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당원 압력에 잠시 휴전? 與 ‘투톱 갈등’ 봉합에도 여전한 불씨

정윤성 기자 2025. 9. 15. 18:2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검법 처리 과정서 갈등 鄭·金 ‘투톱’…화해에도 해결 안 된 ‘개딸’ 리스크
당원 주권 강화하니 의사 결정도 흔들…“민주주의 멍 들어” 비판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의 갈등이 확전 없이 마무리됐지만, 강성 지지층의 압력이 주요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친 점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대 특검법을 둘러싼 이견에서 비롯된 두 사람의 갈등이 공개 사과와 당정대 만찬 회동을 거쳐 '화해'로 수습되는 과정 전반에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이번 갈등을 당 대표와 원내대표간 일부 소통 부재에 따른 '부부싸움' 정도로 취급하는 분위기지만, 강성 지지층의 집단행동이 당의 의사결정 구조를 좌우하는 일종의 '경고 신호'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해 서로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와의 갈등은 일단 봉합 수순에 들어간 분위기다.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김 원내대표와 함께 웃으며 등장한 정 대표는 "더 소통하고 더 화합하기로 했다. 찰떡 같이 뭉치고 차돌같이 더 든든하게 원팀, 원보이스로 이재명 정부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 11일 3대 특검법의 여야 합의 여부를 둘러싸고 불거졌다. 김 원내대표는 10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나 특검법 개정안 수정을 논의한 뒤 야당의 요구 상당 부분을 수용하기로 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에 협조하기로 했다.

그런데 합의 내용이 알려지자 민주당 내부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정 대표가 재협상을 지시하면서 합의는 불과 14시간 만에 무산됐다. 정 대표는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이 (수사) 기간 연장이라 연장을 안 하는 쪽으로 협상된 것은 특검법의 원래 취지와 정면 배치돼 재협상을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원내대표의 입장은 달랐다. 당 지도부와도 사전에 긴밀하게 소통했다는 입장인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정청래에 공개 사과하라 그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입장이 계속 엇갈리면서 여당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정 대표가 당일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지만, 하루 뒤인 1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사람이 회의 내내 눈 한번 마주치지 않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냉기류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김 원내대표도 13일 SNS에 공개 사과를 했지만,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는지 여부를 두고는 여전히 평가가 엇갈렸다.

이런 국면은 주말 사이 당정대 만찬 회동을 거치면서 반전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웃으며 손을 맞잡았고, 화해와 단합의 모습을 공개적으로 연출했다. 정 대표는 "가끔 싸워야 하겠다"며 농담을 던졌고, 김 원내대표는 "부부나 형제나 다 싸우는 것. 티격태격하는 것"이라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갈등이 확전 없이 봉합 수순으로 들어가는 분위기지만, 정치권은 이번 갈등의 '막전막후'를 두고는 여전히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다. 특히 갈등의 도화선이 됐던 여야 합의안 발표 전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사전에 어디까지 뜻을 모았는지 명확한 진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권한이 애매한 만큼 소통이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는 게 민주당의 대체적인 설명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박찬대 당시 원내대표와 긴밀한 호흡을 맞췄던 전례와 비교하면 단순히 '소통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방송예측시스템에서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확실'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공동취재

중도 민심 챙겨야 하는데 '개딸' 눈치도 봐야

무엇보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 '개딸'들의 집단행동이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강성 지지층의 전폭적 지지를 업고 당선된 정 대표는 취임 이후 이들의 요구를 반영한 개혁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온 상황이었다. 이에 여야 합의 사실이 알려진 직후 강성 당원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개딸' 달래기에 나서기 위해 합의안을 뒤집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지도부는 여야 합의안이 나온 지난 10일 밤부터 11일 아침까지 휴대폰을 켜기 어려울 정도의 항의 문자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공세는 민주당이 합의를 번복한 뒤에도 한동한 이어졌다.

현재 민주당의 '당원 주권' 구조는 이런 해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여러 선거에서 당원 참여 비율을 확대하고 당원 중심으로 당헌·당규·조직을 개편하면서 민주당은 어느 때보다 당원의 영향력이 강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 대표 취임 후에도 '당원주권정당특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당원 주권 강화를 위한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강성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과잉 대표해 입법과 정책 결정까지 흔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지층의 영향력이 커진 정치권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시사저널TV 《정품쇼》에 출연해 "김어준씨가 충정로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고, 국민의힘도 전한길, 고성국 등 유튜버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민주주의가 멍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이 '개딸'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강성 지지층들의 반발에 민주당이 흔들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당시 후보였던 우원식 의원은 문자 폭탄과 사퇴 압박에 직면했고, 친명계였던 추미애 의원이 고배를 마시자 반발이 더 확산되면서 지지율까지 흔들렸다. 이를 계기로 당시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도 당심 20%를 반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여권 내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중도층 민심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당원에 끌려다니는 당'이라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갈등의 인과관계는 잠시 뒤로 두더라도,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자체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얻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