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동맹, 다시 폭풍전야? ‘관세 후속 협상’ 쟁점 3가지는
②투자 대상 선정: 美 “우리가 주도권” vs 韓 “기업이 사업성 검토”
③이익 배분 비율: 美 “이익 90%는 우리 것” vs 韓 “불합리 비율”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한국은 협정을 받아들이거나 기존 25% 관세를 부과해야 합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죠."(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이익이 되지 않는 협상 사인을 왜 합니까. 최소한 합리적인 사인을 하도록 노력해야겠죠."(이재명 대통령)
한·미 양국이 관세 후속 협상을 놓고 다시금 신경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지난 7월31일 극적 협상 타결에 이어 8월2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지 20일 만이다. 양국은 ①대미 투자 구조 ②투자 대상 선정 방식 ③투자 이익 배분 비율 등을 놓고 이견 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에서 "국익은 협상 기간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못 박은 만큼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로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투톱' 美 향했지만, 협상 '난항'
정치권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 미국으로 출국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국 통상 당국 관계자 등을 만나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지난 11일부터 14일 방미 일정을 통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후속 협의에 나섰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귀국했다.
이처럼 통상 투톱이 연이어 방미 길에 올랐다는 건 그만큼 미국과의 관세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앞서 양국은 7월 극적 관세협상 타결을 통해 미국은 한국에 대한 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대신 한국은 총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항목별 구체적인 협의는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양측이 주도권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액의 투자 구조와 투자 대상 선정 방식, 양국의 투자 이익 배분 비율을 놓고서다. 미국이 관철시키려는 기조는 "달러 직접 투자로, 미국이 지정한 곳에, 미국이 이익 90% 획득"이라는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국익을 지키는 선에서 협상한다"며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대항하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한국이 3500억 달러를 특수목적법인(SPC)에 직접 채워 넣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쉽게 말해 직접 투자 비중을 높이라고 압박하는 셈이다. 반면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5% 정도까지 최대한 낮추고 나머지는 출자·대출·보증 등으로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또 투자 대상 선정 방식을 놓고서도 미국은 자국이 주도권을 행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반면, 한국은 투자 참여 기업이 사업성 검토를 거쳐 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투자를 통해 창출되는 이익 배분을 놓고서도 양측의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미국은 '투자 원금 회수 이전 반·반, 이후 미국이 90%'로 명시된 일본과의 합의문을 거론하며 이에 준하는 수준의 '투자 이익 90%'를 본인들이 가져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에선 이를 미국에 대한 재투자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미국 요구는 불합리하다"고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

'조선업 협력' '美 구금사태' 협상 지렛대?
우리 측에도 협상 지렛대로 삼을 만한 카드는 있다. 미국과의 조선·제조업 협력에서 우위를 점한 부분은 물론,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 기업인 구금 사태 등이 꼽힌다. 해당 사태로 한국 기업들 내부에서도 리스크에 대미 투자를 망설이는 분위기다. 이를 우려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SNS를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이나 외국 기업을 겁주거나 위축시키고 싶지 않다. (외국 숙련공들이) 미국인에게 복잡한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고 훈련시켜주기 바란다"며 안심시키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각종 상황과 변수들을 종합 고려한 것일까. 한국 측에서도 미국과의 협상 장기전을 불사할 조짐이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왜 미국 방문에서 관세 합의문에 서명을 못했냐고 하는데, 이번 방미는 우리가 뭔가를 얻으러 간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일방적 관세 증액에 최대한의 방어를 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기조에 재차 힘을 주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협상이 장기화하면 국익이 훼손될 수 있는데 협상 데드라인을 설정해두고 있느냐'는 질의에 "장기화로 국익이 훼손된다는 부분은 어떤 근거로 말씀하시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협상 기간과 국익이 꼭 연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협상 고려 사항 1순위는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구금 사태에 대해선 "우리 정부는 미 측에 강한 유감을 표했고 우리 국민의 권익이나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돼선 안 된다고 요청한 바 있다"며 "인권침해 여부 등에 대해 더 면밀히 알아보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반도체 등 국내 핵심 산업계가 결국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관련해 일각에선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제80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금 조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통해 교착 상태인 고차방정식 협상을 풀 해법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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