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경기침체에 분노한 아르헨 민심,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박영서 2025. 9.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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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하면서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에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는 최근 매일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밀레이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의 지방선거 참패는 경제 정책의 한계와 사회적 불만이 폭발한 신호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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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침체와 경제난에 반발한 시민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르헨티나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하면서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내수 침체와 생활고에 짓눌린 민심은 지방선거를 통해 기존 경제정책 기조에 명확한 불신임을 표했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오래된 구호를 되살렸습니다. 바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입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치러진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의회 선거에서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극우 자유전진당(LLA)은 좌파 페론주의 정당 연합인 푸에르사 파트리아에 대패했습니다. 푸에르사 파트리아는 47.3%로 1위를 차지했고, 자유전진당은 33.7%로 2위에 그쳤습니다. 13%포인트 이상 차이가 납니다.

선거 전에 대통령의 친여동생이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쥔 카리나 밀레이가 정부의 공공 의료품 구매와 관련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유출되는 대규모 악재가 터졌으나, 전문가들은 이는 패배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고 분석합니다. ‘경제난’이 국민들의 삶을 정면으로 파고 들면서 지방선거에서 졌다는 것이죠.

지난 2023년 말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물가 안정과 재정 건전성 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이뤘으나 내수 경기 침체라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는 최근 매일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밀레이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즉각적인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사·의사·운수노동자 등 직능별 집회도 이어지는 등 사회 전반으로 불만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월급으로 한 달 중 20일만 버틸 수 있고, 나머지 10일은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친지에게 돈을 빌려야 한다고 푸념합니다. 버스 기사이자 우버 기사인 오마르(57) 씨는 “수십 년을 버스 기사로 일하고 한 번도 다른 부업을 가진 적이 없는데, 지금은 월급으로는 살 수가 없어서 일이 끝나면 우버 기사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비 습관 전문가인 기예르모 올리베토 경제학자는 “아르헨티나 국민의 70%가 매달 쓸 돈이 20일 전에 바닥이 나고, ‘나는 감당할 수 없다’라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면서 “이들은 스스로 ‘간헐적 빈곤층’이라고 부른다”고 현지 일간 클라린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습니다. 시장은 환율 폭등, 주가 하락 등 수치로 이를 증명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은 오래된 구호를 되살려냈습니다. 바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가 회자되고 있는 것이죠. 이는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 진영에서 사용한 문구입니다. 언론들은 밀레이 정부가 이 문구를 새겨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은 짧은 연설에서 지방선거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경제 노선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재정 균형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언론인 세바스티안 라쿤사는 칼럼을 통해 “밀레이 정부가 코너에 몰려 있다”면서 “가진 카드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정치색을 불문하고 모든 경제학자가 밀레이 정부가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낮은 환율을 유지하는 대신 경기침체나 불황을 선택했고, 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선거 전 금리를 대폭 인상했으며, 이는 미약한 경제 회복세를 무산시킨 결과를 초래했다는 데 동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도우파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처럼 주변 인사를 정리하는 한편, 정책을 변경하고 핵심 기능 중 일부를 위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의 지방선거 참패는 경제 정책의 한계와 사회적 불만이 폭발한 신호탄입니다. 밀레이를 향한 시민들의 시선은 단호합니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박영서 논설위원 p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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