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칼럼] ‘주권주의’ 진정성, 대통령과 여당 대표에 묻는다

2025. 9. 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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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를 자임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주권위원회’를 설치하여 실질적 국민주권 로드맵을 마련하고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원리의 구체적 실천을 지향한다.

핵심은 국민 주권자 3대 권리의 헌법 명시화다. 첫째, 국민발안권으로 국민이 직접 법률안과 헌법 개정안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다. 둘째, 국민거부권으로 국회가 국민의 뜻에 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국민투표를 통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셋째, 국민소환권으로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선출직 공직자를 임기 중에도 직접 투표를 통해 파면할 수 있는 권리다

정청래의 당원주권주의는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게 당의 진짜 주인인 당원 주권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평당원 중심주의 실현’을 위해 모든 당원 1인 1표제로 ‘대의원 1표 vs. 권리당원 17표의 불평등 구조 해소를 겨냥한다.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을 평당원으로 선출하여 당 의사결정에 평당원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고 당원 투표제를 상설화하여 주요 정책 결정에 당원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주권주의든 당원주권주의든 공통점은 분명하다. ‘실질적 민주주의와 평등한 정치 참여의 보장’이다. 모든 국민의 동등한 주권 행사와 모든 당원의 1인 1표 가치 실현이다. 엘리트 중심의 정치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권자와 당원의 권리 강화가 본질이다.

국민주권주의와 당원주권주의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평가하면 주권자의 평등한 정치 참여는 불가능하다. 최근 5번 총선의 평균 사표율은 47.5%로 ‘유권자 두 명 중 한 명의 표가 사표’다. 21대 총선 기준으로 1256만 표가 의석에 반영되지 못했다. 사표 비율이 60%를 넘는 지역구도 있었다.

불비례성은 악화일로다. 불비례성 지수는 20대 총선 이후 9.5, 13.7, 그리고 15.3으로 계속 악화된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국 50% 득표로 64% 국회 의석을 차지했지만 당시 미래통합당은 41%의 득표에도 33% 의석에 머물렀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승자독식의 당연한 구조적 귀결이다. 거대정당에게 과도한 의석을 배분하고(과다 대표),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을 봉쇄함으로써 다양한 민의 반영을 저해(과소 대표)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더 악화되고 있다.

지금처럼 준연동형의 연동률 50%와 잔여 의석의 병립형 배분 방식은 비례성을 보정하지 못한다. 실제 산식이 연동·잔여 배분으로 이원화되면서 설계 자체가 복잡하고, 위성정당 같은 거대 양당의 전략적 적응을 방지하는 데 취약하다. 따라서 ‘득표-의석’의 비율 정합성은 무너지며 대표성과 책임성까지 동시에 약화된다.

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정치적 의사가 국회 의석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국민주권주의 구현을 가로막는다. 유권자의 평등한 선택권이 불공평한 의석 배분으로 이어지는 것 또한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므로 당원주권주의와도 배치된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국민주권과 당원주권을 표방하면서 불평등하며 불공정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방치한다면 명백한 모순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이재명의 국민주권주의와 정청래의 당원주권주의의 진정성을 검증하는 시험대로 보는 이유다.

국민이든 당원이든 주권주의의 최종 목표는 ‘공론 주도형 거버넌스와 참여·숙의의 제도적 장치 확대를 통한 대표성과 책임성의 제고’다. ‘참여의 제도화와 책임 정치의 실현’은 선거제도를 통한 ‘득표-의석 전환의 비례성 확보(제고)’로부터 시작한다.

국민주권주의가 국가 차원의 국민 대표성이라면 당원주권주의는 당내 민주주의의 공정성과 개방성을 핵심 요소로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또한 국민·당원주권주의와 마찬가지로 ‘누가 어떻게 결정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동일 기준과 규범을 요구하는 것이다.

국민주권주의와 당원주권주의는 구호와 선언을 넘어 이제 제도 개혁의 구체적 언어로 말해야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과 ‘당원이 주인인 정당’이라는 가치가 공허한 다짐이 아닌, 살아 숨 쉬는 현실이 되느냐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 두 사람에 달렸다.

관건은 민주당의 ‘수도권 과대 대표 기득권의 포기’다. 2020년 총선 때 수도권 민주당은 절반 언저리의 득표율로 85% 의석을 차지했다. 2024년 총선에서도 비슷한 득표율로 84% 의석을 확보했다. 득표율만큼의 의석이 국민·당원주권주의 실현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두 명 중 한 명의 표가 버려지는 총선’이 아니라 ‘모든 표가 의석으로 국민의 국회’가 되는 상식을 대통령과 여당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제 이재명과 정청래가 그들의 진정성을 증명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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