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PF 부실만 1600억…교보신탁, ‘또’ 부실채권 발생

김남석 2025. 9. 1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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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자산신탁의 토지신탁 사업장에서 5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채권이 발생했다. 최근 1년여간 발생한 부실 규모만 1600억원에 달한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교보자산신탁은 최근 자산건전성 평가 결과 486억2800만원 규모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부실채권 발생 현장은 부산광역시 내 사업장으로, 교보자산신탁이 책임준공을 약속한 곳이다. 함께 사업을 진행한 시공사의 부도로 대체 시공사를 찾았지만 결국 부실화됐다.

교보자산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건설업 환경 악화로 부실채권이 발생했다며, 시장상황을 고려해 매각과 할인분양, 임대차 계약 등으로 채권 회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교보자산신탁의 책준 사업장이 부실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1년여간 총 4개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396억5000만원 규모의 부실이 발생했고, 9월과 11월에도 각각 393억4000만원, 329억7000만원의 부실채권을 공시했다.

부실 규모가 자기자본의 10% 이상인 경우에만 공시 대상이 되는 만큼, 실제 부실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대주단과 시행사 등과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준은 신탁사가 시행사를 대신해 대주단에 돈을 빌리며 정해진 기간 내에 준공을 약속하는 조항이다. 준공이 지연되는 만큼 신탁사의 손실이 커진다. 또 공사 기간 내 예기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때에도 신탁사가 자기계정을 통해 자금을 투입해 리스크가 큰 사업으로 꼽힌다.

과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당시 신탁사들이 이 같은 책준 조항을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수주했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침체하고 공사비 증가, 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며 부실화된 사업장이 빠르게 늘었다.

특히 교보자산신탁 등 일부 신탁사들이 부동산 활황기가 끝나가던 때 공격적인 수주에 나섰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 중 하나였던 무궁화신탁은 매각 위기에 처했고, 지주 계열 신탁사들은 모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부실화에 교보자산신탁은 급하게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6월 500억원의 단기차입을 시작으로 10월과 11월에도 500억원씩 추가로 차입했다. 자기자본도 확충했다. 12월에는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같은 달 1000억원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업계에서는 신탁사의 PF 관련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부실 사업장 선별과 이를 위한 펀드를 조성해 '업계 살리기'에 나섰지만, 사업자와 대주단, 매수주체 등의 눈높이가 모두 달라 빠른 시일 내에 정리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또 현재 신탁사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실제 위험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보자산신탁 역시 지난해 6월부터 총위험액을 250억원 안팎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이후 실제 발생한 부실 사업장 4곳 모두 부실 규모가 총위험액을 넘어섰다.

이미 무궁화신탁이 300%가 넘었던 영업용순자본비율(영업용순자본 대비 총위험액 비율)이 불과 6개월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선례가 있는 만큼 신탁사의 실제 위험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제도 개선을 통해 차입형 책준역시 위험액 반영 대상에 추가했지만, 지난 7월 1일 계약분 이후에만 적용해 현재 위험 정도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탁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 등의 자본력을 믿고 무리하게 책준 사업에 뛰어든 신탁사들은 이미 위기를 겪고 있고, 모회사 등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과거 '저축은행사태'와 달리 지지부진한 부실사업장 정리와 길어지는 부동산 업황 부진 등으로 이 같은 위험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신탁사의 부실 척도를 나타내는 영업용순자본비율 역시 사실상 의미가 없어 신규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떤 신탁사가 위험한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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