 더운 나라고, 아스팔트가 열을 흡수해 한여름 열기가 높게 올라간다"라며 "도시 숲으로 나무 그늘을 많이 만들어 열섬 현상을 낮추는 사례들을 보고 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