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원금의 2배…'디폴트'로도 8% 수익내는 영국 퇴직연금
[편집자주]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재추진되고 있다. 전문가가 굴리는 기금으로 운용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반발이 엇갈린다. 퇴직연금 역사가 깊고 다양한 제도를 먼저 도입한 선진국들을 직접 찾아 국내 퇴직연금 개혁이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영국은 대표적인 퇴직연금 개혁 성공 국가다. 가입률 90% 이상에 연평균 수익률 6~8%를 자랑한다. 복리 이론에 따르면 10년이면 원금의 2배가 될 수준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영국 연금위원회의 개혁안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2008년 법개정으로 이어졌고 '자동가입제(Auto-enrolment)'와 최대 퇴직연금 기금 NEST(국가퇴직연금신탁) 등이 도입됐다.
높은 수익률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잘 설계된 '디폴트 펀드'(Default Fund, 한국의 디폴트 옵션) 구조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 보장형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에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

앤드류 더글라스 뮤지니치 영국 및 아일랜드 기관투자자 영업총괄 겸 전문 크레딧 자산 운용사(specialist credit asset manager)는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영국에서는 퇴직연금의 90% 이상이 디폴트 펀드로 들어가는데, 이 펀드들이 일반적으로 꽤 잘 설계돼 있다"며 "디폴트 펀드 상품은 대체로 TDF(Target Date Fund, 타깃 데이트 펀드)에 맞춰져 있는데, 이는 개인의 은퇴까지의 시간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강력한 장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더글라스 총괄은 특히 최근 DC 시장에서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추가하려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최근 주식과 채권 모두 성과가 부진했던 시기를 겪으면서, 저희 뮤지니치가 다루는 사모자산이나 프라이빗 크레딧, 인프라·상업용 부동산 등을 디폴트 옵션에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했다.

NEST도 사모시장 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방식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 주도로 설립된 NEST는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퇴직연금 운용 기금이다. 한국의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도인 '푸른씨앗'과 유사하다. NEST의 운용자산(AUM)은 500억 파운드(약 87조5000억원) 이상이며, 가입자는 1300만명을 넘었다.
NEST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주요 디폴트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8.4%인데, 이 시기 동안 NEST는 사모시장 투자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며 "현재 운용자산의 약 18%를 사모시장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향후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고 했다. NEST 관계자는 이어 "NEST는 원리금 보장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영국 퇴직연금제도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바로 낮은 기여율이다. 현재 영국의 퇴직연금 의무 기여율은 소득의 8%다. 이 중 5%를 개인이, 3%를 고용주가 부담한다. 영국 퇴직연금 분야의 권위자인 런던시립대 베이스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블레이크 교수는 "호주는 자동인상제도(Auto-Escaltion)을 통해 퇴직연금 기여율을 12%까지 인상하는 데 성공했으나, 영국은 경기불황과 코로나 등 단기 위기로 이를 추진하지 못했다"고 했다.
영국의 PPI(Pensions Policy Institute, 연금정책연구소)가 지난 7월 발표한 '연금 적정성 제고를 위한 과제: 세대별 부담과 정책 공백' 보고서에 따르면 DB형에 대한 평가 점수는 1~6점 중 최고 점수인 6점을 받은 반면, DC형은 2점을 받았다. PPI는 DC형 퇴직연금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낮은 최소 법정 기여율(8%)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운용 자산의 투자 구조에 대한 평가는 5점으로 상당히 높은데, 이는 장기 투자에 상당히 유리하게 짜여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수익률이 낮은 게 아니라 기여 구조 자체가 부족한게 문제"라고 했다.

런던=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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