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로 연간 3명 이상 숨지면 기업에 최소 30억 과징금

남지현 기자 2025. 9. 1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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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불이익’ 경제 제재 대폭 확대
이재명 정부 첫 노동안전 종합대책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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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산업재해로 연간 3명 이상이 사망한 기업에 최소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산재가 특히 잦은 건설업의 경우 영업정지 요청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15일 발표했다. 취임 초부터 산재 감축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의 첫 범부처 대책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산재를 막기 위해 현재 할 수 있는 대책과 입법 대책을 총괄 정리해 국무회의에 보고하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종합대책은 △안전 사각지대 지원 확대 △안전 주체로서 노사 역할과 책무 확립 △노동안전 인프라 확대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 등 크게 네 갈래로 나뉜다.

핵심은 경제적 제재 강화다. 연간 산재로 3명 이상이 사망하면 법인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부과하되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 이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울 때는 미리 정한 하한액을 부과한다. 하한액으로는 30억원이 검토되고 있다. 구체적인 과징금 수준은 향후 노사정대표자회의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이렇게 부과된 과징금은 산업재해예방보상보험기금에 편입해 향후 산재예방에 재투자될 수 있게 한다.

산재가 잦은 건설업의 경우 영업정지 요청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현재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요청 대상은 전기, 정보통신, 소방시설공사 건설사 등을 포함한다. 현재 2∼5개월인 영업정지 기간도 사망자 수에 따라 2∼5명은 3개월, 6∼9명은 4개월, 10명 이상은 5개월로 늘린다. 반복해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건설사는 3진 아웃제를 적용, 3년 사이 3번째 영업정지 요청 사유가 발생할 경우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게끔 관련 규정을 신설한다.

그 외에도 중대재해 발생 건설사의 공공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고, 대출금리나 보험료에서 중대재해 리스크가 확대 반영되도록 금융권 자체 여신심사 기준이나 대출 약정을 개선하도록 한다. 국민연금도 이에스지 평가지표에 중대재해 관련 지표를 추가하고 스튜어드십코드에 이를 반영해 중대재해 빈발 상장사는 국민연금 투자가 제한되도록 한다.

산업재해 예방 주체로서 노동자의 권리도 강화한다.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 완화가 대표적이다. 현재 산재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을 그러한 우려만 있어도 쓸 수 있게 한다. 사문화된 작업중지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작업중지권 행사 시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신설하고, 노동자에 대한 구제 절차를 명확히 할 계획이다. 2019년 사라진 근로감독관의 작업중지권도 부활시킨다.

안전 관련 투자 여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재정 지원도 늘린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산재예방지원에 올해보다 4733억원 많은 2조723억원을 배정했다. 주요 지원책은 △10인 미만 사업장 추락·끼임·부딪힘 사고 예방 품목 구매비 지원(433억원) △현장 수요 기반 스마트 안전장비 구입 지원(370억원)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비용 지원 △산업단지 공동안전관리자 채용 지원 강화 등이다.

특수고용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 관련 대책도 담겼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현재 14개 직종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의무를 직종과 적용 규정을 확대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 확정한다. 외국인 노동자 보호를 위해선 사망사고 발생시 사업주에 대한 고용 제한 요건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강화한다.

노동부는 향후 범부처 차원의 상설 특별위원회인 ‘안전한일터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서 보다 종합적인 산재 대책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대책이 사망사고 예방 중심의 단기 대책이었다면, 향후에는 산업보건 정책을 포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다.

노동계에서는 이같은 대책이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보다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나,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예방대책은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지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이주노동자 등 산재 취약노동자에 대한 예방대책 역시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도 “작업중지권으로 인한 작업중지기간의 임금보전과 하청업체 손실보전 대책이 명시돼야 하고 산재 예방 활동에 노동조합의 유급 활동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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