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인천공항-면세점 임대료 논란서 뒷짐 진 정부

10월 추석 황금연휴 기간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763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작년보다 7.2% 늘어난 수치다. 공항 사업자들의 희비는 엇갈린다. 입점 면세점들로부터 여객 수대로 임대료를 받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는 이익이 늘어나지만, 여객 수대로 임대료를 내야 하는 면세점은 임대료가 더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인국공과 신라·신세계 면세점 간 임대료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장기화할 태세다. 법원이 최근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임대료를 각각 25%, 27% 인하하라는 강제 조정안을 내놨지만, 인국공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서다. 앞서 인국공은 사업자가 무리하게 입찰가를 써낸 것일 뿐, 계약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법원 2차 조정기일에 불참했다.
업계는 인국공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한 후 정식 소송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인국공의 임대료가 높아진 건 2023년 4기 면세사업 입찰 당시 두 회사가 경쟁사보다 높은 여객 수수료를 제시한 탓이 크지만, 인국공이 임대료 산정 방식을 ‘고정 임대료’ 방식에서 ‘여객 수에 연동한 임대료’ 방식으로 바꾼 영향도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여객 수가 늘면 면세점 매출도 늘 거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여객 수 증가에도 면세점 매출은 늘지 않았다.
결국 공항 면세점 때문에 매달 수십억원의 적자를 본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인국공은 2023년 흑자(5325억원)로 돌아선 후 지난해 74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당기순이익의 46%에 달하는 2210억원은 인국공 지분 100%를 보유한 정부(국토교통부) 배당금으로 돌아갔다.
입점사의 어려운 사정과는 상관없이 인국공과 정부만 수익을 챙긴 셈이다. 그런데도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안이 정부의 정책적 판단 영역이 아닌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공사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
인국공의 태도는 일견 일리가 있다. 인국공이 임대료를 인하해 수익이 낮아져 공사 재산에 손해를 끼친다면 이는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 또 법원 강제조정 결정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의 여객 1인당 임대료는 8987원에서 약 6700원으로, 신세계면세점은 9020원에서 약 6500원으로 낮아지는데, 이는 지난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과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써낸 금액보다도 낮아 특혜시비가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매출 부진의 책임을 모두 면세 사업자에 돌리는 태도는 자칫 인국공이 ‘임대 장사’만 몰두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시장에선 면세점들의 상황이 악화하기까지 CDFG를 끌어들여 과도한 입찰 경쟁을 부추긴 인국공의 책임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4기 사업자 선정 후 관세청이 면세 매출의 60%에 달하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면서 공항 면세점 수익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인국공과 면세 사업자 간 법정 공방이 길어지면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한 면세 사업자들이 매장을 닫거나, 재입찰 과정에서 공항 이용객의 편의성이 하락할 수 있다. 또 재입찰에 나설 경우 중국 면세점이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면세점 없이 인국공의 성장은 없다. 지난해 인국공 연결 매출 중 면세점 임대료 등이 포함된 상업 매출은 1조1812억원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임대료를 많이 써냈으니, 약속을 지키라’는 태도만 고수하기보단 입점 업체와의 공생의 길을 찾는 자세가 요구된다. 당장 임대료를 낮추기 어렵다면, 한시적으로 임대료 산정 방식을 현실화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국제공항 등도 면세점과 임대료를 재협상하거나 낮추는 상생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인국공의 주인인 정부도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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