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 칼럼] 김어준 권력과 민주 시민의 길

김희원 2025. 9. 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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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장면. 유튜브 캡처
강성 팬덤 키운 민주당의 자업자득
민주적 참여와 유튜브 시청은 다르다
진짜 민주주의엔 숙의와 토론 필요

‘김어준 권력’을 비판한 주간경향 기사로 더불어민주당 안팎이 시끄럽다. 딴지일보는 ‘김어준 총공격: 조선과 경향이 하나 된 이유’란 글에서 보수지와 진보지의 모든 차이를 무시하고 3개월 시차의 상이한 기사를 무리하게 엮어, 레거시 미디어가 한편 먹고 유튜브를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제도(권) 언론 기자들∙부화뇌동 국회의원”을 호명해 “(김씨가) 뭐가 무서워서 떼거리로 이러시냐”고 반박한 것도 비슷한 시각이다. ‘우리 편 건드리면 적’이라는 기계적 신념이 깔려 있다. 문제는 기성 언론과 유튜브 관계가 아니다. 팬덤 정치를 이용하던 민주당은 정견과 정책 없는 정당이 될 판이다. 곽상언 의원의 경고 정도론 되돌리기 어렵다.

민주당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반론보도를 신청했지만 내심 이 기사를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223만 민주당 지지 성향 구독자를 거느린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특히 당내 선거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모두가 안다. 민주당만의 현상도 아니다. 구독자 123만 유튜버 전한길씨의 지원으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된 것은 유튜브의 정당 접수로 기록될 만하다.

애초에 강성 목소리를 키우고 스피커에게 권력을 준 게 민주당이다. 수년에 걸쳐 제도화했다. 2015년 온라인 입당을 허용해 당원 수를 크게 불렸고, 지도부와 공직후보자 선출에서 권리당원 표 반영비율을 계속 높였다. 이제는 전당대회 투표에서 권리당원 비중(40%)이 대의원(30%)보다 커졌고, 전당대회는 전국대의원대회가 아닌 전국당원대회가 됐다. 심지어 국회의장단 후보자와 원내대표 선출에도 권리당원 표를 20% 반영한다.

민주당은 이를 ‘당원중심정당’이라 일컫지만 수혜자는 따로 있다. 지역∙정당활동에 별로 관여하지 않으면서 정치인 팬심으로 움직이는 당원의 권한을 키운 결과 팬덤에 부응한 정치인이 주류-지도부로 진입하기 쉬워졌다. 뉴스공장 단골 출연자인 정청래 대표가 대의원 득표 열세를 뒤집고 당대표가 된 게 우연이 아니며, 이재명 대통령보다 더 세게 검찰개혁∙사법개혁을 밀어붙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당헌당규를 괜히 개정한 게 아니다. ‘한국과 주요국 당원권 비교 연구’를 수행한 박경미 전북대 정외과 교수는 당원 참여를 확대할 때 “정당의 이념적·조직적 질서를 훼손하고 지도자 개인에게 권한이 집중될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에선 적대적 발언으로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잡는 정치인이 계속 나올 것이다. 김씨 같은 인플루언서는 필터링한 정보와 음모론으로 지지층의 확증편향을 강화시키고 적대적 진영을 지탱할 것이다. 한때 ‘문파’였던 강성 팬덤이 ‘개딸’로 대체된 후 문재인 전 대통령마저 ‘수박’으로 공격당한 일도 재연될 것이다. 그러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증세 의제나, 강성 지지층의 핵심이 아닌 청년과 여성 정책은 뒤로 밀릴 것이다. 아니, 정책과 비전을 중시하는 정치인이 수혈되고 성장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

참여하는 당원, 직접 민주주의란 말은 매혹적이다. 엘리트들의 몰염치와 무책임을 질리도록 목격한 터라 더욱 절실해 보인다. 그러나 민주적 참여는 상대 진영과 수박을 욕하는 것 이상의 헌신을 요구한다. 정당은 당원들에게 숙의와 토론, 교육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당원은 내 시간과 관심을 쪼개 사실을 파악하고 내 지역의 문제와 해결책을 숙고해야 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투표를 해야 한다. 각성한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겠다면 최소한 ‘김어준 권력’ 비판 기사는 읽어봐야 한다. ‘비판은 적의 공격’으로 여겨 악플부터 달고 보는 무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엇갈리는 사실을 비교해 스스로 판단하고 때로 내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유튜브 시청보다 재미없고 어려운 것, 그것이 민주 시민으로 가는 길이다.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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